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어디까지가 신토불이인가

꿈꾸는 세상살이 2013. 11. 12. 11:04

이제 꼭 일주일 후면 우리의 최대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명절로, 우리 조상들의 생활상을 한 번에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멀리 타향에 나가 살던 사람들도 고향을 찾아서 부모님을 찾아서 모여드는가 하면, 친지나 가까운 이웃끼리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때이기도 하다. 조금은 부족한 듯해도 내가 베풀고 배려하는 날이 바로 추석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남에게 베푸는 것은 받는 것에 비해 훨씬 더 큰 행복감을 느끼며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옛 선조들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였다.

추석은 1년 농사를 수확하면서 기쁨을 함께하며,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자연의 도우심에 감사하는 마음을 표하는 때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웃간에 정을 나누고 서로 돕는 아름다운 풍속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커다란 명절이나 아름다운 행사에 잔치를 베풀고 흥을 돋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먹고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것이다. 춤과 노래가 있는 민족, 이것이 바로 우리 한민족의 특성이다.

명절의 잔치는 으레 웃어른에 대한 공경이 빠지지 않는다. 다른 어떤 것보다 먼저 조상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데, 우리는 이것을 명절날 아침의 차례와 성묘로 압축하여 부른다. 비록 돌아가신 분이지만 살아계신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음식을 대접하고 맛있는 술도 드려 풍성하게 보답하는 것이다.

한편, 올 여름은 이상기후 현상이 유별났다. 어느 지역에서는 기상관측유래로 가장 덥고 긴 여름이었으며, 어느 지역에서는 가장 지루하고 비가 많이 내린 장마가 있었던 해였다. 이런 연유로 일부에서는 수확을 포기할 정도가 되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미성숙 품목이 나오거나 미숙과도 발생하였다. 이것은 한가위 잔치에 쓰일 재료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 비용으로 20만 원 상 30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런 차례상을 거론하자면 으레 떠오르는 것이 바로 수입품에 대한 염려다. 앞서 말한 대로 명절에 쓰일 제수용품은 조상의 음덕과 자연의 도우심에 대한 감사의 표시다. 그러기에 반드시 우리 땅에서 내가 기른 음식재료를 사용하여야 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다. 하지만 각자의 직업이 다르고, 같은 농업이라 해도 가꾸는 품목이 한정된 마당에 모두를 직접 마련하기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 해도 수입품이 아닌 국산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데는 모두들 공감하는 편이다.

언제부터인가 전 품목 국산재료를 사용하던 것에서 점차 수입산 품목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들어온 우리다. 그러다가 이제는 국산품을 따져 구입하기가 어렵다는 정도까지 되었다. 게다가, 차례상을 내가 차리는 것보다 대행하는 전문 업체에 맡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추석의 차례상이 가지는 본래의 의미는 지키지 못하더라도 신토불이를 지키자는 것까지는 이해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수입산이라도 좋다, 상이라도 차리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심지어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서 거기에서 지내면 된다고도 한다. 다시 한 번 생각할 대목이다.

한일전 축구를 볼 때 열을 올려 응원을 하면 바로 애국자가 된다. 이것이 신토불이다. 좀 이상한 모양을 하였다면 수입산이냐 국산이냐고 묻는다. 이것이 바로 신토불이다. 좁게는 호남이냐 서울이냐를 따진다. 이것이 바로 신토불이다.

나는 며칠 전 전국의 떡집에 대한 조사를 하다가 정읍에 있는 어떤 떡집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전북에 살고 있기에 나에게는 전북에 있는 수많은 떡집이 모두 신토불이가 되겠지만, 이집은 다른 고장의 떡집에 견주어 경쟁할 만한 업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거기에는 우리가 키워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말로만 애국자라고 하면서 한일전에서 일본을 응원하면 신토불이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고장의 물품을 사 주는 것, 우리 고장의 업체를 키워 주는 것, 우리 고장의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고 타지역으로 여행을 가는 것, 정말 아주 작은 것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신토불이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지협적이라 할지 몰라도 사실은 이것이 바로 가장 기본적인 애국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애국심은 내가 속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가까운데 있는 우리 고장을 사랑하는 하는 마음이 바로 애국심인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름다운 추석 명절을 맞아 옆에 있는 이웃을 돌아보는 것, 우리 고장 제품 팔아주기가 바로 진정한 애국임을 상기해본다.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긍심보다 더 중요한 것  (0) 2013.11.12
전북의 위상 제고  (0) 2013.11.12
4대 사회악  (0) 2013.11.12
주마가편  (0) 2013.11.12
지역의 자부심을 키우는 축제로 가꾸자  (0) 2013.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