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현동부도(慕懸洞浮屠)
전라북도 익산시 모현동 1가 719-1번지의 작은 사찰에 부도 1기가 있으니 모현동부도라 부른다. 모현동부도는 1984년 4월 1일에 문화재자료 제13호로 지정되었는데, 이는 사찰 혜봉원의 소유이다.
모현동의 혜봉원(慧峰阮)은 1894년 삼곤사(三坤寺)라는 명칭으로 창건되었다. 1955년에 금산사의 승려 하규호가 인수하였고, 인근의 부지를 더 매입하여 중창하면서 자신의 법호인 혜봉을 따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꾸었다. 삼곤사는 조선 인조 때 전북 군산시 서수면 무장리 보천사(寶泉寺)에 있던 연화당(蓮花堂)스님의 후덕을 추모하기 위해 제자들이 건립한 것이다.
한편 혜봉원의 정원에 있는 부도는 원래 군산시 서수면 장군리에서 익산시 갈산동의 민가 정원을 거쳐, 1960년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다. 그래서 ‘모현동부도’가 ‘연화당부도(蓮花堂浮屠)’, 또는 ‘보천사부도(寶泉寺浮屠)’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원래 부도란 불타(佛陀)와 같이 붓다(Buddha)를 번역한 것으로 전하면 솔도파(警堵婆), 즉 탑파(塔婆)의 전음(轉音)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어원으로 따져보면 불타가 곧 부도이므로 외형적으로 나타난 불상이나 불탑이 바로 부도이며, 한편으로는 승려까지도 부도라 부르는 예가 있어 매우 넓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에는 탑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보관하기 위하여 만든 것에 국한됨에 비해 부도란 원래 스님의 무덤 또는 사리탑이며, 스님의 일대기를 적어 보관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은 탑으로서 내장자의 분신처럼 여기기도 한다.
모현동부도의 지대석(地臺石)은 8매의 석재로서 네모꼴을 이루고 있으며, 그 위에 놓여진 하대석(下臺石)은 비교적 낮은 8각형이다. 하대석 중판(中瓣)의 연꽃잎 끝이 아래로 향하고 복련(覆蓮)이 피어있는 조각이다.
중대석(中臺石) 받침은 위가 좁고 아래는 넓은 형태로서 8각을 이루고 있는데, 하대석보다 월등하게 크며, 아래·위에 연꽃무늬와 더불어 중간의 각 면에 조각을 한 것은 다른 부도에 비하여 특이하다. 상대석은 둥근 형태로 8엽의 중판 연꽃잎 끝이 위로향하여 오므라진 앙련(仰蓮)을 새겼다.
탑신부는 상대석 상면에 높이 46cm의 원구형의 탑신을 올려놓았으며, 그위에 낙수면의 경사가 급한 8각형의 옥개석을 올려놓았다. 긴 상륜부는 상륜받침이 있고, 그 위의 중앙에 이음구슬문양이 양각된 원주형의 복발(覆鉢)이 있다. 그리고 보륜(寶輪)이나 보개(寶蓋)를 구성하지 않고 바로 보주(寶珠)를 조각하였다. 중대석받침은 하대석보다도 월등하게 크며 상하에 연화문과 중간의 각 면에도 조각이 되어있는 것도 일반 부도에 비하여 특이하다. 기단부의 총 높이는 1.25m, 부도의 총 높이는 2.5m이다.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부도는 간략하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기단과 중대석을 받치는 또 하나의 높직한 중대 받침석은 이 부도만의 특징으로, 그 형태나 조각 수법으로 보아 원래의 부재가 아니고 후에 만들어 끼운 것으로 추정된다.
본래 부도나 탑은 그 목적이나 어원이 같은 것이지만, 탑은 부처의 묘탑용(墓塔用)으로 사용되며 부도는 승려의 묘탑용으로 구분하여 사용되고 있다. 양식을 보면 탑은 주로 사각형의 방형중층을 이루고, 부도는 팔각의 기단부에 단층의 탑신을 세운 후 옥개와 상륜부를 갖추는 형식이다. 이 모현동 부도에서도 대체로 부도의 형식을 취하나 상대석과 원구형의 탑신, 낙수면이 급한 옥개석 등은 다른 부도와 차별화된다.
이 외에도 보물 제 1301호 해인사 사명대사부도, 보물 제380호인 하동 쌍계사부도, 보물 제173호 울산 망해사지석조부도(望海寺址石造浮屠), 보물 제257호 공주 갑사부도(甲寺浮屠), 보물 제372호 진주 용암사지부도(龍巖寺址浮屠), 경북도유형문화재 제129호 영주 초암사서부도(草庵寺西浮屠) 등 전국의 많은 부도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부도는 대체로 탑보다 작게 만들어져 있기에 가끔 도난당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현재도 많은 수의 보물급 부도가 위치를 옮겨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평창 월정사부도, 순천 선암사태허당부도, 순천 선암사화산대사사리탑 기단, 양양 명주사 성월당부도 및 보월당부도, 영월 흥월리흥교사지 석종형부도, 김천 봉곡사 금악당부도, 금산 신안사부도, 충주부도 상륜부, 남원 실상사부도 보주, 부안 내소사부도, 순천 동화사부도, 순천 동화사 면서당부도 등이 그 예이다.
혜봉원은 시내 모현동 주택지에 있는 작은 사찰이다. 신도수는 잘 모르겠지만 가깝다는 편리성으로 사람들이 자주 찾을 만한 사찰이다. 전체 부지가 조금 협소하여 아기자기한 맛을 주는 곳이다. 문간을 들어서면 바로 좌측에 작은 정원과 커다란 입불이 있고, 정면에 해탈문, 우측 화단에 모현동부도와 5층석탑이 있다. 해탈문(解脫門)은 사람이 통과하면서 해탈하라는 문인 것은 동일한데, 2층에 북을 치는 누각을 지었으니 북루다. 이 북루는 우화루(雨花樓)라는 이름을 별도로 붙여 놓았다. 해탈문의 뒤에는 요사채와 대웅전도 있다. 여기 대웅전에는 목조석가여래삼존상이있는데 시도유형문화재 제190호로 지정되어 있다.
시내에 있다는 장점을 살려 아침 일찍 들렀더니, 절에서는 아직 식전(食前)인 듯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활짝 열려져있는 대문은 종교적 입장에서 보아 아무나 들어와도 좋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주인은 일어났는지, 아침밥은 먹었는지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곳이 종교시설 아니던가. 작은 경내는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탑 하나에 불상 1구, 그리고 부도 하나가 전부였다. 부도는 비록 작을지라도 어깨에는 이끼가 앉아 그간의 세월을 말하고 있었다.
혜봉원의 정문 바로 옆에는 아담한 효열각이 있다. 여기에는 효열부남평윤씨비와 효열부문황류씨비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이 비는 1964년8월에 세워져서 문화재적 대우는 받지 못하고 있으나, 두 분이 나란히 효열비를 세울 정도라면 많은 귀감이 될만한 분들인 것 같다. 혹시 혜봉원의 근처에 살아서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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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투데이 2010.04.07 게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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