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일터가 되는 길 / 한 호철
기업경영에서 적극적인 회사들은 계속하여 성장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면 신제품 개발에 적극적이고, 상대 경쟁사와의 비교 분석 후 우리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언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작업등이 적극적인 기업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인재확보를 위하여 고용 후 계속적인 교육과 전문가를 스카웃 하는 등 기업성장을 위한 노력들이 적극적이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게 적극적인 기업들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 자금과 노력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기업들이 더 많이 있다.
고객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업종의 경우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것은 종업원이라고 생각한 회사도 있다. 따라서 종업원이 진정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도록 하기 위하여, 고객보다 종업원에게 먼저 무엇을 해 주어야 될지 고민하는 기업이 생겨났다. 이처럼 배려함으로써 감동을 창출하여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2002년도에 들어와서 한국경제신문사가 일하기 좋은 직장 만들기 캠페인을 벌여왔고, 10월에는 한경-레버링 일터 상을 만들어 선정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일터를 보면 신뢰와 자부심, 그리고 재미를 느끼는 기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98년 미국에서 로버트 레버링에 의해 처음 시도된 훌륭한 일터 상에 선정된 기업들은 주가가 평균 상승률 이상으로 상승하고, 신입사원 모집시 600대 1의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 적이 있다. 또 이들 업체는 외형적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둬 매출이 증가하고, 종업원들은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이 '훌륭한 일터 상' 이 가지는 명칭의 거부감도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된 이 상이 확산 추세에 있으며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올해 우리나라가 도입하였다. 레버링이 주장하는 기업의 가장 큰 자산 가치는 종업원이며 다음에 서비스, 이익의 순으로 추구해야할 항목으로 꼽았다. 이는 외부 가치보다도 내부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자세라고 보여진다.
이번 한경-레버링상에는 62개의 회사가 응모하였고, 서류심사 후 43개회사를 집중 평가하여 20개회사를 선정하였다. 이 43개회사에 근무하는 종업원은 105,517명이었고 심사를 위한 응답자는 7,805명이나 되었다. 이들 중 상위 20개 기업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 중 최고로 훌륭한 기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면 훌륭하다는 것은 형용사이므로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비교 우위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20개 기업이 가지는 그들 회사의 독특한 경영 장점은 타 회사에 비하여 분명 월등히 다른 점이 있다. 어느 회사는 퇴직자들 모임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사무실의 기본 활동운영비를 지원하는 등 남이 하지 않는 것까지 신경 쓰고 있었다. 어버이날에 사원의 부모님을 초청하여 위로하고, 일정액의 여행경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경영면에서도 투명 경영으로 사원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회사의 방침을 거부감 없이 흡수하는 정도까지 이르도록 실행하였다. 이번에 수상한 20개 기업의 각기 다른 경영철학과 그들의 예는 모든 기업들이 따라하기에는 힘든 부분이다. 그런데 그들의 공통사항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1. 신뢰가 넘친다.
많은 월급과 뛰어난 복지후생제도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 다. 직원이 일을 하는데 그를 믿고 일을 맡기는 신뢰도 필요하다.
2. 가족은 준 사원이다.
직원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의 생일이나 가정의 날, 가족행사 등 을 주선하여 회사의 행사이지만 사원들이 참여하여 소속감을 갖 도록 한다.
3. 종업원을 존중한다.
종업원의 인격을 존중하며 잘못을 지적 할 때나, 어렵고 힘들 때, 위험한 일을 행할 때의 사전 조치는 나도 구성원의 일부임 을 생각하도록 처리한다.
4. 자부심이 크다.
모든 것을 다 1등 할 수는 없으나 지역, 부문 등 어느 소속 분 야에서 최고가 되거나 월등한 우위에 있도록 한다.
5. 활력이 넘친다.
상임 조직 외 비정규 조직 등 한시적인 활동에서도 확실한 결과 를 위하여 경영자가 지원해 주며, 많은 건의와 확실한 업무추진 이 이루어지도록 한다.
6. 봉사하는 보람을 갖게 한다.
