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부지닷컴/ 보보스/ 2002.11.20/ 191쪽
이 책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애환을 그린 책이다. 그러나 어떤 소설이나 줄거리보다는 짤막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하는 주제있는 단편들로 엮어진 것이다. 저자 역시 한 사람이라기 보다는 인터넷 카페의 회원들이 올린 글을 엮어낸 것이다. 따라서 구성된 줄거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한결같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 혹은 그리움을 적고 있다.
이 책은 두 번째 읽었는데, 처음에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때 읽었고 두 번째는 우리집의 평화와 행복이 그리울때 읽은 책이다. 마침 국제시장이라는 아버지들의 삶을 그린 영화가 한창일 때라 모든 사람들이 이 시대의 아버지를 다시 돌아볼 때라서 또 읽었다는 것도 포함된다. 마치 내 삶이 어떤가 하는 것을 비추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라를 읽은 설움과 전쟁으로 인한 고통 그리고 이산가족으로서의 그리움, 빈곤한 삶을 헤쳐나가는 고생들이 비쳐지는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와 함께, 그런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들의 노력이 자식들 혹은 국민을 이끌어온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나 그런 시절이 아니더라도 모든 아버지들은 한결같이 자식을 위하여 가장이라는 책임으로 가족을 위하여 희생하고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는 것은 동일하다 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와 다르지 않다. 벌써 내 나이 환갑이니 지나온 삶이 눈물과 땀으로 얼룩져 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의 아버지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삶을 논할 때면 어머니는 떠 올리지만 아버지들은 그렇게 인정받거나 떠 받들어지지 않아도 묵묵히 그리고 힘들어 쳐진 어깨에 생활의 무게를 얹어두고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다. 실직을 하여도 차마 실직이라는 말조차 꺼내지 못한 체 빈 가방을 둘러메고 공원으로 산으로 나서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아버지라는 직함이 주는 또 하나의 일상이다. 마치 자신이 아니면 가족이 굶어 죽거나 심하면 가족은 구성되지 않는 다는 강박관념과 의무감이 넘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배가 고파도 배고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며, 병들어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내가 하루 결근을 하면 그 만큼 일당을 받지 못하여 가족의 생계에 지장을 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들은 두려움이 들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용기가 없으면 없는 용기를 만들기 위하여 막대기를 들거나 연장을 들기도 한다. 모두가 이치에 맞지 않는 사리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장이라는 명함때문에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눈물이 나고 울음이 날 때에는 오히려 헛기침을 하며 먼 산을 바라보거나 딴 청을 피워 바보로 위장하는 사람들이다. 자식 앞에서 아내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으며, 항상 용기가 넘치고 자신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야 편하고 안심이 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잘못한 것을 알면서도 가족을 위해 자신이 잘못했다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고, 항상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버지라는 직함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마술이 있다.
그런 이름을 달고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슬픈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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