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차는 니 앞으로 해라
“엄마! 이번에 보너스타면 엄마 차 한 대 사드릴게요.”
“차? 나는 관두고 니들이나 사라.”
“왜요? 이번에 많이 탄단 말이예요.”
“많이 탄게 니들이나 사라고.”
막내는 아직 차를 사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니 크게 불편한 줄을 몰랐습니다. 어쩌다 고향에 갈 때라든지, 집안 식구들이 모이는 때에 번거로움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꼭 차를 사고 싶었습니다. 내년이면 해외근무를 하여야 하는데 족히 2년은 기다려야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가게 일을 하시는 어머니께 출퇴근용 겸 생활용으로 차를 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뭔가 표시가 나고 멀리 떠나는 자식의 마음도 편할 것 같았던 것입니다.
기왕 차를 사려면 유지비도 적게 들면서, 튼튼하고, 편리한 그런 차를 사려고 합니다. 그것도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색깔을 선택하여 기쁘게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그것이라도 해 드려야 혼자 고생하시면서 길러주신 것에 보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 자신이 곁에서 더 이상 돌봐드릴 수가 없다는 것이 걸립니다. 회사는 입사 5년 이내의 새내기 때에 의무적으로 해외근무를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 기간이 지나면 이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 차를 사면 명의는 어머니 앞으로 할 생각입니다. 기왕 사드리는 것이니 등록이나 보험, 그리고 세금이나 관련된 비용을 모두 내 드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근무를 할 때는 가능한 일이지만 해외로 나가면 어떻게 할 수가 없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면서도 차 주인 명의만은 자기 앞으로 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그러니 차는 니 앞으로 허란 말여.”
“왜요?”
“글쎄 내가 허라는 대로 혀.”
“나도 뭔가 하나쯤 해 놓은 게 있어야 할 것 아녜요.”
“아녀. 차가 니 앞으로 돼있어야 차를 볼 때마다 너를 보는 것 같을꺼 아녀? 그려야 차를 자식처럼 잘 챙기지.”
어머니는 해외로 떠나고 없는 자식이 그리울 때면 차를 보면서 그리움을 달래겠다는 말씀이십니다. 그러나 명의가 누구든 상관없이 아들이 사준 차라면 아들생각 나기는 마찬가지겠지만 한사코 반대를 하십니다. 이제 더 이상 따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이것저것 생각해서 하시는 말씀이니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나도 이제 늙어서 언제 죽을지 몰라.”
“벌써 무슨 말씀을 하세요.”
“사람 앞일을 어떻게 알어.”
“정말 사람 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런 말씀 마세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요즘 들어 부쩍 늙으셨다는 생각을 하던 차라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근데 어머니, 운전면허는 있으시죠?”
“나 죽고 나믄 그것을 어느 누가 설명혀. 아무리 말혀도 안 믿을틴디.”
어머니께서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리셨습니다.
“예? 어머니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야야. 운전면허는 없어도 장롱면허는 있다고 혔다. 걱정마라.”
어머니는 자식들끼리 다투는 것도 원치 않으셨습니다. 형제간에는 서로 의심하고 서로 경쟁하는 것도 원치 않으셨습니다. 아마도 그게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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