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편지를 받긴 받았는데

꿈꾸는 세상살이 2007. 3. 6. 17:51

 

 

 

 

 

 

 

 

편지를 받긴 받았는데


작년 12월에 편지를 받았다. 내가 보내는 편지는 거의가 업무적으로 보내는 편지라서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아니면 이메일로 보내는 것도 불사한다. 그러다가 그마저 귀찮아지면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인 것에 비하면 파격적이다.

나는 최근 들어 연말연시 안부조차 문자메시지로 보내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편리함 때문에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나 형식적인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 최근까지 보냈던 연하우편도 자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신 이메일로 보내는 경우는 정말 많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보낼 때 요긴하게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주로 동창생들이나 모임의 회원들에게 보낼 때 주로 활용한다. 그러나 이메일로만 보내면 뭔가 성의가 없어 보이고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경우 연락이 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모임이나 행사를 알리는 경우는 반드시 우편으로 확인 발송을 하고 있다.

반면에 개인적인 일에는 편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감이 가고 성의도 있으며 뭔가 기다려지고 그리움을 남겨주는 편지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내가 지극히 개인적인 편지를 받은 것이다. 그분은 나보다도 연세가 훨씬 많으신 분이다. 흔히 말하는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만큼도 더 차이가 나는 작가분이시다. 그런데 이분의 편지가 조금 예사롭지 않아서 지금까지도 계속하여 마음에 걸린다.

우선 편지 겉봉을 보면 크기는 조금 작으면서 누런색이다. 예전의 얇고 누런 판매용 봉투가 아니라 두꺼운 종이로 직접 만드신 봉투라서 더욱 정감이 간다. 봉투는 이번에 접어서 붙인 것은 아니고 예전에 많이 만들어 놓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시중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중요한 차이를 두고 있다.

또 봉투의 겉에는 도장을 파서 찍은 문양이 있다. 그것은 한참 유행했었던 스마일 운동의 표식이다. 이정도 성의면 가히 수준급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다가 우표를 보면 지난 2006년도에 발행된 우표가 아니라 1993년도 발행 우표다. 우체국에서 이 우표를 지금 팔리는 없을 터이니 아마도 많이 사 두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것은 예전에는 수도 없이 많은 편지를 써 보냈었던 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이야 연세가 있으시니 예전만 못함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안의 내지를 보면 이보다 더하다. 종이는 봉황이 인쇄된 편지지를 사용하였는데 대나무 잎과 소나무 잎을 아울러 문양을 파 찍었다. 봉황의 얼굴부분에도 앞의 스마일 문양이 있다. 아마도 내가 잘 웃지 않는다고 이렇게 항변하고 계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이 편지를 받았던 순간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웃어른께 이 편지를 받고 어떤 답변을 하여야 할지 망설였었다. 생각 같아서는 바로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하였으면 했지만, 그 외에 내가 할 적당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장문의 답변이 되지 않을까 고민되었었다.

그렇게 망설이다가 벌써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제는 장문의 편지로도 해결 될 수가 없을 듯하다. 지금의 방법은 직접 찾아 가서 인사드리고 정담을 나누는 것이 맞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꽃샘추위도 물러간 어느 봄날에 따뜻한 기운과 함께 꽃 소식을 한 아름 안고 찾아 뵈어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바로 대답할 기회를 놓치면 이렇게 어렵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내내 건강하시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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