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나라는 근세 이후 많은 곡절이 있었다. 강점기의 수탈과 동족 간의 전쟁을 겪으면서 문화와 경제적으로 피폐화되었다. 이 시기를 벗어나면서 이제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혼란을 수습하기도 전에 모든 제도와 문화가 새로 차지하고 말았다. 아침에 만나면 지난 밤중에 어떤 고통과 고난을 극복하셨는가 궁금하여 ‘잘 주무셨습니까?’ 이렇게 인사를 올렸다. 식사 시간이 되거나 지났으면 ‘진지 잡수셨습니까?’하는 두 번째 인사말이 되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잘 주무시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해결해드릴 수 있겠는가? 식사할 끼니가 없어서 굶었다면 어떻게 해결해드릴 수 있겠는가? 사실 해결할 능력이 없어도 그저 인사말에 충분하다. 이것을 해결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끼리 공감하고 위로하며 안아주는 마음만으로 흡족하다. 특이한 인사말이다.
내가 무거운 짐을 처리하지 못하다가 남의 도움을 받을 때, 내가 고맙다 혹은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된다. 그리고 상대방은 ‘아니에요! 고마워하지 마세요. 혹은 감사할 필요도 없어요’ 정도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별다른 인사말도 등장하고 있다. 내가 ‘고맙습니다’ 하려다 보니 상대방이 나에게 ‘고맙습니다’하고 말을 걸어왔다. 이런 때 나는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합당한지 난감하다. 식당에서 음식을 제공하고 비용과 대금을 받아야할 주인이 고객에게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면 합당한가. 미용실에서 서비스를 받아야할 고객이 아무런 말이 없어도 제공자가 수고하셨습니다 하면 맞는가? 아니면 수고비를 받아야 할 사람이 바로 당신인데, 그래서 내가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하는 사람이 맞는가? 의사가 외래 환자와 면담을 한 후 돌아가는 환자에게 수고하셨습니다 하면 정당한가? 아니면 환자인 나에게 성심껏 진료를 해주어 고맙다 감사하다고 하는 말이 맞는가?
옳고 그르다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든지 먼저 인사하면 좋겠다고 여긴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인사하는 기본 도리인데, 욕하거나 탓하지 않으면 바로 내가 먼저 위로와 격려성 인사말로 해석된다. 돈을 주고받으면 다 해결된다고 믿어도 되는가?
요즘에는 아침밥을 먹기는 하였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지 밥 먹고 살만할 처지라서 다른 인사말이 필요해서 등장한 것이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말처럼, 칭찬하면 고래도 춤을 춘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진심을 표시하는 아부의 힘이다.
아부는 폄하하거나 훼손시키면 안 된다. 아부는 합당하며, 먼저 손을 내밀어 주면 상생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아부는 보듬어주며 칭찬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나만 베푼 것이 아니라 나에게 돌아오는 도움도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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