각 기업마다 자발적으로 구성된 봉사모임이 있다. 이 모임은 자 신들이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그에 필 요한 부분을 지원해 준다.
7. 작은 배려로 큰 만족을 이끌어 낸다.
작으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사원들이 감동을 하는 데, 극히 개인적인 것까지도 고려하는 세밀함을 가진다.
8. 자기계발을 지원한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를 떠나 한 조직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일 외에도 계속하여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문화적인 면, 여가 적인 면, 퇴직 후까지도 고려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9. 내부 홍보는 부족하다.
실제적으로 기업은 종업원들에게 많은 부분을 배려하고 있지만, 동양적 겸양의 자세를 취함으로써 자랑해야 할 만한 일도 사원 들에게 잘 알리지 않고 있다 .
10. 외국계 기업은 신뢰 지수에서 낮은 평가.
외국계 기업이 의사결정이나 투명경영, 공정성, 자율성 등이 높 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승진조건, 문화적 이질감, 상대적 약점 등으로 인하여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앞의 훌륭한 기업들이 이렇게 했다고 해서 다른 기업들이 그를 따라한다 해도, 모두 훌륭한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접근할 수는 있겠으나 주변 환경과 그 기업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도 어떻게 하면 훌륭한 기업군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해볼 일이다.
그러나 훌륭하게 성장하기 전에 밥을 먹고 비 피할 곳을 찾아야 한다면 그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러다가 비록 비를 맞으면서라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 일도 잊지 않고 찾아서 행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공익을 우선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훌륭한 일의 시초이다. 나보다 못한 연약한 자들을 돕는 일이라든지, 나를 돌아보기 전에 남을 생각하여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도 훌륭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소방 구조대원이 화염속에 뛰어드는 것은 자신의 생명이 아깝지 않아서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게는 우리회사가 사원들에게 훌륭한 기업이라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 중에 사원가족과 관계 있는 부분을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신입사원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 선물 보내기
2. 사원 결혼기념일에는 가족에게 기념선물 보내기
3. 사원 자녀들이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집 발간
4. 주총결과 및 경영성과를 주기적으로 사원가족에게 통보
5. CEO 근황을 사원 가족에게 홍보
6. 사외 봉사활동과 불우이웃 돕기 실시 및 그 일에 대하여 사원 참여유도
훌륭한 기업이 되기 위한 요소 중 경영에 관한 것은 여기서 얘기하기가 아주 어려운 것이며, 지금 제2의 창업정신으로 재무장하는 시기에 본질이 희석되는 우를 범할까 걱정되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희들을 믿고 노력할 테니 너희들도 나를 믿고 따르라. 그리고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열린 문을 통해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라는 식으로는 대화가 될 수 없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럴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그럴만한 기회가 주어졌을 때 형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제도를 통해, 어떻게 하기로 한 경영의 한 부문에서 사원들의 능력을 감소시키고 구호가 앞서가는 일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그들 스스로가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만약 사원들을 강제로 시켜서 해낸 일이라면 사원들은 진정으로 보람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사원들은 자기회사가 훌륭한 일터라고 생각하지 않음은 자명한 일이다.
훌륭한 일터는 사원들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지고 우월감을 느낄 때 탄생되는 것이다. 반면에 사원들은 주어진 일, 맡겨진 업무에 대하여 자기 주관적인 판단, 자기 중심적인 비판을 하지말고 객관적인 판단으로 그대로 믿고 행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한 단편만을 가지고 잘잘못을 얘기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뜻을 헤아려보지 않고 나에게 조금 불리하다고 해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남을 실컷 욕해놓고 나니 진실과 다를 때, 아니면 말고 식이 되어 버린다. 이런 마음으로는 훌륭한 일터를 만들 수 없다. 어떤 일에 있어 남을 이용하여 나에게 동정심을 유발시키거나, 다른 사람을 핑계삼아 일을 합리화시킨다면 한두 번은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사실 이 일이 필요 없지만 그 사람 잔소리 듣기 싫으면 행하라가 되어, 일에 재미가 없어지며, 이런 방식은 훌륭한 일터보다는 오히려 분열을 조장하는 이간질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든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먼저 행하고 보자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02.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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