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것들 저 짓하는 것 좀 봐라
“저봐라. 저저저... 아이구 저것들이...”
“저것들이 뭐여 저것들이?”
“그럼 뭐라고 해?”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괜찮아. 욕먹어도 싸.”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우르르 몰려가는 사람들이 매우 못마땅해서 하는 소리다. 그것도 헛기침을 해가며 괜히 폼을 잡아본다. 그러나 원래 타고난 것을 다듬는다고 뭐가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래도 선뜻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지 못하고 다만 자제하라고 할 정도다. 거기다가 당사자가 듣는 데에서는 입을 봉하고 꼭 상대방이 없을 때 하는 말이니, 다른 증거를 잡을 수도 없었다.
새로 온 관리자는 모든 일에 앉을 자리 설 자리를 알아서 처리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그 일을 완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이었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환경은 전혀 필요 없었다. 모든 일에 아전인수니 그 논에서 나는 벼들은 대체로 듣기만 하였다.
“아니! 왜 밥이 모자라지?”
“글쎄요. 맞춰서 한다고 했는데.”
“봐봐. 저것들이 먼저 와서 다 먹으니 그렇지.”
“그럼 좀 더 일찍 와서 먹으면 되겠네요?”
“그래도 종이나 치면 와야지 어떻게 더 일찍 와. 우리가 뭐 저것들하고 같은가?”
조금 일찍 와서 먹는다고 이것저것하면서 욕을 할 것은 뭐란 말인가. 최근 관리자의 눈에는 보이는 것마다 한심하고, 어설프기만 하나 보다. 아니 어쩌면 무식한 저것들 때문에 질서가 없고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만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거들기 시작한다.
“근데 어떡한대요. 식당이 비좁은데.”
“그래서 누가 뭐라고 했어요?”
“식탁은 200개, 사람은 300명인데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그러니 사무실 직원들은 항상 늦게 오잖아요”
“근데 일찍 와서 밥 먹는 게 뭐가 문젠가요? 어차피 협력업체인데.”
듣는 말은 조용하고 부드럽지만 언중유골이다. 무슨 일을 하면 항상 따지는 것이 협력업체인데, 이제는 밥 먹는 시간마저도 마음대로 하고 싶은가보다.
“그런데 쟤네들보고 줄서서 기다리다가 먹으라면 안 좋아할 걸요?”
“안 좋아하면 어쩔 건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식당을 더 지어 달라고 하겠지요.”
“식당을 더 지어 주느니 밖에 나가서 먹고 오라고 하겠다.”
“그럼 그렇게 해봐요. 어떻게 나오나.”
“그러니 왜 밥을 많이 먹어가지고 우리 식구들이 모자라게 하느냐 말이야.”
“밥 먹는데 우리 식구 니네 식구가 어디 있어요? 다 같은 일 하는데.”
“무식한 것들이 먼저 와서 밥만 많이 먹어가지고 입장 곤란하게 하고 그래.”
“아니! 밥 모자란 것이야 식당 잘못이지, 왜 먼저 먹은 것이 잘못이래요?”
“저것들이 많이씩 퍼 먹으니까 그렇지.”
“그럼 배고픈데 안 먹어요? 이 식당이 자율배식인데. 하루 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알아서 준비해야지.”
“그러니까, 내말이.”
같이 얘기하던 직원들이 노골적으로 대답한다.
“그러니까? 식당에 얘기하세요. 쟤네들 보고 뭐라 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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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협력업체에 대한 가상을 꾸며 본 것입니다. 각별히 오해 없으시기 바라며 절대 옮겨가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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