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년초가 되면 담배를 끊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 결심을 실행하지 못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여 실행하기는 하였으나 또 다시 유혹에 빠져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많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담배를 끊으려면 처음 끊을 때에 확실하게 끊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들면 담배의 목을 비틀어서 다시는 붙어있지 못하게 한다든지, 아니면 담배를 서슬퍼런 낫으로 싹뚝 잘라버린다든지 하여 다시 붙을 수 없게 하는 방식을 말이다.
내가 지나 다니는 길가에 담배밭이 있다. 이제 넓다란 잎이 풍성하게 나 있고, 언제든지 담배가루를 만들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자라있다. 나는 지금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담배에 대한 관심이 없으나, 내 주위의 지인들이 담배 농사를 짓고 있으니 아예 모른 척 할 수 도 없다. 만나면 김은 언제 매느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잎은 언제 따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잎을 따서 오래동안 건조시키는 과정을 보노라면 그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담배가 무럭무럭 자라는 시기로 이제는 담배밭의 땅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오며가며 보던 밭에서 사진을 한장 찍어본다. 담배가 자라는 과정을 한 번도 지켜 본 적이 없으니 올 한 해는 가능하면 과정 과정마다 사진을 찍어두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담배밭에 꽃이 피었다. 담배꽃이다. 담배 나무를 보는 것도 쉽지 않지만 처음 보는 꽃이 신기하여 또 사진을 찍었다. 마치 나팔수가 불어대던 모양도 같고, 혹은 분꽃 같이도 생겼고, 어떻게 보면 트럼펫처럼도 생겼다. 그러나 정작 꽃받침과 씨방에 가서 보면 우리 고유의 참깨 꽃과도 닮았다. 참깨는 고소한 맛을 주는데, 담배는 어떤 맛을 줄까. 이것도 고소한 맛일까?
다음 날 아침, 지나가는 길에 쳐다 본 담배밭은 꽃대가 하나도 없이 민둥하기만 하다. 이상한 일이다. 어제는 분명히 보았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꽃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담배꽃으로 담배를 만드는 것도 아닐진데, 어느 누가 어릴 적 나처럼 장난삼아 잎을 말려고 끊어갔단 말인가. 그럴려면 잎을 따갈 일이지 꽃대는 왜 꺾어갔는지 모르겠다.
많은 담배를 수확하기 위하여 잎이 더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농부의 심정을 알것 같다. 한창 자라야 할 시기에 사춘기를 맞으면 성징으로 보아 성숙은 하겠지만, 육체적 정신적 성장은 멈추게 되는 것이 마치 우리네 인생과도 같다고 할 것이다. 담배씨야 나중에 별도로 장만하면 되겠지만 담배잎은 바로 소득과 직결되는 것이니, 지금은 잎을 키울 시기였던 것이다.
마치 담배를 끊을 때는 이렇게 끊어야 한다는 것처럼, 꽃대를 예리한 낫으로 단 번에 잘라서 미련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일게다. 거기다가 손으로 실랑이를 하며 목을 부러뜨리는 것보다, 낫으로 베면 담배에게도 고통을 덜 주어 스트레스를 덜 받을 것이라는데도 이의가 없다. 스트레스를 덜 받은 담배는 잎이 풍성하게 자라고 뿌리도 깊게 내려 많은 영양분을 쉽게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수확의 증대로 이어지는 것이니 바로 선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는 것이렸다.
올해 연초에 세웠던 금연에의 계획은 비록 물거품이 되었다 하더라도, 여기 담배를 보면서 다시 금연의 불을 지펴본다. 담배는 꼭 끊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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