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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3호실

꿈꾸는 세상살이 2011. 11. 11. 16:34

403호실 (한호철)

 

“해란아! 해란아! 정신차려!”

얼떨결에 응급실 입실절차는 마쳤지만 이동식 침대에 누워있는 해란을 보는 형철은 이미 평정심을 잃고 있었다.

어제 업무를 마친 후 저녁 식사를 할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해란이 오늘 아침 교통사고를 당했다니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 누군가가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쳤는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그 흔한 접촉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었다. 비록 분위기가 그럴듯한 곳에서 와인을 마시기는 했었지만 그렇다고 아침까지 술기운이 남아 운전에 지장을 줄 정도도 아니었으니 음주운전은 더더욱 생각되지 않았다.

반바지에 민소매를 입은 해란의 몸은 온통 피로 칠갑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의식마저 잃고 있으니 어느 누가 보아도 다급해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과다출혈이나 별다른 외상이 없다고 하니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그저 그렇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런 얘기를 들은 형철의 마음은 안절부절이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수없이 많은 사건을 통하여 외상보다 내상이 더 무서운 것이 교통사고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 사고는 필시 고부간의 문제에서 비롯되었거나 남편과 관련된 가정 내 문제일 확률이 높다는 직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환자는 의사에게 맡기면 될 일이지만, 자신은 이 일의 뒤처리를 왜 도맡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는 꼬인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아직도 나이답지 않게 여린 몸매도 그렇거니와 하얀 피부에 묻은 피 사이로 드러나는 해란의 얼굴이 더욱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보호자 분 빨리 오세요. 사진 찍어야 하니까 녹색줄을 따라 CT촬영실로 가세요.”

어느 순간 형철의 손에는 해란이 누운 침대가 쥐어져 있었다. 누가 시키고 누가 승낙을 하였는지 따질 겨를도 없이 침대가 밀려가기 시작하였다. 그 순간, 해란을 거드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일을 처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제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하셨나요?”

“아니! 남편 분 아니세요? 환자 지갑 속에 명함이 한 장 있어서 남편이신줄 알았는데...”

“아~ 그랬군요. 잘 하셨어요.”

일이 이쯤 벌어지자 형철은 자기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처지가 못 되었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맞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그 명함 어디있는데요?”

“여기요!”

‘00연구소 계장 양 형철’

다시 보아도 형철의 명함이 틀림없었다. 뒤에 적힌 명함을 건네 준 날짜를 보아도 본인의 필적이 확실하였다.

대학 때 MT에 가서 처음 만난 해란은 그 뒤에도 몇 차례 만났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형철이 군대에 가면서 멀어졌고 이내 잊혀진 관계로 변해버렸다. 그러다가 어제 하지를 맞아 동료 회식을 하던 중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있던 해란을 만났었는데, 그때 건네 준 명함이 둘 사이를 묶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신분증을 가지고 다닐 것이며, 어떤 연유로 만나는 사람의 명함을 간직하고 있을 것은 분명하였다. 게다가 일반적인 경우 자기 남편의 명함을 넣고 다닐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오랜만에 실로 우연히 만난 사람의 명함을 간직하고 있었던 해란을 탓할 수도 없었다. 모든 것은 형철 자신이 취한 행동에 대한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남들이 말하는 연인 사이가 아니었으며, 그 뒤로 10년이 넘도록 모르고 살아왔었는데 명함을 괜히 건네주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CT실은 안 보이는데 영상촬영실? 여긴가?”

“어디 찾으세요?”

“CT촬영실요.”

“예! 맞습니다. 보호자분은 밖에서 기다립시오.”

“보호자! 보호자... 내가 해란의 보호자란 말인가?”

CT 촬영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하지만 아직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해란을 보니 측은한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점심시간까지는 아직도 1시간 이상이나 남았는데 해란이 깨어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사무실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어디를 요?”

“저... 집에 가서 정리할 것도 좀 있고 해서...”

