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식재료의 선택

꿈꾸는 세상살이 2013. 12. 2. 09:45

지난 11월 30일이 내 생일이었다. 음력으로 10월 28일인데, 아이들은 음력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 모르고 지나기 일쑤다. 그러나 큰 애는 어딘가에 입력을 하였다가 그날은 잊어 버리지 않는 반면, 작은 애는 항상 말하기를 음력으로 하니 자기는 매번 모른다고 한다. 물론 성의가 없어서 그런다고 생각한다.

 

이번 생일에는 생일이 오기 한 달 전쯤 핸드폰을 바꾸었는데, 생일 선물을 그것으로 떼운다고 하였었다. 하긴 내가 언제 생일 선물 타령이나 하고 있었던가. 그러나 그런 말을 듣고 나니 조금은 서운한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정작 생일이 닥치니 허전함이 밀려왔다.

우리 내외는 함라산으로 향하였다. 오랜만에 출근을 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다가 오후에 집을 나선 것이다. 계절로는 가을이나 달력으로는 겨울인데, 오후 날씨는 11월의 마지막 날답지 않게 따스한 볕을 보내고 있었다. 집에서 나설 때 좀 가벼운 차림으로 나서서 혹시 바람이라도 불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하였었는데, 막상 산에 오니 바람도 없고 온화한 봄날과 같은 날씨에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번에 함라산을 갔을 적에는 우연히 산초를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열매를 땃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늦가을로 벌이나 뱀 등 겨울잠을 자려는 동물들이 영양분을 비축하고 저만의 방법으로 농축시키는 그런 때였었다. 여거저기 벌들이 윙윙거리고 나뭇잎은 빨갛게 물들어 떨어지는 사이로 헤집고 다니며 열매를 땄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약간 늦은 시기라 많은 양이 자연적으로 떨어져서 반쯤은 텅빈 공탕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로 두리번거릴 필요도 없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산에 자주 오지 않다보니 종아리가 당기고 근육이 뭉치는 기분도 느꼈다. 그래서 무리할 필요까지는 없으니 쉬엄쉬엄 체력이 되는 대로 올랐다.

 

그날 저녁, 아들 녀석이 봉투를 내밀며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라고 하였다. 그래서 지난 번에 생일 선물을 다 하였다고 하더니 이게 웬 거냐고 하였더니,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라고 하였다.

사실 아들은 지금 직업이 없다. 다만 1월 9일에 가기로 되어있는 상태니 당장은 수입이 없는 형편이다. 물론 큰 돈은 아니고 화려한 선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가 잊지 않고 챙겨주는 것이 가족아닌가 생각한다.

이번에 받은 돈은 내가 쓰지만, 그렇다고 그 돈 만큼 내가 갚아주어야 할 의무도 남아있다. 그러니 받아서 이익이 아니라 받으면 그만큼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이 나와 비슷하게 사는 보통 소시민들의 형편일게다.  나는 이에 더하여 다른 몫으로 저축을 해 두어야 한다. 나중에 늙어서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살려면, 자식들 결혼할 때 보태 줄려면 아껴 써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데, 받은 돈 중에서 내가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해야 한단다. 그것이 생일을 당한 사람이 주위 사람들에게 베푸는 도리란다. 그러고 나서 받은 돈의 일부는 식구들 외식할 비용으로 회수해갔다. 한 사람이 얼마씩 해서 계산한 값이다. 그러나 그 돈으로 외식을 할 생각은 없는게 우리 식구들 마음이다. 우리는 조미료는 물론, 설탕이나 기타 첨가물을 넣지 않고 먹는 것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은 음식 재료의 맛 그대로 먹는 편이다. 그러니 우리집 음식을 먹어본 친척들은 맛이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고집하고 있다. 잘 먹고 운동이라도 많이 하면 좀 나으련만, 잘 먹으면서 운동이 시원찮은 우리 식구들은 아예 처음에 먹는 것부터 조절하는 편이 상책이라서 지키는 방법 중의 하나다.

 

요즘은 생활습관병이나 4대 중증질환이 주변에 널려있는 것이 현실이다. 내가 아니면 내 식구 중 누군가가 바로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할 정도로 만연된 상태다. 이에 자극을 받아 내가 아무리 설탕이나 조미료를 먹지 않으려고 해도 외부에서 여러 사람들과 만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먹는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우리 집에서, 우리 식구들끼리만 먹을 때에라도 지키 보자는 대 원칙이 그런 것이다. 이번에도 추어탕을 먹으로 가는 대신, 아예 미꾸라지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미꾸라지를 자연산 대신 양식으로 길러 판다고 하니 그것도 기분이 찜찜하다. 거기에 더하여 미꾸라지 양식은 고사하고 어디서인지도 모르는 양식미꾸라지를 수입한다고도 한다. 이때 양식된 곳의 상태나 환경에 따라 미꾸라지가 포함한 성분이 달라질 것인데, 내가 직접 요리를 해 먹는다고 해도 못 믿을 정도가 된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지난번 방송에서 폐수처리장과도 같은 환경에서 오래 버티는 수입산 어종으로 회를 떠서 판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의 환경에서 자란 식재료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신탕도 그렇고 추어탕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아예 먹지 않을 수도 없으니 탓하고만 있을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요리만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생일 음식으로는 원재료를 사다가 직접 요리를 하는 방법을 택하였던 것이다. 물론 생일날 아침에는 국내산 돼지고기 수육에 직접 쑨 자연산 토토리묵, 무 쇠고기 국과 김장김치를 먹었다. 이정도면 훌륭한 식단이지 싶다.

 

그나저나 내가 매일 먹는 식단마저 이렇게 따져가며 먹어야 한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바쁜 일상에서 어떻게 매일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가 말이다. 늘 하는 일, 항상 하는 일, 건강에 관한 일들은 별도의 언급이 없이 항상 믿고 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그런 걱정을 하는 시간에 다른 생산성이 있는, 효율적인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것이 바로 나의 경쟁력이고 국가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먹을 거리로 장난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사람이며,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사람인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사회의 이름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아주 강력하게, 다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엄벌에 말이다. 예를 들면 곰팡이 핀 새우젓이나, 썩은 시래기로 만든 식재료들을 납품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람이기를 포기한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그런 식재료만 먹이든지, 아니면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키는 것까지도 주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또 다시 그런 식재료를 여러 사람들에게 공급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를 망가뜨리고자 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바로 공공의 적인 것이다. 적은 내 손에 죽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적의 손에 죽고 만다. 이것이 전쟁의 논리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