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보고나서 생각하기

덕산계곡과 용소

꿈꾸는 세상살이 2006. 7. 23. 21:11

 

 

 

 

 

 

 

 

 

 

2006.07.23  일요일

오늘은 덕산계곡(용소계곡)을 찾아보았다. 사실 덕산계곡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렇게 자주 갔었던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저 밑에 있는 용소에까지 다녀 왔다. 그래 보았자 긴 거리도 아니고 겨우 몇 백미터 거리이지만 올해가 처음이다. 항상 여기 덕산계곡만 찾으면 비가 와서 그냥 돌아가기가 일쑤였었다. 올해도 물론 비가 많이 왔다. 도로변의 안전망이 넘어지고, 도로에는 토사가 밀려 내렸던 잔해가 그대로 있다.

에위니아에 집중호우에...

이 계곡의 위로는 겨우 10 가호의 집이 있을 뿐이어서 이런 비에도 물이 맑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차갑기로 따지면 집에서 냉장고 물을 가져 간 것이나 여기 냇가 물이나 다를바가 없다.

7월 첫 주에 다녀왔던 동강의 레프팅장소와도 같은 우렁찬 물이 흘러가는 덕산계곡은 숲이 울창하다. 물이 흘러가는 곳에도 나무가 우거져 그늘을 만드니 아가씨가 놀기에도 좋다. 바닥은 겨우 무릎에 다을 정도이니 어린이가 놀기에도 좋다. 양안에는 바위도 많아 우리같은 노약자가 앉아 보기에도 좋다. 다만 한가지 강폭이 좁아 강인지 내인지가 아쉬울 따름이다.

오늘도 비가 정오쯤 부터 본격적으로 온다고 하여 내심 편치 않았다. 그래도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그냥 다녀 오겠다고 나선 길이었다. 지난 주말에 충성대에서 휴가 온 아들이 다음 주 주일날에 후반기 교육을 받으로 상무대로 간다고 하니 말이다.

비가 오실듯 말듯하니 사람도 없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겨우 10 여 명이 있을 뿐이었다. 선발대로 나선 아내와 내가 한 바퀴 돌고나서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누군지 수건까지 가져다 놓아 비에 젖은 평상을 닦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흐르는 개울물에 두번이나 빨아 모두 세 번이나 닦았다.  이제야 비로소 평상꼴이 난다.

찰밥을 싸고, 삼겹살에 반찬 몇가지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그래도 펼쳐보니 평상이 좁아 보인다.

지붕도 없는 평상은 한 방울 비에도 가슴이 철렁한다. 혹시 지금부터 본격적인 비가 오는 것은 아닌지, 이것이 개이는 비인지 도무지알 수가 없었다. 가져간 휴대용 매트와 우산으로 임시 지붕을 만들어 보았지만 아무래도 신통치 않다. 

밥을 먹고, 삼겹살도 굽고, 라면도 끓여먹고, 과자도 먹고, 음료도 먹고, 얘기도 하고, 모자란 잠도 한 숨 자고 오려고 마음먹었었지만 이것 역시 내 마음대로는 안되었다. 

오락가락하는 빗방울에 겨우 삼겹살을 굽는 둥 마는 둥 밥을 먹고 철수를 한다. 정 서운하면 차 안에서 조금 기다렸다가, 혹시나  다시 날이 개이면 라면도 끓여먹자고 위로하면서 철수를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단 5분도 지나지 않아 아들은 잠이 들었다. 그냥 구부린채로 잠을 청하더니 바로 소원을 이룬다. 4개월 동안 부족했던 잠을 차안에서 새우잠, 토막잠으로 보충하려나 보다. 저련 녀석이 감히 00 이 되려고 도전장을 내밀다니 참으로 안쓰러울 뿐이다.

나는 저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생각하니 요즘 아이들이 체력이 약한 것인지 정신력이 약한 것인지 분간이 안간다. 답은 잘 모르지만 결론은 어느 한 가지가 부족한 것은 확실하다. 우리때야 지금보다 잘 먹지도 못하고, 환경도 나빴고, 교육 기간도 더 길었었는데....

그래도 자식이 저러고 있는데 기분 좋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잃어버린 기를 모아 주어야겠다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같은 말을 뇌인다. 그러고 보니 저녀석은 행복한 녀석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아내 앞에서 감히 드러나는 말로는 못하고 속으로만 중얼거려 본다.  

이제는 어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삼계탕이라도 끓이고 집 나간 기를 돌아오라고 부탁할 수 밖에 없어졌다. 먹지 못한 라면은 돌아오는 도중 어느 아늑한 곳에서도 불을 피우지 못하고 그냥 가방속에 쌓여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차속에서는 상전 두분이서 그냥 얌전히 주무신다. 그러는 중에도 나는 무엇인가. 차가 조금만 흔들려도 잠에서 깰까봐 불안하다.

어쩌면 산악 도로야 구불 구불해야 정상아닌가. 해피 700 고지인데 귀가 멍멍하고 아파야 정상아닌가. 왜 이런 산에를 갈때면 부탁하지도 않은 차멀미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고소하고 재미만 있던데.

나도 어깨가 아파온다. 정신도 혼미해진다. 머리도 아파온다. 다리는 충성대에 다녀오던 그저께부터 아프다. 어제는 동창모임이라고해서 쉬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오늘이야 제대로 쉴 수가 있는가.

오늘은 끝까지 비가 오지는 않았다. 그냥 사람만 애 먹이려고  올듯말듯, 한 두방울 떨어지면 사람들이 놀라서 치우고, 비가 그치면 다시 가던 발걸음을 돌리는 그런 날이었다.

우리도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바로 철수 한 것이 후회된다. 그러나 작년에는 그렇게 철수한 덕분에 큰 비를 피한 경험도 있던 터라 예방이 최고라는 주의이다. 그때는 우리가 철수한 날 밤 하루사이에 장수읍내 한 모퉁이를 물이 쓸고 지나가는 그런 큰 비가 왔었던 것이다. 마침 우리는 계곡을 뒤로하고 장수읍내도 뒤로하고, 멀리 진안까지 나와서 여관에서 자고 있었던 덕분에 탈이 없었던 기억이 있으니 어쩔 것인가.

생략.

초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