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농부
백성은 하늘을 원망하였다.
이제는 소리 내어 울 힘도 없을 즈음
마침내 왕이 무릎을 꿇었다.
울부짖는 백성들의 원성을 들으면서
땡볕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뒷짐 진 농부의 손등이 자갈논처럼 딱딱하다.
갈라진 논바닥 속으로 내뱉는 한숨만 채워지고
쏟았던 눈물로는 모자라 아직도 먼지가 날린다.
이제 그만 노여움을 풀라고 애타는 농부는 기도하였다.
어미는 자식 잘 되기를 빌었다.
풍요롭고 강녕 다복하라고 빌고 또 빌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권세를 갖게 해 달라고 빌었다.
어미는 나보다 내 자식 잘 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농부는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빌었다.
풍성한 수확은 그만두고 탐스런 열매조차 욕심이라고
어미의 마음보다 더 간절하게 빌었다.
풍요는 언감생심 그저 살게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꺼져가는 생명을 잡은 애끓는 농부는 기도하였다.
출처 : 한국농촌문학회
글쓴이 : 창암(한호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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