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자부심을 키우는 축제로 가꾸자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왔음을 실감한다. 물론 봄여름가을겨울을 가리지 않고 열리는 것이 축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을에 그 재미가 돋보인다. 그것은 아마도 가을이 수확의 계절이요 풍성함의 계절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가위가 들어있는 가을은 서로를 배려하고 둘러보는 정성도 묻어난다. 들판에는 황금물결이 출렁이고, 밭에서는 콩 튀는 소리와 깨 볶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다.
이런 계절에 감사의 마음이 빠질 수 없으며, 먹고 즐기는 축제가 빠질 수 없을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화관광부에서 선정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를 포함하여 여러 최우수축제 중에 우리 지역의 지평선축제도 들어있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들 축제를 따져보면 인삼축제, 송이축제, 마임축제, 흥타령축제, 머드축제, 유등축제, 나비축제, 도자기축제, 야생차문화축제, 청자문화제, 국제탈춤축제 등이다.
이들 축제의 주제를 살펴보면 송이나 산천어, 머드, 나비, 야생차, 인삼 등 그 지역의 특산물과 연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자원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진안의 인삼이 그렇고, 익산의 자생야생차가 그렇고, 고창의 머드, 부안의 도요지, 만경강 줄기인 전주천이 그렇다. 여기에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나비와 송이는 어떤가.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6개의 축제를 우리나라 최우수 축제로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는 셈이다. 거기다가 전국에서 가장 큰 화강석생산지와 사찰터, 가장 가파른 등산용 계단, 단일 최대 면적의 태양광발전소,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라는 점이다.
그러면 이들 특산물이 가지는 매력이 무엇일까. 우리가 외국에 여행을 가서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 본다거나, 색다른 풍경을 관람하는 것은 뭔가 지금과 다른 것을 느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지역의 축제 역시 지금까지의 일상과 다른 어떤 현상을 보여주며 같이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성공하는 축제의 기본이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지평선 축제를 살펴보자. 김제 벽골제에서 열리는 지평선축제는 해마다 최우수 축제에 선정되어 날로 발전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우선 큰 광장이 있어 여러 사람이 동참할 수 있으며, 넓은 주차장이 있어 외지인을 맞기에 부족하지 않다. 또 사람들의 가장 큰 욕구를 해결할 난장과 먹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흥을 부추긴다. 물론 선조들의 문화를 재연하는 장을 포함하여 현 시대를 반영하는 대중문화도 곁들인다. 또 주변에는 아름다운 정취를 가꾸어서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와서 보고 먹다가 가는 것도 좋지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라는 뜻에서 없던 공간도 만들어 부가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좁은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여 편리성을 도모한다.
그러면 이런 축제가 전라북도에 더 많이 있으면 안 되는가. 그것은 우리하기 나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좋은 축제로 만들고 못 만들고는 순전히 그곳 주민들의 역량으로 결정된다. 좋은 기획을 하고 이에 호응하는 주민들이 있음으로써 성공하는 축제가 된다는 것쯤은 시민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가장 토속적인 것, 다른 지역을 통틀어도 가장 귀한 것, 주민이 동참하는 것, 이런 것들이 모여져야 아름다운 축제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비록 횟수는 적더라도 알찬 행사를 집중하여 치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접근성이 좋아야 하며, 하루를 더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 한 번 보고 가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다시 오고 싶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일정 축제기간이 아니더라도 그곳에 가면 언지든지 그 축제에 대한 기억을 떠 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람하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휴식과 재충전의 공간을 제공하여야 한다. 덧붙여서 진행자와 집행자의 입장이 아니라 관람하고 체험하는 사람들을 위주로 구성할 것을 제1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또 하나 우리 내일부터 축제합니다 KTX타고 오세요가 아니라, 앞으로 6개월 후에 이런 축제를 합니다 미리 준비하세요 하는 식의 행정을 펴야 한다.
축제를 한다고 그냥 화분 몇 개 갖다놓았다가 행사가 끝나면 치우고, 1년 뒤에 다시 상을 차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올해가 전북 방문의 해가 맞기는 한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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