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어린이날과 선거

꿈꾸는 세상살이 2011. 5. 11. 09:13

2011. 05. 11 

어린이 날과 선거

언제나 그랬듯이 누구도 치우침이 없이 중도를 가라고 내려주는 선거가 재보선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정부에서 야당이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여 힘을 과시하자 바로 이어진 재보선에서 여당이 많은 호응을 얻었었다. 이번 재보선도 예외는 아니었다. 집권여당이 많은 의석수를 가지고 국정을 좌지우지할 때 국민들은 재보선에서 야당을 선택하였다. 그러나 완전한 야당의 승리로 나타나면 자칫 오만해지기 쉬운 탓에 약자가 승리를 하되 완벽한 우세를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기억하는 한 총선과 보선에서는 항상 그래왔었다. 이것이 곧 천심인가 보다.

이를 풀어보면, 뭔가 잘할 것 같아서 선택을 해주었는데 의외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 약자를 지원하여 견제를 위한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4월 27일의 재보선에서는 각 당에서 온 힘을 붓는 것을 느꼈다. 물론 어느 선거 어떤 선거든지 각자의 목적이 있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고 이기려는 과정이라 이해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를 통하여 인간은 어디까지 정직해야 되는 가를 생각해보았다. 가훈이 정직이라고 하면서 행동은 항상 앞과 뒤가 맞지 않는 사람도 있고, 국민의 머슴으로 일하겠다고 하더니 당선되고 나서는 목에 힘을 주고 군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하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국민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나는 정직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까. 우리는 흔히 정직을 거짓말하지 말라는 말로 해석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나는 여기에 거짓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를 더하고 싶다. 사회에 반하는 행동, 국익에 반하는 행동, 우리에게 손해를 주는 행동, 우리의 고유문화에 거스르는 행동을 거짓에 포함시키면 무리일지 모르겠다.

이번 선거에서의 예로 선거운동원들이 불법선거운동을 하였음에도 당사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하면 그것이 옳은 행동인가 말이다. 정말 본인은 몰랐었더라도 우선 자신의 조직원들이 일으킨 명백한 사실에 대하여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모르는 일이며 내 잘못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이 진정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의 태도인가 묻고 싶다. 이것이 정말 정직에 포함되지 않는가 묻고 싶은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다른 지역의 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람은 작년 8월 국무총리 후보에 올랐다가 인사청문회 검증에서 여러 가지 비도덕성 문제가 불거져 스스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올 4월의 재보선에 지도자로 나선 것이다. 지난 인사청문회에서의 낙마는 바로 정직과 직결되는 것이었음으로 이번 선거에서 나서는 입장은 먼저 과오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였는가가 논조다.

그리하여 유권자들은 정말 그를 용서하고 다시 한 번 새로운 각오로 일해주기를 바라서 선택하였는가가 궁금한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마땅한 인물이 없어서 다른 사람을 선택하지 못하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미 과오로 검증된 사람은 다시 믿어주면서도, 아무런 과오가 드러나지 않고 선량한 사람은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과오든 성과든 앞에서 검증된 사람은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허구다. 그 사람도 처음에는 아무 것도 검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출발한 풋내기 시절이 있었다. 그 사람도 처음에는 그냥 잘할 것 같은 마음에서 선택된 사람이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여야 한다.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은 항상 최악보다 월등하고 차악보다도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동영상을 보면서 주어가 없으니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어불성설의 백미로 꼽는다. 그런 말을 듣고도 그를 우리의 지도자로 선택한 우리는 우리가 정직하지 못했다는 반증일까. 선택된 우리의 지도자가 좀 더 정직해질 수는 없을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좀 더 정직해질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들이 어린이날에 어떻게 올바른 가치관을 가르치고, 백년대계 국가의 동량을 어떻게 육성해갈지 걱정이 된다. 이린이 날을 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