“그러세요. 세면도구나 슬리퍼 등 아예 입원할 준비도 하시고요.”

형철은 도망치듯 응급실을 빠져나왔지만 그가 향하는 곳은 해란의 집이 아니라 그의 사무실이었다. 상황을 피해서라기보다 아무리 가고 싶어도 아직도 의식을 잃은 해란의 집을 알지 못 할뿐 아니라, 그녀의 남편조차 만나본 적이 없으니 도대체 연락할 길이 없음은 당연하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형철이 본연의 일을 팽개치고 무작정 앉아있을 형편은 더더욱 아니었다.

“자~ 다시 시작합시다. 그 동안 잘 생각해 봤지요? 주소! 이름! 직업...”

“예, 서울시 00구.... 양 해복... 상업...”

형철은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양 해복이 싫어졌다. 하고 많은 이름 중에 왜 양 해복이란 말인가. 그러나 애써 태연한척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서울시 00구 ... 양 해복... 상업... 구체적으로...”

어쩌면 지금까지 뒤치다꺼리를 하다 온 해란의 이름과 자신의 성씨가 섞여 들어간 것도 모자라서, 마지막으로 복까지 받으려는 ‘양 해복’이라는 이름이 미워지고 있었다고 해야 맞는 표현일 것이다.

얼마가 지났을까, 식당으로 가는 발걸음이 많아졌는지 복도가 어수선해지자 양해복은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양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계장님! 저 집에 좀 다녀오면 안 될까요?”

“집에? 왜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지금 이 보다 더 급한 일이 어디 있어요. 이 양반 정신이 있어 없어? 조사 받는 사람이 별 핑계를 다 대고....”

“핑계가 아니고요, 정말 급한 일이 생겼다고요.”

“하긴 오늘 조사는 여기까지 해도 되니 그럼 내일 오전 9시에 다시 봅시다. 그런데 무슨 일이 있다는 거요?”

“사실은 1시간 전쯤에 연락이 왔는데요, 아내가 교통사고를 당했대요.”

“그래요? 그럼 가서 잘 처리하고 내일 늦지 않도록 하세요. 가만 있자, 면허취소자라 분명 차는 없을 게고... 어느 병원이요? 나도 밖에 나가야 되는데 같은 방향이면 같이 갑시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00병원인데 어떠신지요?”

조사를 받는 사람이 조사관의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는 말에 해복은 그야말로 더 이상 낮출 수 없는 최저자세 그대로였다.

“00병원?”

병원의 이름을 들은 형철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하였다. 왜 하필이면 00병원이란 말인가. 그곳은 오늘 아침 해란이 입원한 바로 그 병원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교통 환자가 어디 한두 명이어야 서로 만나지 않을 것인데, 평소 종합병원 응급실을 교통사고 환자들의 집합소라 부르는 조사관들이 아니었던가.

“고맙습니다. 계장님!”

차에서 내린 양해복은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가 싶었는데 벌써 응급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사람 참~ 급하기는...”

형철은 주차장에서도 가장 후미진 곳의 나무 그늘에 주차를 한 후 응급실로 들어갔다. 문턱을 넘는 그의 모습은 들어가는 것인지 나가는 것인지 모르게 엉거주춤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혹시 그동안에 남편이 와서 보호를 하고 있지는 않는지, 해란이 깨어나서 사람들을 알아보지는 않는지 살펴봐야겠다는 속내를 확연히 읽을 수 있었다.

사방을 두리번거려보았지만 다행히도 아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해란의 보습도 보이지 않았다.

“또 사진 찍으러 갔나? 저... 주해란 환자 어디 갔는지 아세요?”

“아! 교통사고 환자요? 검사결과 큰 이상이 없어서 남편분이랑 조금 전에 403호로 올라갔는데요!”

“예? 벌써 입원실로요?”

