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창암 한호철
태양이 눌러 짓이겨놓은 자리에
가을이 걸터앉았다
행여 늦을세라 바쁜 마음에
성질 급한 밤톨 또ㅡ르르 마중 나오는데
남들은 수확이라 논하지만
나에게는 불씨다
이놈은 대를 이어야하니
움을 틔울 산 생명.
이놈은 당장에 배불러야하니
내가 먹을 죽은 목숨.
저승사자에 쫓기는지 그놈을 쫓아가는지
남은 한 뼘 가을볕이 달려 나간다.
그 자리에는 한줌 온기만 엉거주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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