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배기 맛을 보았나
돔배기는 금시초문이다. 듣지도 책에서도 못 보았다. 흔한 뉴스에서도 눈 씻고 찾아낼 정도다. 그만큼 널리 퍼졌다는 말이 아니다. 귀하고 비싸서 누구나 맛보기도 힘들 정도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무리 비싸더라도 잔치에는 반드시 ‘약방에 감초’가 들어가야 된다니... 무슨 말이라도 부연 설명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해상 중에서 가끔 상어가 나타나는데, 포악하여 사람까지 해친다는 젖먹이 어류다. 그런 상어는 큰 물체이니 통째로 먹을 수도 없고, 뼈가 단단하니 함부러 취급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토막을 내서 뼈를 발라 포를 뜬 다음 소금에 절인 고기를 돔배기라고 명명했다.
돔배기가 유독 경북 지역에서만 잔치에 감초로 이름 잡았을까? 유래가 전해지지 않았으나, 내륙 경북에서 귀한 재료이니 저장하는 습성이 남은 듯하다. 또한 비싸니 귀한 것이고, 정성을 담아내야 잘 먹었다는 응답을 기대한다는 말이다. 정말 경남 지역에서는 돔배기를 잔치에 반드시 차려야 한다는 법을 지키지는 않았다. 나는 비경북인이라서 당연히 먹어본 적이 없다.
반대로 전라도에서는 특산물을 홍어로 쳐주고, 그래야 잔치에 감초로 대접받는다. 홍어는 머리부터 말끝까지 버릴 것 없이 요리해 먹는다. 이순신 장군께서 ‘ 남의 애를 끓나니’라고 하셨듯이 ‘애’를 전용 요리로 만드는 판이다. 결혼과 제사, 상사는 물론 동호회에서 나들이 갈 때도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정도다. 이른바 ‘홍어 마니아’
그런데 경상도에서는 전라도 사람을 왜 홍어라고 빗댈까? 먹는 음식을 가지고... 비하하는 상황에서 왜 은유하는가? 유독 전라도 사람들은 경북 사람을 돔배기라고 왜 부르지 않는가? 비하할 상황을 알면서도 ‘돔배기’를 불러내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니다. 전라도 사람들은 돔배기 자체를 모른다. 전라도에서는 홍어 다음으로 그냥 상어고기를 올린다. 요즘 1능이 2표고 3송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전라도에서 잔치 음식은 1홍어 2상어다. 돔배기를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어는 같은 재료이다, 말리거나 쪄서 먹는 상이성일 뿐이다. 홍어를 쪄서 먹거나 탕을 끓이고 혹은 삭힌 재료 또 생 홍어를 회로 먹는 차원과 같다. 홍어회는 광어회나 우럭회와는 달리 갖은 양념을 버무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홍어 맛을 제대로 아는지!
따져보면 ‘우리가 남이가?’라는 단어가 생겼으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때부터 돔배기가 생겨난 것은 아니다. 오래전 폐쇄적일 가능성도 보인다. 지형적 그리고 지역적인 소통 부재라고 치부된다. 교통이 편리해진 요즈음에도 그렇다.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뻐꾸기의 운명 (0) | 2020.10.06 |
---|---|
뻐꾸기의 운명 (0) | 2020.10.06 |
대형마트에서 대박 난 날 (0) | 2020.10.06 |
늦게 깨달은 아부의 필요성 (0) | 2020.10.06 |
내가 아는 교회 (0) | 2020.1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