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자존심 빵빵한 작가의 비굴한 부탁 편지

꿈꾸는 세상살이 2013. 11. 1. 10:54

 

절기로는 벌써 상강입니다. 가을이 오는가 했는데 벌써 겨울의 문턱입니다.

환절기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글을 쓴다고 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간 아는 사람들로부터 대박 나는 글을 하나 써 보라는 말은 수없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좋은 글을 써 보라는 격려의 말일 것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여 모두가 다 그렇게 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많고 많은 작가마다 모두 명작을 남긴다면 특정 작품에 대하여 굳이 명작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도 없을 것이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도 필요하고, 많은 노력도 있어야 하며, 시대적 소명에도 부응해야 한다는 말이지요. 그런데 저를 포함한 보통 작가들은 우선 그 첫 번째인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펜을 놓지 못하는 것이 또한 작가의 신분인가 합니다. 능력은 없지만 후세에 이름을 전할 작품을 남기고 싶다거나, 후세 사람들이 두고두고 읽을 만한 책을 한두 권쯤 남기고자 하는 것이 모든 작가들의 욕심일 것입니다.

 

 

글을 써 가면서 문학적 작품으로 박경리나 조정래, 최명희와 같은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과, 그것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와 전통 등에 관한 사항은 작가의 문학적 재능보다는 관심과 진정성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지난번과 같은 문화재 관련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 책은 보는 사람들마다 혹은 만나는 사람마다 그래도 괜찮은 책 속에 들어간다고 칭찬은 하면서도 정작 그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였습니다. 행정기관이나 문화단체 심지어 시민의 대변자라는 도의회나 시의회의 의원들도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후 어떤 경로를 통해 1,700만원의 현금지원을 받아 펴낼 수 있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때 작가로서 개인적으로 얻은 수익금은 약 300만원인데, 그간 수고한 5년여의 노력에 비하면 너무나 적은 금액이었습니다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전통과 문화 및 예술에 관한 사회의 시각이라고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우선 먹고 살기에 급급하여 주변을 돌아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겠지요.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적절한 제안이라면 좋겠지만 그것도 아니며, 지난 과거 혹은 현재가 미래를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니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도 되고요. 이렇게 소외되고 있는 것이 문화요 전통입니다.

 

 

현세의 글로벌 시대에는 한 나라의 역사와 전통 그것도 동방의 작은 나라의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미약한 특정 개인은 동북공정과 같은 흐름을 막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완전한 한 덩어리가 되기 전까지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단어가 당분간은 더 사용될 것 같은 생각이 들고, 그렇다면 까마득히 잊혀지기 전에 후세에 남길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문화와 전통이 없어지면 나라의 주체성과 민족의 구심점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고유의 전통으로 이어져 온 풍속과 절기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니, 일반인들이 접하기에 좋은 책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세시풍속’과 ‘24절기’는 전문가들이 지은 책들이 다수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기존 서적들은 대개가 비슷한 패턴을 띠며, 일부 특정 사실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변변한 사진 한 장 없이 일률적입니다. 있다는 것도 고작해야 조선시대에 그려진 '씨름도'나 '그네타기'와 같은 정도입니다.

이에 대하여 제가 펴내고자 하는 2권의 책은 이런 형식을 탈피하면서, 지난번 문화재 책과 같은 형태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주요 사진들을 첨부하려 합니다. 이는 직접 접해보지 않은 풍속에 대한 이해를 돕고 지금은 사라진 풍속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또 각 도서관에 비치되거나 사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취지와 함께 작성된 원고를 국내 여러 출판사에 보내 출판을 타진하였습니다. 그러나 1주일 늦어도 2주일 후에 돌아온 답은 자기네 출판사의 출판 방향과 맞지 않아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말은 안 하지만 자기들이 추구하는 요즘 잘 팔리는 책, 예를 들면 무한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육아 및 아동교육용 서적이나 경쟁사회에서 이기는 방법 등에 관한 내용이 아니라서 돈 벌이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꼭 내고 싶은 책이기에 지인을 통하여 여러 업체에도 부탁하여 보았으나,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때에 후원해줄 기업이 없다는 회답만 돌아왔습니다.

 

 

책은 1차로 ‘세시풍속이야기’를 올 12월 31일에 출판할 목표로 추진하여 원고 작성 및 사진 준비가 끝난 상태이며, 계획 된 여러 후속 작업들이 연결되기 위하여는 지금쯤 인쇄에 들어가야 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혼자 해결하기에는 부담이 커서 후원자가 나설 때까지 출판을 미뤄야 할지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작성된 원고를 첨부하여 보내드립니다. 책은 4*6배판 하드커버에 올 컬러로 약 300쪽이며, 정가는 3만원에 1,000부를 출간할 예정입니다.

 

제가 감히 상의 드리는 것은 후원을 해 주실 수 있는가 입니다. 방법으로는 현금기부가 아니라 출판될 책을 500권 이상 구입해 주시는 것이며, 그렇다면 책에 후원자명을 표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500권은 출판비용이 1,500만원 견적이기에 나온 숫자이며, 나머지 책은 별도의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후원자를 찾는데 벌써 1년 동안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이제 막바지 출판 시간에 쫓기어 말씀 드려 봅니다. 아주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필요할 만한 책이라면 그 정도만큼의 평가는 해주신다고 믿기에 부담 없이 말씀 드립니다.

회사 직원에게 배포할 만한 가치가 있다든지 혹은 책을 다른 곳에 기부할 만하다고 판단되시면 후원을 결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저는 출판사에 선집행하여 출판을 진행하자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도 그렇지만 한 나라가 계속되려면 어떤 방법이든 역사와 문화는 전승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과 일본은 현재까지 없었던 역사를 조작하여 만들어가면서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는 개인판단입니다.

 

개인적인 욕심만 말씀드려 송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3.10.24 000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