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것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4. 30. 10:30

어떤 사람이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 담당자에게 봉투를 주고 갔단다. 말없이 주고 간 그 봉투 속에는 수표가 두장 들어있었단다. 금액은 30억원. 그런데 그돈을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없었고, 그것을 전해 준 사라들도 누군지 말을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어떤 사람들이 말을 하였다. 세상에 보기 드문 아주 귀한 선물을 하였다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주 훌륭한 일을 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내가 듣기에도 아주 선한 일을 한 사람이라며 아무리 돈이 많이 있다고 하여도 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이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프로를 진행하면서 가끔 느끼는 것이 게스트로 초대된 유명인들도 참으로 열성이다는 것이다. 바쁜 가운데도 시간을 내어 찾아가주고 같이 어울려주고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용기를 심어주는 등 여러가지로 보기 좋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옥에 티가 있다면 그들의 복장이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였다. 너무 화려하다든지, 너무 악세사리가 많다든지, 너무 고급이라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보인다. 자칫하면 좋은 일을 하고도 위화감을 주거나 거부감을 낳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 프로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가끔은 즐거운 내용을, 기쁘고 유쾌한 내용을 전해줄 수도 있으나 그런경우를 제외하고는 복장과 태도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특히 이 프로가 삶이 고달프거나 힘들고 환경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자는 내용이라면 거기에 어울리는 복장이어야 한다고 본다. 한 겨울에 반팔차림의 옷을 입고 나오고, 그것도 화려한 색상과 활동하기에 민첩하지 못한 너풀너풀거리는 옷 등을 입으면 우리는 그 프로를 보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될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몸이 불편하여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환자를 소개하고 돕자는 내용에서 반감을 살 수 있는 것들이다.

 

그와 같은 복장은 방송국의 조명이 너무 밝아서 열이 많이 난다고 들은 적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방송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돈이 부족하여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을 보살피고 돕기를 바라는 프로에서 낭비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타인에게 낭비를 가르치는 것은 참으로 잘 못된 일이다.

 

그 방송을 하기 위하여 자신의 돈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사람들이 모아 준 돈으로 운영하며, 그런 프로를 진행하면서 낭비를 한다면 그것은 아니다싶다. 그러고도 어떻게 외화를 낭비하지 말자는 말과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요즘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하여 온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어떤 부류는 이제 죽고 못 산다는 말을 하는 마당에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프로를 보면서 1,000원, 2,000원 눌러주는 전화 번호는 진행자의 체면을 생각해서가 아니다.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오로지 힘들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도와보자는 생각에서 하는 행동이다. 그러나 자칫하여 그런 기분들이 행여 진행자나 참여자로 인하여 반감된다면 이것또한 슬픈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해서 줄어 든 금액이야 돈 많은 사람들이 마음먹고 한번 인심쓰면 모든게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 전화 번호를 눌러대는 고사리 같은 어린이나, 자기는 겨우내 보일러도 틀지 못하고 살던 노인들, 그리고 손가락이 구부러져 제대로 누르지도 못하는 장애인들의 마음까지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잊고 살아야 할 것이 많이 있지만, 잊지 말고 살아야 할 것도 많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