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떤 사람
내가 아는 어떤 사람 중에 시청의 국장으로 계시는 분이 있다. 그 분은 예전의 계장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분이니 어제 오늘 느낀 일은 아닐 것이다. 그분을 아는 여러 사람들은 말한다. 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말이다. 그것은 다들 짐작하다시피 모든 일을 억지로라도 해 준다는 말이 아니라, 가능하면 민원인의 입장에서 처리해주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반대로 그 분을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민원인의 편에서 일을 하려다보니 직원들은 더 불편하고, 행여 일처리로 인한 감사의 대상이 될까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조항을 찾아보아야 하고, 서로 상반되는 규정은 없는지 조사하여야하는 등 애로사항이 따르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어려운 민원에 대하여 이러한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한 마디의 말로 끝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의 공복이라는 공무원으로서는 민원인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도리라면 도리일 것이다.
처음부터 그 분은 어떤 일을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성격이었다. 어쩌면 시민의 공복이라는 지위를 인식하고 철저히 지키려 노력하는 분인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것은 요즘 민선 시장이 시정을 챙기고, 기업가 출신의 시장이 선출되면서 전반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를 느낀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 구태의 권위적인 공무원과 복지부동의 공무원은 많이 사라졌지만 민원인이 느끼는 감정에는 아직도 괴리가 있다.
이번에 시를 홍보하는 문제가 있어 그 분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다. 금액은 많지 않았지만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 하반기 추가 경정예산에 반영하고,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홍보라는 것은 시의적절성과 내용이 아주 중요한 것인데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그런데 여러 어려움을 감수하고 홍보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작은 일이라 하더라도 반대하기로 생각하면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계획에 없던 것이므로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 그뿐이었다. 그렇다고 누가 뭐라고 할 수도 없다. 홍보야 하기로 하면 그만이고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홍보건 결정에 대하여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의 홍보를 하는데 있어, 내가 볼 때 더 효과적인 방법을 추천하는 것은 시민의 임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 좋은 임무를 받들어 수행하는 것은 역시 공복의 임무다. 그러나 공무원이 판단하여 선택할 수도,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 고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수행함으로서 다음에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다거나, 어느 민원인이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왜 안 해주느냐고 따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따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신이 판단하여 시정수행에 어느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인지, 꼭 필요한 때에 더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것인지 선택함은 마땅한 일이다. 우선 시민의 평안을 바라는 결정을 하고, 그 사후는 공복인 공무원들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고 본다.
세상에 문턱 없는 문이 하나도 없듯이, 시청에도 대문이 있고 현관문이 있으나 그 주인이 드나듦에 편리하도록 낮아지기를 바래본다. 진정 시의 발전을 위하고 시민의 행복을 위하는 일에 있어, 자신의 업무가 늘어날 것을 알면서도 과감히 결정하는 그런 자세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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