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냐 중하냐 대수냐?
사람이 살다보면 급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급하다는 것은 변화가 있다는 것이고 시간을 다투다가 자칫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중하다는 것은 나에게는 중요하거나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대수라는 말은 남에 비해 나에게는 이미 벌어진 큰 변화로 읽힌다. 물론 급하고 중요한 일이 흔히 일어나는 경우도 흔히 접한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는 급변한 일이고 큰 변화가 발생했다는 일로 다반사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나 주위로 읽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일로 전락하는 사례가 많다. 년 전에 판문점에서 발생한 북한 병사 귀순 건으로 급하고 중한 사고가 발생했다. 적군으로 가는 것이므로 정보가 빠져나갈 까봐 살려 보낼 수는 없다. 그래서 난사하는 총알을 맨몸으로 막다가 발생한 사고였다.
그러나 북한군 병사 사고는 우리에게는 절대로 급한 것도 아니고 중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대수가 아니다. 전 국민이 느끼는 공통감각이었다. 그러나 그 병사를 살려보자고 치면 아주 급하고 중차대한 사건이었고, 국가의 치료 수준을 읽을 수 있는 기회라서 대수로 여겨도 충분했다.
그래서 아주대학교 부설병원의 이국종 교수가 주도하여 원만한 치료를 마쳤다. 5발의 총상을 입었고, 내장 파열은 7곳 정도라서 누가 봐도 큰 사고였다. 내 일은 내 일이고 너의 일은 너의 일이라고 해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고 싶은 말은 비슷한 예이다. 아들이 최전방에서 근무할 때는 항상 긴장해야할 상황이었다. 철책을 담당하는 수색중대장으로 원하지 않는 사고가 났다. 당사자가 아들이 아니라서 급한 일은 아니었다고 본다. 병사가 근무 중에 밟은 것이 발목지뢰라면 반드시 발목이 부러져야 정상이고, 그러면 절단이 정답이다.
병사가 당한 사고라면 당연히 보내져야할 지역관할 군병원을 마다하고, 서울에 있는 수도통합병원을 뒤로 하고 사제 병원을 택했다. 그것도 서울에서 가장 큰 병원, 시설이 좋은 병원, 유능한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고집하였다. 이것만 따져도 국방부에서는 군인에게 최대한 배려를 한 셈이다. 그러면 병사에 대한 수색중대장의 무거운 마음을 덜어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가고 보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병원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결정이었단다. 그렇게 급한 사고, 발을 절단해야할 중요한 사건인데 받지 않다니 정말 안타깝다. 치료할 실력이 없어서? 당연히 절단하니까? 동네 병원에서 하는 것이 좋다는 이유일까?
아니다. 병사도 알고 의사도 아는 사건이지만, 한 사람을 위해 많은 의료진이 매달릴 수 없다는 이유란다. 유능한 병원이면 차라리 많은 환자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인술이라는 말이었다. 결과로는 병사가 이국종을 만나 절단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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