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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가 채소라고 우기는 사람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4. 19. 13:50
 

토마토가 채소라고 우기는 사람들

토마토는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그러나 막상 재배를 하는 과정은 항상 한해살이로 재배하고 있다. 키는 약 2미터까지 자라는데 줄기가 땅에 닿으면 바로 뿌리를 내리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다.

보통 토마토는 주먹만한 크기의 것과 손톱만한 크기의 것으로 나뉘고, 요즘에는 그 중간크기로 달걀모양의 개량종도 나오고 있다. 열매는 하나씩 하나씩 달리는 독립형이 있고, 하나의 줄기에 포도처럼 여러 개가 달리는 송이형이 있다. 원시부터 전해오던 토마토가 인간의 필요에 의해서 이리저리 다듬어지고, 맞춤형으로 손질되어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토마토는 우리 몸에 아주 이로운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수분이지만, 단백질과 지방, 셀룰로오스, 회분이 소량 들어있고, 탄수화물도 3.3%나 들어있다. 특히 비타민이 풍부하여 카로틴과 비타민C, B1, B2, B6 등도 포함되어있다. 그 외에도 칼륨, 인, 망간, 루틴, 니아신, 과당, 포도당, 시트르산, 말산 등도 들어있는 보기 드문 우수한 식품이다. 

내가 먹어본 토마토 중에는 더운 여름날 실온에서 덥혀진 것으로, 미지근하면서 완전히 익어 말랑말랑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마치 연시와 같았는데 가장 맛없는 토마토였다고 기억된다. 딴에는 맛있는 토마토를 먹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지만, 물건도 보지 않고 구매신청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먹는 것을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잼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정도 맛이면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를 먹는 맛이 틀림없었다.

그때 우리는 여름에 나는 과일을 시켜 먹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토마토는 교과서에도 나와 있듯이 엄연한 채소다. 생긴 것이나 성분이나 열매가 맺히는 과정과 익어가는 형태를 보더라도 틀림없는 과일인데도 우리는 토마토가 채소라고 배웠다. 하긴 방금 먹은 토마토가 채소면 어떻고 과일이면 어떨 것인가. 이왕 먹는 거라면 우리 몸에 좋은 것이려니 생각하며 맛있게 먹고 소화를 잘 시키면 될 일이 아니던가.

이처럼 토마토의 생김생김과 역할이 과일과 같으나, 미법원에서 채소라고 판결이 난 후로 우리도 토마토를 채소 속에 넣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교과서에서는 채소이지만, 시장에서는 과일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바로 토마토이다. 이렇듯 주소지와 사는 곳이 다른 것이 몇 가지 더 있다. 수박 참외 딸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식품들은 예전에 미국에서 농산물을 수입할 때 과일과 채소에 붙이던 관세가 다른데서 연유한다. 당시 자국의 농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채소에 붙이던 관세를 토마토에 붙이기 위하여 채소라는 판결을 하였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그러면 당시 채소라고 판결한 근거는 무엇이었을까. 그 원인은 단순하게도 토마토에도 채소처럼 많은 섬유질이 들어있다는 이유였다니 근거치고는 좀 단순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법원에서 그렇게 판결이 난 후로는 어쩔 수 없이 토마토는 채소라는 것이 맞는 답이 된 것이다.

그 후 많은 세월이 흘렀다. 현재는 토마토에는 섬유질이 많이 들어있어서 먹는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당시의 토마토가 가졌던 섬유질은 다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당시 판결이 옳은 것이었다면 지금의 토마토는 우리 입맛에 맞도록 너무 많이 개량을 한 탓은 아닐까. 채소를 과일로 변화까지 시키는 우리 인간들의 욕심은 도대체 그 끝이 어디일까. 자연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순응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