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떨고 있니? (1)
내가 떨고 있는지 잘봐봐.
아닌거 같은데요?
그래가지고 어떻게 알어. 여기 바짝와서 대어봐.
아닌거 같다니까요.
그럼 다행이다. 나도 떨고 싶지 않거든!
멀쩡합니다. 몸도 목소리도 아주 멀쩡해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근데 왜 이렇게 춥냐? 나는 너무 추워서 덜덜 떨리는거 같아.
내가 이렇게 딱 대고 있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겠는데요?
그래? 그럼 다행이다.
그 사이에 발자국 소리가 멈췄습니다. 그리고는 뭔가 철거덕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동료들의 아우성 소리가 온 막사를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알 수 없는 공포가 휘감고 돌아갑니다. 모두들 구석을 향하여 돌아앉았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으레 취하는 행동들이었습니다. 서로서로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내색도 하지 않습니다.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리는 듯합니다. 건물을 지어놓고 한 번도 기름칠을 하지 않았으니 문을 여닫을 때마다 정첩에서 소리가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너! 이리와.
...
어서! 이리 안 와?
...
냉정한 목소리가 온 막사를 울리지만 누구하나 대꾸를 하지 못합니다. 방금까지도 천지가 떠나갈 듯 외쳐대던 고함소리도 온데간데없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쥐 죽은 듯한 정막 속에 뭔가 묵직한 것이 질질 끌려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너는 춥지 않냐?
아니! 하나도 안 추운데요.
근데, 나는 왜 이리 춥냐.
지금이 봄입니다. 봄! 근데 뭐가 추워요?
야야, 너도 내 나이 돼봐라. 봄은 문제도 아녀. 여름이라고 안 추운지 아냐?
무슨 말을 하는지 막내는 아직 알아듣지 못합니다.
야! 빨리 물어봐. 자기 방에서 누가 없어졌는가.
막내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시키는 대로 물어볼 뿐입니다. 그러나 한 참후에 돌아온 대답은 어느 방에도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역시 그놈이야.
뭐가요?
겨울내내 독방에서 혼자 덜덜 떨고 있던 놈 있지? 그놈이라고.
겨울내내 혼자 있었어요?
그래. 우린 여럿이 있어도 추운데 그놈은 혼자 있었으니 얼마나 추웠겠냐. 심심하고 외롭고 춥고 무섭기도 했겠지.
그러게요. 우리는 추우면 몸이라도 부벼주고 말이라도 하고 심심하지는 않았잖아요.
그러니 혼자 있는게 얼마나 무서운건지 알겄냐? 그놈같이 혼자 있으먼 어느 날 갑자기 죽어나가도 모르잖냐.
한동안 조용하던 막사는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뭔가 안도의 숨을 내쉬는 것 같기도 하고,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더니 노랑내를 가져다 놓고 갔습니다. 이것은 정말 맡기 싫은 냄새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노랑내는 점점 더 심하게 났습니다. 사실은 이게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지만 한바탕 광풍이 불고 지나간 뒤에 항상 피어나는 냄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이제 밥 줘도 돼요?
조금 빠르기는 한데... 아예 줘버려라.
빨리 주고 내려가게요.
그러자. 배달하려면 시간좀 걸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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