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한상복지음
위즈덤하우스 2006년
배려를 읽고
한 호철
배려라는 책은 표지부터가 재미있게 생겼다. 어린이가 작은 우산으로 어른을 받쳐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작은 키에 발걸음도 다른 둘이서 같은 우산을 쓰고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둘이는 사이좋게 우산을 쓰고 간다. 책의 뒤표지에는 어른이 어린이를 업고 하나의 우산을 쓰고 가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물론 어른은 비를 맞기는 별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서로가 흐믓해 한다. 어린이가 어른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싶은 마음이나, 어린이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낸 어른이나 모두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책의 내용으로는 한창 잘나가는 위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유래없는 초고속 승진을 하여 입사 7년 만에 차장으로 발령을 받는데, 자기가 팀을 해체하여야 한다고 기안했던 프로젝트1팀으로 발령이 난다. 일에 대한 욕심도 없이 그냥저냥 근무하는 것처럼 보이는 팀원들 속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사이, 별거중이던 아내는 이혼서류를 보내온다. 자신의 하는 일이 꼬이기만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가득할 즈음, 지도자라고 불리는 회사의 고문으로부터 인생교육을 받을 때마다 쪽지 하나씩을 받는다.
그 쪽지는 행복의 조건으로 스스로를 위한 배려를 위하여 솔직하라고 한다. 또 즐거움의 조건으로 남을 위한 배려로 상대방의 관점에서 보라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에는 성공의 조건으로 모두를 위한 배려 즉 통찰력을 가지라고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와 타인 모두를 위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강제로 팀을 해체시키려는 상무이사 철혈이마는 위에게 비밀특명을 내리고, 그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책도 없이 그냥 일만하는 1팀장 공자왈, 명함수집가, 직업조문객, 조구라, 요술공주 사이에서 오히려 위의 마음이 안타까워진다. 이들은 이름이 가진 그대로 각자의 독특한 성격과 취향을 지니고 있었다. 항상 원칙과 기본을 설명하는 부장과, 남의 상가에서 발 벗고 나서 일을 도와주는 성과장, 말을 조리있게 잘하는 팀원, 여러 사람을 알고 폭 넓게 사귀는 유대리, 핸드폰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여사원 등 각자 삶의 방식이 분명한 사람들이었다.
냉철하면서도 자신의 출세를 위하여는 비정하기만 했던 위가, 프로젝트1팀을 해체하려 안달이 난 자신을 잘 포용하며 근무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동화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합심하여 달성한 결과는,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작년 성적에 30%를 추가한 120억원을 초과달성한 것이었다. 이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정해준 목표로써 팀을 해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팀원들은 이 목표를 달성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위가 팀원들로부터 배운 배려의 덕도 한 몫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위는 자기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자신이 베푼 배려가 남에게 어떤 기쁨을 주며 나에게는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팀원들은 평소 하던 그대로 자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고객들을 관리하였으며, 그 방법들을 묶어서 위의 기획력을 발휘한 것이 주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베푼 배려는 일상의 변화에 있어서도 상대방이 어려운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면 비록 자신의 목표달성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여도 말을 바꾸거나 태도를 바꾸지 않는 신뢰의 표현이었다고 할 것이다. 어떤 일을 진행하다가 상황이 바뀌게 되면 먼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의견을 물어서 협의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런 것들이 몸에 배인 팀원들이었고, 결국은 상대방도 이런 마음을 알아주었던 결과였다.
일련의 상황에서 위는 모든 일의 잘잘못이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먼저 마음을 열고 서로 이해하게 된다. 일을 수행함에 있어 남을 배려하는 것은 내가 손해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결국은 내가 베푼 배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악의 대명사처럼 느껴졌던 최상무 철혈이마와 그를 추종하던 몇몇은 다른 회사로 가고, 위기에 몰렸던 프로젝트1팀이 존속하는 결론이 났다. 물론 공자왈 부장은 신규사업본부장으로, 위는 다시 1팀장으로 승진을 하게 되는 행운을 얻었다.
다분히 인과응보적인 면도 있기는 하지만, 기업의 운용에서 모든 것을 성과위주의 경쟁상태로만 가지 말고, 협의와 배려를 잊지 말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사실 이부분에서는 얼마나 많은 기업인들이 공감할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 하겠다.
개인 간에도 마찬가지다. 상대방과 일대 일의 경쟁상대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여준다면 결국은 그것이 나에게 돌아오니 손해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 또한 개인들이 얼마나 쉽게 실천할지는 알 수 없다. 대답 없는 메아리는 더욱 공허함만 느끼게 한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한 일은 남이 모르게 하라는 말과 같이, 남을 생각해주는 배려는 무엇을 기대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으로 본심에서 우러나오는 배려는 상대방이 이해를 하든지 안하든지, 공감을 하든지 안하든지에 상관없이 그냥 베풀면 되는 것이다.
우리 주위에서도 배려가 필요한 곳이 아주 많다. 어린 아이가 식당에서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운다든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지 않고 위험하게 뛰어다니는 것 등은 남을 의식하지 않는 행동이다. 어른들은 그 도가 더하다. 주차하는 방법이라든지, 운전하면서의 행동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이나,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지나가는 행인에게 뿜어지는 담배연기는 배려가 부족한 탓이다. 가게의 물건들이 도로까지 늘어져있어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자신의 욕심으로 배려가 자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푸른 도시를 위하여 나무를 심고 가꾸는 것은 약용이나 식용의 열매를 얻는 것과 녹색의 시각적 효과뿐만이 아니라, 도심의 열섬을 없애주는 소방수의 역할도 포함되어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미래의 후손을 위한, 남을 위한 보이지 않는 배려인 것이다.
배려는 위와 같은 물건에 의한, 행동에 의한 눈에 보이는 배려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당장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어느 날 누구든지 이로 인하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배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금 배려로 인한 보상을 바라면서 베푸는 배려는 진정한 배려라고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배려는 작아도 큰 감동을 주며, 조금만 베풀어도 사회가 따뜻해지는 그런 것이다. 2006.09.1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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