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아서 좋은 것/잡다한 무엇들

봉숭아꽃물의 배려

꿈꾸는 세상살이 2007. 5. 11. 18:12

 

봉숭아물을 들인 손을 내밀며 자랑을 한다.

 

“언제 들였어?”

“어제”

“꽃 색깔이 좋은데! 어디서 났어?”

“응. 주차장.”

“주차장? 거기는 유료주차장이잖아.”

“응, 괜찮아.”

“아무 말도 안 해? 혹시 돈 내라고 안했어?”

“돈은 무슨 돈. 오히려 마음대로 따가라고 하던데!”

“그래? 보기하고 다르네! 나도 지나다니면서 보기는 보았는데 돈 내라고 할까봐 겁이 나던데.”

“아니야. 차들이 주차하는 데는 더러우니 저 안쪽에서 깨끗한 것으로 따가라고 알려주기까지 하던데?”

 

손톱에 들인 봉숭아물이 예쁘게 보였는데, 그보다 더 예쁜 것은 주차 관리인의 마음씨 같았다. 봉숭아꽃잎 하나로 여러 사람이 즐거워지는 순간이었다.

남을 배려하는 것이 어려운 줄은 알고 있지만, 아주 작은 것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배려가 결코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는 아주 사소한 것도 남에게는 요긴하게 쓰이는 것들이 많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배려는 나에게 있어 작은 정성이지만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큰 도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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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다른 사람의 것을 참조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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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숭아꽃이 피었다. 화단 가득 피었다. 해마다 너무 많아 낫으로 잘라내주던 꽃인데, 올해도 많이 피었다. 잘 익으면 저절로 터져 나가 퍼지는 씨앗때문일 것이다.

이꽃으로 손톱에 물을 들인후 첫눈이 올때까지 물들인 흔적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그런데 보통은 그 전에 모두 깎아서 없어져버린다. 첫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첫눈이 일찍 왔으면 좋겠다. 아니면 나도 손톱을 깎지 않고 길러서 내년 봄에나 깎든지 ...

대부분의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젊은 청춘의 손톱은 빨리 자라기 때문에 그만큼 빨리 잘라주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아픈 사람들의 첫사랑이 소설이나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이것도 아픈 사람과 손톱이 자라는 속도와 상관관계가 있을 것은 자명하다. 나처럼 나이가 조금 들었다면 조금 더디 클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