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어디서 대접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꿈꾸는 세상살이 2007. 1. 15. 06:10

 

어디서 대접할까 고민하기 보다는


시내의 사무실이 늘어 선 지역에서는 식사시간이 되면 갑자기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여러 사람들이 점심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각자가 원하는 식사를 해결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 고유의 한정식을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가벼운 서양식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은 음식으로 해결하는 수도 있다. 특정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있다든지, 특별히 대접하고 싶은 음식이 있다든지 하는 경우다. 이럴 때는 시간과 장소의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어떤 음식, 어떤 맛인지 가리고 골라서 먹는 예도 있다. 이런 어려움은 어떤 독특한 음식을 대접해야 하는지, 대접을 받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그리고 특별히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은 있는지에 따라 해결된다. 

 

부족하지만 나의 예를 보더라도 대접해야 할 사람이 있는 경우 그 사람의 식성이나,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반드시 확인하는 것은 전날 혹은 최근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마지막으로 곤란하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대한 예의를 갖춰 질문한 것에 대한 답변은 의외로, 아무 것이나 잘 먹으니 적당히 알아서 먹자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마지막 대답에서 나온 말을 그대로 믿지 않으면서 또 다른 그 무엇을 찾기 위하여 고민 아닌 고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대접을 받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별반 다를 게 없음을 알 수 있다. 어제의 식사와 오늘의 식사를 모두 같은 음식으로 정하는 무성의는 곤란하겠지만, 일반적으로 그날 형편과 상황에 따라 정하면 좋을 것이다. 지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며 업무의 성격과 비교하여 추천할 만한 식당이면 무난하다는 결론이 선다.

어느 음식은 어디가 최고며, 어떤 식당은 어떤 음식이 최고라고 치더라도 굳이 선택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말자는 것이다. 대접받는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니 그냥 넘어가자는 내용은 아니다. 모든 식당을 줄을 세워놓고 순위를 매기면 반드시 순서야 있겠지만 꼭 그럴 만큼 차이가 있느냐를 보자는 것이다. 지역에서 특색음식이라고 한다면,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 차별성을 찾아 인정해주자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내 지역의 음식이라면 대접을 받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생소한 맛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의 입맛과 문화의 차이에서 느끼는 맛이 다를 사람에게, 내가 느껴온 순위 1번과 순위 2번의 음식을 미리 정하여 강요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다만 미리 말해야 할 것은 모두가 특색이 있는 음식이면서 각기 다른 맛이 있는데, 이집은 어떤 맛인지를 알려주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어쩌다 가려야 되는 음식이라면 그 사람도 다른 주문으로 협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내가 타지에서 맞는 식사를 토속음식으로 정하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접할지 모르는 기회에 아쉬운 미련이 남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대접하는 상대방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하고많은 식당들을 줄 세우고 순위를 매기는 일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토속 음식점, 특색 있는 음식점을 찾아내는데 수고를 더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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