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까치집! 이렇게 지어졌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4. 4. 20:50

까치가 집을 지었다.

 

까치집을 지을 재료들.

까치가 집을 짓다가 떨어뜨린 것들.

 

까치집을 짓기 시작하는 모습.

처음에는 흙을 이겨서 나뭇가지를 고정시키는 지혜를 보인다.

저 밑의 차량이 작게 보일정도의 높이인 약 25m 정도의 철탑에 지은 집이다.

 

 흙덩이가 비에 떨어져 나온 모습.

 

 흙덩이의 크기가 비교된다.

 

 

까치가 철탑의 구석진 곳, 30m 높이의 안전한 곳에 집을 지었다.

 그냥 보기에는 무질서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법칙이 있다.

왼쪽 위에 보이는 시커먼 부분이 드나드는 문이다.  이 문외는 모두 막혀있어 안전한 집이다.

 

 이 집 역시 맨 밑에는 흙으로 나뭇가지를 고정시켜 놓았고,

입구는 사람의 주먹하나가 들어 갈 정도이다. 이 정도면 까치가 드나드는 데도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집의 한족은 철골이 받치고 있지만 한쪽은 터진 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나름대로 받침대를 세로로 세워서 기둥을 삼아 집을 지었다.

이것을 보고도 누가 우둔한 새머리라고 놀릴 것인가.

이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까치 몇마리가 모여 연신 주위를 돌면서 깎깎거리다 순식간에 내려 꽂는다. 

잡식 동물인 까치는 사람에게 공격도 불사하나보다.

 

까치가 집을 지었다.


까치가 집을 지었다. 저 높은 곳에 집을 지었다. 아마도 멀리까지 내려다보기 위하여 그랬나보다. 그 집에서는 이 땅의 모든 것들이 보일 것이다. 풀 섶에서 움직이는 들쥐를 찾을 것이며, 한 가닥의 흔들림도 없는 도마뱀을 찾을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전혀 움직이지 않는 사체까지도 찾아낼 수 있는 좋은 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까치는 마른 나뭇가지로 지었다. 마치 대나무로 소쿠리를 만들 때처럼 둥그렇게 만들었다. 기다란 나뭇가지로 얽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늑한 집이다. 까치는 맘에 드는 나뭇가지를 발견하였다고 해도 무작정 좋아하지는 않는다. 힘들고 지친 때에도 가까운데서 아무 재료나 물어 나르지도 않는다. 선택된 가지라 하더라도 입에 물고 이리저리 내둘러서 원하는 재료인지 확인해본다. 하긴 자기 집을 지을 재료이니 얼마나 잘 알아서 할 것인가. 정말 몇 년을 두고 사용해야 할 보금자리라면 그 정도 검사를 거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까치가 집을 지었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살아있는 나뭇가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물론 생가지야 자르기도 어렵겠지만, 잘라져있다 해도 잎이 붙어있는 경우는 사용하지 않는다. 잎을 떼어내는 수고로움과 그 부산물 처리, 그리고 집을 지을 때 치수 감각의 부정확성과 기술상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원인은, 하나의 작은 생가지가 다 지어놓은 집에 균열을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이다.

까치가 집을 지었다. 자연 재료로만 지었다. 거기에는 못이나 꺾쇠를 사용하지 않았고,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시멘트를 바르지도 않았다. 끈으로 동여 맬 줄도 모르고, 그냥 얼기설기 얹어만 놓았다. 어쩌다 부족하다 싶으면 철사토막으로 보강하는 철저함도 보여준다. 이것은 완벽한 집을 짓기 위한 세심한 노력일 것이다.

까치가 지은 집은 나무가 흔들릴 때에도 이상이 없었다. 태풍이 불고 지나간 뒤에도 그대로였다. 가진 것이라고는 망치도 톱도 하나 없는 엉터리 목수가 지은 집이건만 튼튼하기는 그만이다. 엉성하게만 보이는 산발머리 집이, 단단하고 호화롭다고 위세를 떨던 사람들의 집을 비웃는 듯하다. 오늘도 까치는 그 집을 보면서 깍깍거린다. 마치 사람들에게 까불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집이라 해도 까치는 자기 집을 열심히 지었다. 비록 비바람을 피하지는 못해도 정성껏 지었다. 그 기술은 조상 대대로 내려온 방식이다. 비싼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보기에 좋고, 활용하기도 좋은 구조의 집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까지 배워 온 원칙대로 지었고, 각 재료는 흩어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는 구조로 지은 결과다.

까치는 나뭇가지에 앉을 때에도 골라서 앉고, 집을 지을 때에도 나뭇가지를 골라서 지었다. 미물에게도 잠깐 앉아서 쉬는 가지가 있고, 긴긴 밤에 자신을 맡길 나뭇가지가 따로 있는 것이다.

까치가 저 높은 나뭇가지에 집을 지었다. 내가 그 집을 올려다보면서 생각한다. 오늘 잠깐 쉬다갈 이곳은 합당한 곳인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이곳은 적당한 곳인지. 내가 짓고 있는 이집은 까치집만큼 튼튼한 집인가, 아니면 그만큼 포근할 수 있는 집인가. 나는 이 집을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과 정성을 더했는가 하는 자문을 해본다.

까치가 집을 지었다. 보기에는 엉성해도 매우 과학적이고 아주 합리적인 집이다. 그 속에서 까치는 평안히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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