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사진을 보셨나요?
보석인지 사진인지 우선 하나를 택하라면 망설여지는 이름이다. 사진은 사진인데 그 사진을 보석에 대고 코팅을 한 것이니 보석이 그대로 살아있기도 하다. 물론 이 보석은 아주 값이 비싼 진귀한 보석은 아니다. 그냥 보아서 좋고 아름답다는 생각의 저렴한 보석이다. 그렇다고 물품으로서의 보석을 찍어 놓은 사진은 더욱 아니다.
오래 전 어느 자동차 전장품 관련 직장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친구가 있다. 그 뒤로 중장비관련 사업을 해왔고, 요즘은 벌이가 신통치 않아 다른 업종을 구상 중이었다. 그러다가 보석 사진업을 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것저것 상의도 하고, 사업의 가능성에 대하여 많은 얘기는 나누었었다. 하지만 정작 개업식 때도 못 가본 상태라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섰었다. 그러던 중 어제는 만사 제켜두고 찾아가 보았다.
요즘 그곳은 견본을 전시하며 이곳저곳 알리느라고 분주하기가 여념이 없었다. 아쉬운 점은 사전홍보 없이 시작한 것이라서 오픈과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매출이 없는 것이 보석이 가진 흠이었다.
물론 아주 큰 회사를 차린 것이 아니니 거액의 자본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인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나보다. 게다가 작년 가을에는 딸아이를 시집보내기까지 하였으니 모르긴 몰라도 무척 어려운 상황일 듯 하다. 우리 같은 서민에게 수입 없이 지출만 있다면 그 환경이 어찌 될 것인가 비슷한 처지의 속사정이 훤하다 .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보석은 마노라는 것이었고, 마노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주로 회백색이나 담적색, 녹황색 계통을 띈다고 한다. 무늬는 대체로 줄무늬가 많으며 크기는 다양하였다.
그런데 보석사진을 선전하는 문구 중에 요한계시록의 일부를 인용하는 것을 보고는 걱정이 되었다. 교회도 다니지 않는 친구가 확실한 근거도 없이 홍보한다면 자칫 역효과가 날 것은 뻔한 이치였다. 나아가 홍보는커녕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는 대목이 아니겠는가.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라 천국성곽의 5번째 기초석에 홍마노 보석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어서 서로 웃기도 하였었다. 요즘 돈 들어 갈일만 있고 수입은 없던 차에 한바탕 부담 없이 웃을 수 있었다.
대형 마트에 밀린 재래시장의 상인들의 말이 떠오른다. 물건은 안 사가도 좋으니 가격이 얼마냐고 그냥 물어보고만 가주면 고맙겠다던 말이 실감났다.
익산에는 전국 유일의 귀금속 가공 산업단지가 있다. 그리고 거기서 가공된 보석들이 판매되는 보석판매 센터도 있다. 거기다가 보석 박물관도 있는 명실공히 보석의 도시다. 이런 보석도시에서 보석사진이라는 업종이 태어 난 것은 웬지 그냥 듣기만 하여도 좋은 이름처럼 들린다. 보석 자체로서의 가치 보전성과 그 위에 사진이 가진 추억보관 기능이 합쳐지니 작은 장식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보석에 부착된 일반 사진외에 감사패나 수료증 등은 특허출원중에 있다. 기존의 크리스탈이나 금속이 아닌 보석에 직접 코팅하는 방식인데 변색도 없고, 보석의 기존 가치를 살려주는 것에 더욱 호감이 간다.
나는 이 친구의 사업이 잘 풀려나가길 바란다. 보석 사진으로서의 사업이 성공하라기보다는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려운 환경의 사람들이 더 이상 좌절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던 주역들이 이제는 갈 곳이 없어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정도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친구의 머리맡에는 말의 뇌를 닮았다는데서 유래된 마노 보석사진이 놓여 있을 것이다. 마노는 이집트 초기 문명이 발달했었던 수메르시대에 불면증 치료에 사용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요즘 자신의 고민을 씻어주기에 딱 들어맞는 그런 상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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