별 이상이 없다는 말에 안심이 되기는 하였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도중 행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걱정된 형철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삼복더위에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계단을 혼자 오르자니 다리가 퍽퍽거렸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시계를 보니 벌써 12시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아침도 약하게 먹고 나왔는데 오늘은 점심마저 틀렸구나 생각하자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였는지 건물이 요동을 쳤다. 술 취한 사람들이 말하길, 자기는 얌전히 가고 있는 데 갑자기 땅바닥이 일어나서 아는 체를 했다고 하더니만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생각되었다.

4층에 다다른 형철이 비상계단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가운 바람이 휭하고 몸을 감쌌다. 세상에는 이렇게 극과 극의 환경이 공존하는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다시 힘을 내어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로 눈에 익은 403호 팻말이 들어왔다.

“403호다.”

403호! 오늘 비록 처음 왔지만 어쩐지 낯이 익은 팻말,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친구의 집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글자였다. 그럼에도 형철은 쉽게 들어서지 못했다. 마치 엄하신 할아버지 방을 들어설 때처럼 조심스러웠고, 고양이가 생선을 먹으려 채반을 돌아보는 것처럼 사이를 두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가까이 있지만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그렇게 격리된 곳처럼 여겨졌다.

“403호 양계장님 뭐하세요?”형철은 간이 콩알만 해졌다. 아니! 아내가 여기는 무엇 하러왔단 말인가. 자신이 403호 검사실 소속이라는 것, 자신이 검찰청의 조사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동료와 아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그들이야 밖에서 만나면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자신을 양계장이라고 놀려대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아내뿐이었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형철이 뒤를 돌아보니 오늘따라 화사하게 차린 아내가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양계장님이 오늘은 무슨 오리발을 내미시려나?”

아내는 웃고 있었지만 뭔가 석연찮은 분위기를 표출하고 있었다.

“응~ 아는 사람 좀 찾아서...”

“응~ 또 잠복하러 왔구만? 그렇게 해서 다른 사람 눈에 띄면 잠복이 아니지. 그래 오늘은 누굴 잡으러 오셨나?”

아내는 오늘 아침 형철이 한 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빈정대는 말투로 물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피의자를 조사할 때, 정작 실상을 모르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하던 말투 그대로였다.

“응, 실은... 근데 당신은 여기 웬일이야?”

“나는 당신 근무 잘하고 있나 잠복하러 왔지?”

“그럼 청으로 가야지 왜 여길 와?”

“왜? 잠복하러 가는 사람이 골목을 지켜야지 대로를 지키냐?”

밖이 소란스러웠던지 병실 문이 열리면서 웬 남자가 나왔다.

“아니! 계장님!”

...

“어서와 혜란아!”

...

“이 사람 아세요? 혹시 뭐 잘 못한 거라도 있으세요?”

아내는 막 병실 문을 열고 나오는 남자에게 따져 묻듯 퍼부었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양해복은 사실대로 말하기도 부끄러워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어~ 형철씨도 왔네? 그런데 너는 무슨 일을 가지고 그렇게 떠들어? 얌전치 못하게...”

“뭐 얌전? 내가 지금 조용하게 생겼니? 도둑놈이나 잡으러 다니는 내 신랑이 이 병실에 있으니 따져 물을 수밖에 없지...”

해란이 형철을 두고 형철씨라 불렀지만 심정이 뒤틀린 혜란은 그 말이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럼, 형철씨가 네 남편이었어?”

“응~ 형철씨? 너희들 서로 아는 사이였어? 당신 나와!”

“이제 막 왔는데 설명이나 듣고 가야지 그냥 나가?”

“설명은 무슨 얼어 죽을 설명, 당신은 피의자 설명 다 듣고 조서 꾸미냐? 척하면 거짓말이다 싶어 그냥 무시하잖아...”

“여보, 그래도 오늘은 그런 일이 아니란 말이야.”

형철은 아직도 연구소 계장으로 알고 있을 해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며, 더군다나 오늘 아침에도 양해복을 조사하고 있었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오늘~ 오늘 같은 소리하고 있네. 빨리 나오지 못해?”

