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나의 주변 이야기

소엽풍란의 꽃대와 꽃 살펴보기

꿈꾸는 세상살이 2007. 7. 30. 17:26

소엽풍란이 피었다.

작년에는 꽃이 핀 것을 못 느끼고 지나갔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하다보니 꽃이 핀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작년에는 내가 무관심하던 만큼에 따라 꽃이 피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소엽풍란은 벌써 7년도 넘은 과거에 어느 분이 선물해 주신 것이다. 그분은 나보다 연배가 20년도 넘게 많으신 분이셨다. 지금은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인데 이 소엽풍란을 보니 새삼 당시가 떠오른다.

 

이야기 끝에 집에 화분이 좀 있다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어느 휴일에 갑자기 분갈이 재료를 싸들고 찾아 오셨었다. 난이 있다고 했으니 가벼운 인공돌 거름과, 서양란도 있으니 나무껍질로 된 거름 등을 적당히 준비하셔서 가져 오셨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분갈이를 시작하셨다. 평소 이 방면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니 모든 재료와 도구를 준비하여 오신 것이었다. 추가로 필요한 것은 낡은 화분의 흙과 영양가없어 버려지는 거름들의 처리였으니 그것은 나의 몫이었다. 그런데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분갈이에 그만 재료가 바닥이 나고 말았다.

화분의 수가 자그마치 50개가 넘으니, 간단히 생각했던 분갈이에 그분도 지치시고 시간도 어지간히 지나가고 있었다. 할 수없이 대안을 찾은 것이 최근에 분갈이 했던 화분은 그냥 놔두고 오래된 것만 골라서 분갈이를 해주기로 하였었다.

그렇게 해서 마무리된 분갈이는 하나의 정원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선물까지 주고 가셨는데 그것이 바로 소엽풍란이었다. 

 

사실 나는 소엽풍란이 무엇인지, 춘란이 무엇인지, 소심이 무엇인지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그냥 보고 좋으면 다 좋고, 푸르고 생기가 돌면 다 좋아 보였다. 정작 이름을 알고 그 꽃말도 알고, 원산지나 특징을 알고 즐기면 백배나 더 좋겠지만, 나는 그냥 조용히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소엽풍란!

꽃잎이 소엽이다. 아니 세엽에 더 가깝다. 수염도 길고 가늘다. 가만이 보고 있노라니 여느 꽃과 달리 신기하게 생겼다.

오늘 아침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왔나, 땅에서 솟았나 하는 정도로 피어있는 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에서도 꽃을 피우려고 봉오리를 짓고 있었다.  이꽃을 보는 순간 돌아가신 그 분이 생각나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화분은 하나 밖에 없지만 이리저리 돌려가면서 사진을 찍어 두었다. 마치 여러 개의 화분에서 찍은 것처럼 천천히 여유를 부려 보았다. 

 

작년에도 피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로는 처음 마주하는 꽃이다. 벌써 여러 해가 지났지만 어쩌다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까 생각하니 내가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였다는 결론이 선다. 

하긴 아무리 노력해도 내 마음의 여유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것도 참으로 이상한 노릇이다.

올해에는 소엽풍란이 꽃피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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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꽃대가 올라온 것을 알고있었다. 그러다가 혹시 기회를 놓칠까봐 새벽에 일어나 사진을 찍어두었다. 이번에는 피는 과정을 놓치지 않고 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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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맺혀 있던 봉오리가 피는 모습 추가 (2장)

 

 

 

2010.06.13 꽃대가 올라온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