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사람 /한 호철
시대에 따라 사람에 대한 미의 기준이 변하여 왔다. 얼마 전까지도 검게 그을린 듯한 피부가 유행하더니, 지금은 깎아 낸 것 같은 갸름하고 마른 체형이 선호되고 있다. 이것이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입사시험을 치르기 전에 거쳐야 되는 필수 코스로 성형수술을 들 정도가 되었다. 그 이유는 취업문이 좁은데다, 누구나 평준화된 학력만 가지고는 돋보일 수가 없으므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미의 소유자가 되어 회사의 입사에 성공하기 위한 전략중 하나이다. 그렇게 해서 생겨난 소위 말하는 예쁜 여자가 정말로 취업에 유리할까? 사실 어느 정도는 그럴 수 있는 면도 있다고 본다. 모든 일에 목표를 정하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면, 회사에서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취업시 유리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그렇게 입사한 예쁜 여자는 정말로 일도 잘할까? 그거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예, 아니오로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래도 아니오 쪽에 줄을 선다.
이런 사람들은 단기간에 내는 일의 효과는 어떨지 아무도 모르지만 장기간 근무하는 근무조건에서 보면, 몸매 가꾸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일 외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결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다. 반대로 이런 사람들은 상사의 눈에 쉽게 띄기 때문에 상사로부터 특별한 업무를 제안 받아서 일을 하면, 같은 업무 효과로도 큰 성과로 이어지기 쉬운 장점은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가 보살펴주는 중간 간부까지는 자의든 타의든 일의 성과가 나타나기 쉽지만,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예쁜 여자는 진급하기가 어렵다고 보아야 맞을 것 같다. 주위 동료로부터의 시기, 질투, 일 이외의 외모에 대한 부담감, 직장 전체의 분위기 문제 등 정말 이론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예쁜 여자는 성공하기가 더욱 어려운 것이다.
그러면 머리 좋은 사람들은 어떤가? 예전까지 머리의 좋고 나쁨은 IQ지수로 대변하였다. 그런데 이 IQ지수는 암기력 위주의 종합력을 테스트하는 수치이므로, 이 능력으로는 적용하거나, 정해진 규정에 의한 반복형 업무에 적합하였으며,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일과는 거리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IQ가 높으면 우리나라의 학교나 입시제도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게 되어 있고, 그래서 IQ지수가 높으면 머리 좋은 것으로 통할 수밖에 없었다. 또 그들은 국가고시에 합격하기 쉬운 사회구조 속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고, 그 후에도 종사하는 업무가 행정적인 면이 강하여 계속 비교의 대상이 되는 삶을 살수 있었다.
그러나 기업의 일에 있어서는 지능 지수보다는 본인의 의지력, 인내심, 사리 판단력 그리고 성공에 대한 집중된 욕구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의 인력수급에는 IQ지수보다도 그 사람의 됨됨이나 개척정신, 창의력 등이 더 중요시되는 것이 사실이다.
프랑스에서 입사시험을 치르는데 면접을 마치고 힘없이 돌아가는 사람 한 명을, 사장이 즉각 채용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 사람은 고졸학력으로 면접시험에서 탈락하고 돌아가던 중, 복도에 떨어져 있는 핀 하나를 주웠는데, 그것을 본 사장이 내린 결단이었다. 학력이나 경력이 부족한 그였지만, 핀 하나라도 회사를 위하여 생각하는 자세는 분명히 좋은 성품으로써, 회사의 일을 잘 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연구한 결과중 한 가지 예로, 이직 사유의 80%는 잘못된 채용이었으며, 이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량보다는, 회사에 입사시 그 회사에 적합한 사람이었는지 아닌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다시 말하면 태도, 성격을 보고 채용하며, 기술은 입사 후 가르쳐도 늦지 않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취업을 하면 초기에는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도전하는 면도 많다. 그러면서 차츰 안정되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는 것에 보람을 느끼게 되며, 그럴수록 자신의 발전을 갈구하게 된다. 이런 시기가 되면 자기발전의 기회를 주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이것은 급여나 복지후생보다는 일에 대한 흥미, 도전과 성취, 새로운 부문으로의 창조로 이어진다. 이런 높은 수준에 다다르면 기술직은 고유의 기술영역을 가지게 되고, 그것을 인정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또한 일반 서비스 분야에서는 자신이 남을 돕고 있으며, 대가성이 없는 순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순간 보람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 일을 찾아서 행하게 되며, 매일 매일 직장의 일에 대하여 잔잔한 흥분이 일어나게 된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에 몰두하게 되고, 비교 수준이 높든 낮든 상관없이 어느 경지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사람을 일에 미친 사람이라고 불러준다. 결국 기업은 소속원을 일에 미치도록 만들어야 높은 성과를 산출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작업은 쉬운 것이 아니며, 시행과 착오의 반복으로 아주 적은 수의 기업만이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최고의 이익을 내는 기업이 자사 임직원 12,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사는 리더십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첫 번째로 응답했다. 말이 쉬워 리더십이지 기업과 소속원, 주변환경 등 모든 여건을 감안한 리더십이란, 성공해야만 정답이 되는 것이며 남들이 말하는 것은 원칙만 있을 뿐이다. 상사의 리더십 중 첫째는 신뢰를 주어야 하는 항목이 있다. 어느 기업이 어려워져 모든 임직원의 임금을 50% 삭감하기로 했는데, 몇 달 뒤 알고 보니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 100%를 다 받고 있으며, 특히 그 속에 사장도 포함되어 있을 때 배신감을 느꼈다고 말한 사람도 있다. 다같이 50%를 삭감해도, 100만원 받던 직원이 50% 깎이고 받는 금액과 연봉 6,000만원의 임원이 받는 50%는 같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러한 사례들은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전에 첫째 요건에서 불합격되는 상사들이다. 이런 때 얻어지는 성과는 사원들과 회사보다는 CEO 자신의 보상이 중요한, 겉치레윤리의 강조로 나타난 단기위주형 결과이다.
두 번째는 부하들이 가져야 되는 덕목으로 부지런함이 요구되었다. 특히 입사초기에는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격차 또한 미미하며, 어느 누가 업무적으로 부지런한지는 참으로 중요하다고 본 것이라 생각된다. 이것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육체적인 부지런함도 있겠지만, 업무처리를 하다가 막히는 것이 있으면 알만한 사람을 빨리 찾아가서 답을 구해온다든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자료수집을 열심히 하여 문제를 조기 해결한다든지 하는 것들도 포함된다.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한 것보다 더 좋은 기술은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사원들이 많은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며, 나타내는 성과마다 타 기업이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경영에서 보면 앞서 얘기한 성품윤리를 우선시하는 정책이 더욱 합당한 것 같다. 200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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