혜란의 손은 벌써 형철을 귀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403호 병실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한 부인이 처남처제를 대동하고 습격한 것처럼 서슬이 퍼랬다.

아내에게 코를 꿰인 형철은 점심은커녕 사무실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얼마 전과 같은 아내의 기세라면 현장에서 우세를 떨고 모욕당하지 않은 것만 가지고도 감사할 따름이었고, 십년감수에 그친 것은 행운이었다. 비록 집으로 곧장 끌려갔으나 오후 근무가 불가함을 전화로 보고할 수 있었다는 것도 남자 체면에 다행이었다면 다행이라 여겼다.

“처음부터 시작해...”

언제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말투로만 보면 아내도 벌써 조사관이 다 되어 있었다.

“뭘~”

“지금 몰라서 물어?”

“근데 당신은 해란이를 어떻게 알아?”

“뭐~ 어떻게 알아? 그게 궁금하냐? 걔하고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름이 비슷하다고 하여 단짝이었다. 왜. 됐냐?”

“그럼 당신은 뭐냐. 이름이 달라서 단짝이라도 했었냐?”

“그런 게 아니고 어제 만났단 말이야...”

“어제? 어제 같은 소리하고 있네!”

“빨리 불어~”

형철은 반성문을 쓰느라 밤을 꼬박 샜다. 하지만 딱히 잘 못한 것도 없으면서 오해를 산 것은 정말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하기는 하였지만 아무리 설명을 해도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수 없음이 안타까웠다. 이런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니 정말 풀지 않으면 안 될 숙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자신이 요구했던 아이들의 반성문이 그다지 효과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럴 시간이면 차라리 축구라도 시켜서 운동도 할 겸 스트레스를 풀었다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났을 것이라 추측도 들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어젯밤만 해도 아내는 형철을 두고 달밤에 체조를 시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어디까지나 미풍양속을 찾고 언제까지나 습관에 젖은 범위에서 전례를 찾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하긴 양계장이 닭이나 키워야지 거기다 오리를 키우면 양압장 아니겠냐.’

형철의 입에서 자조적인 말이 튀어나왔다.

“안녕하셨어요? 계장님!”

“그래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어제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죄송합니다.”

“죄송? 당신이 무슨 죄송할 일을 했단 말이오?”

“글쎄요, 딱히 뭐라 말씀드리기는 뭐하지만...”

“걱정 마세요.”

“죄송합니다.”

“그 죄송하다는 말 좀 그만 하세요. 그 대신 이제 당신을 조사할 기분이 아니니 403호로 가 보세요.”

“예? 403호요? 그럼 제가 병간호를 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뭐요? 이 양반이 정신이 있어 없어? 403호 검사님한테 직접 조사를 받으라고요!”

거친 형철의 반응에 양해복이 움츠러들었다.

“예~ 403호요!

“그래요, 403호요. 빨리 가 봐요. 벌써 9시가 넘었잖아요!”

형철은 신경질적으로 쏘아 붙인 후 피로한 몸을 틀어 기지개를 켜면서 커피 잔을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뭘 잘 못한 거지?’

형철은 어제 점심부터 저녁까지 굶은 후 오늘 아침에야 겨우 빵 한 조각을 먹은 탓인지 몸에 활력이 없다고 느껴졌다.

‘당신이나 나나 별 죄도 없으면서 불려 다니다니 참 한심하기는...’

문을 열고 나가는 양해복을 바라보던 형철이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런데 차가 그 정도면 깁스는 기본이고 못 나와도 6주는 나와야 하는데 어찌 멀쩡하다고 하지? 진짜 안 아픈가?”

형철은 지금까지 자신이 알아왔던 상식이 통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것은 양파를 한 껍질 벗기면 속살이 나와야 하는데 또다시 두꺼운 껍질에 싸여있다는 것이 이상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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