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휴가를 마치고

꿈꾸는 세상살이 2006. 6. 4. 17:41
 

휴가를 마치고 / 한 호철


  이번 하기휴가는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었다.

 그래서 그런지 휴가가 끝난 지금에서도 일 처리를 모두 마치지 못했다는 후회가 든다.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신포리 북한강 합류지점,  화천군 화천읍 파로호! 이곳을 다시 찾아 오마하고 떠나 온지가 벌써 20년이 흘렀다. 차라리 그때 다시 온다고 하지나 말 것을 하는 생각도 든다. 매년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시간만 보냈고 다음에 다음에 하다가 기회만 놓쳤다. 이제는 다시 찾아가 보아도 나를 알아볼 사람이 없을 테니 갈 필요도 없다고, 약속 못 지킨 것에 대한 변명을 대어 보아도 희미하게 눈앞에 그림이 펼쳐진다.

 의암호, 강촌, 공지천, 육림 시장의 국밥, 육림 서점, 가로수의 안개 눈꽃, 먼지 나는 비포장 시골길 이 많은 추억들이 손에 닿을 듯하여 올해만큼은 철저히 준비를 하고 기다렸었다. 그러나 가족들의 휴가기간이 서로 달라서 계획이 한방에 날아가 버렸다. 이렇게 또 지나갔구나 생각하다가, 이것저것 해본 후 안되면 최후에 결정하는 것을 선택했다.

 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준비하고, 전에 사놓고도 읽지 못한 것을 합치니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한 아름이다.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 왜 벌써 절망합니까, 전생여행, 꿈을 도둑맞은 사람들에게, 열시간(1,2), 나의 말 남의 말..... 이렇게 7권을 읽고 나니 정말 방콕은 좋은 곳인 것 같았다.

 때마침 내린 비로 하류의 계곡은 흙탕물이라 놀러 갈곳도 마땅치 않다는 것을 진안, 장수를 거쳐 거창까지 갔다가, 물에 발 한번 담그지 못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계곡은 하류만 있는 것이 아니니, 무주의 상류계곡에는 물도 맑고 입장료도 받지 않는 곳이 있다. 가랑비마저 보이고, 철 지난(?) 깊은 산 계곡이라, 발 담그고 앉아 수박하나 쪼갤 수 없을 만큼 차가웠기 때문에, 또 발 한번 담그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서글픈 것은 전북에서 전북으로 가는데 충남과 대전을 거쳐 지나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도로 통행료를 지불하면서.... 이것은 뭔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집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안방에서 행랑채까지 가는데, 행여나 걸어가기 싫으면 자가용을 타고 가야지, 영업용 택시를 타고 가야 된다고 비유하면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고 보니 휴가가 금방 지나가 버렸다. 휴가가 끝나고 나서도 후회는 없는데 아쉬움은 남았다. 그리고 내 손에 몇 권의 책도 남았다. 내가 책을 너무 천천히 읽는 것인지, 아니면 휴가가 짧았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  2002. 08. 13.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명과 신뢰  (0) 2006.06.04
여도지죄  (0) 2006.06.04
훌륭한 일터가 되는 길  (0) 2006.06.04
일 잘하는 사람  (0) 2006.06.04
대학 경쟁력  (0) 200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