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소설, 꽁트, 동화

[스크랩] 기도하는 농부

꿈꾸는 세상살이 2008. 11. 18. 23:24

기도하는 농부


백성은 하늘을 원망하였다.

이제는 소리 내어 울 힘도 없을 즈음

마침내 왕이 무릎을 꿇었다.

울부짖는 백성들의 원성을 들으면서 

땡볕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뒷짐 진 농부의 손등이 자갈논처럼 딱딱하다. 

갈라진 논바닥 속으로 내뱉는 한숨만 채워지고

쏟았던 눈물로는 모자라 아직도 먼지가 날린다.

이제 그만 노여움을 풀라고 애타는 농부는 기도하였다.


어미는 자식 잘 되기를 빌었다.

풍요롭고 강녕 다복하라고 빌고 또 빌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권세를 갖게 해 달라고 빌었다.

어미는 나보다 내 자식 잘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농부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풍성한 수확은 그만두고 탐스런 열매조차 욕심이라고

어미의 마음보다 더 간절하게 빌었다.

풍요는 언감생심 그저 살게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꺼져가는 생명을 잡은 애끓는 농부는 기도하였다.

출처 : 한국농촌문학회
글쓴이 : 창암(한호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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