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대박 난 날
오늘은 3월 26일 목요일이다. 일기예보에는 오후에서부터 비가 온다고 하였다. 아침밥을 먹고 저 멀리 보이는 모악산을 쳐다보니 쾌청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냥 평범한 아침이었다.
서둘러 나섰다. 오늘은 여기저기 갈 곳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만나는 날을 위하여 준비가 스멀스멀 고개를 드는 일거리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음식은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메뉴로 만들어진다. 예를 들자면 가장 대표 먹거리 중에서 으뜸으로 끼워 주는 김치도 200개 이상의 종류로 전한다. 이런 전통 먹을거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먼 시절부터 갈고 닦은 기술로 다듬어 놓은 과학이다. 초목근피를 먹었던 바쁜 시절에도 빼놓지 않고 이어놓은 창조물이다.
오늘 어디서 어떤 물건을 구매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고, 전통 음식을 만든다면 어디서 구입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먼저 대형마트에서 나온 다음 들러야 할 곳은 중소마트. 그런데 문제는 지갑에서 플라스틱 한 장을 사용하면 되었는데 지금은 종이돈과 동전, 유통하는 화폐를 꺼내려다 발생하였다. 부언하면 가방을 분실하였다는 뜻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지자 전화번호를 저장해두었다는 것조차 기억해내지 못하고 허둥댔다. 가장 빠른 방법이 대표전화라고 선전하였지만 나는 가장 싫어했었다. 통화가 많으니 잠시 기다려 주세요. 좋으시면 1번, 아니면 2번. 싫어진다면 3번, 끊고 싶으시면 4번, 그러다가 다시 들으신다면 7번, 사람과 통화하기 원하시면 9번.
어디서? 대형마트에서! 언제? 오늘 오픈 직후! 어떻게? 카트에서! 어디쯤? 1층 주차장에! 1층은 매장인데 무슨 말인지? 옥외 주차장! 어떤 주차장? 별도로 있는 주차장이 아니라 권역에 있는 주차장! 어디쯤? 건물 밖 코너! 잠시 기다려 주세요 전화를 끊지 마시고! 한참 후에 들려오는 말은 ‘여보세요?’와 함께 ‘없는데요!’그리고 ‘와 보세요.’남 얘기 듣는 듯 뉘앙스 아니 뒤앙스.
현금 10만 원 쯤, 온누리상품권 10장 정도, 주민등록증 2장, 신용카드 3개, 기타 등등. 정말 분실했다고 떠든다면 매장 분위기가 파김치 될까 봐 일단 와서 따져보자는 뜻이었다. 주고받다 보니 속이 탔다. 서둘러 되돌아 가보니 그대로 있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 대신 어디서나 항상 감시하는 세상이라니. 현금이 100만 원이 넘는데 70만 원이 없어졌다고 하면 어찌될까? 확인해보니 없다고 말한 사람이 정말 그랬을까? 내가 보니 있는데... 어거지라도 부려볼까? 덤태기를 쓸까봐 아예 상관하지 말라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잃었다고 말하지 말고 일단 그냥 가보는 셀프 해결이 정답이었을까?
집에 돌아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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