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꿈꾸는 세상살이 2012. 11. 14. 13:54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비빔밥을 말하면 전주와 진주를 떠 올린다. 그러나 이것은 냉면에서 함흥식과 평양식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전국적인 지명도를 보면 진주식에 비하여 전주식이 더 유명한 것은 사실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전주비빔밥이 왜 유명할까, 그 맛은 어떨까 하고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정말 그 맛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말해 전주비빔밥을 먹은 후 다른 지역의 비빔밥을 먹어 보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각자 사람의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전주비빔밥이 더 맛있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며, 진주비빔밥이 더 맛있다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을 것이다. 나는 입맛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 속하여 황등비빔밥이 더 맛있다고 생각하는데, 나처럼 말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약 20년 전까지만 해도 목천포에서 풍천장어구이를 먹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때는 몸에 좋다는 장어쓸개를 덤으로 주는 약주도 유행했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는 장어의 쓸개에 각종 항생제가 쌓여 오히려 독이 된다는 말이 퍼지면서 장어에 대한 식탐도 줄어들었다. 그것은 내가 먹었던 장어가 자연산이 아니라 양식이라는 반증이었다. 그 뒤에 장어구이가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장어구이가 익산을 대표하였다고 말할 수도 없다. 아직도 고창을 비롯한 포구에는 풍천장어를 찾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이들은 각자의 고향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풍천은 육지의 육수 즉 민물과 바다의 해수 즉 짠 물이 만나는 곳을 의미한다. 그러니 전국의 강 하류는 모두 풍천이 되며, 거기에서 잡힌 장어는 풍천장어가 되는 것이다.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장어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을 찾기 힘들어졌다. 뒤를 이어 황등의 비빔밥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아직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아직 덜 유명한 음식이다. 최근에는 마 즉 서동이 캐다 팔았다는 설화 속의 서동마를 이용한 음식이 등장하였다. 그 이름은  마를 이용한 약밥 즉 마약밥이다. 마약밥은 이름이 특이하여 거부감을 주는 것도 사실이며, 이 역시 아직 전국적인 반열에는 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익산의 대표음식은 정말 없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대표음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쉽게도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이 없을 뿐이다. 그러면 언제쯤 유명해진 음식을 맛 볼 수 있을까. 그것은 우리가 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곳처럼 기록으로 된 50년 혹은 60년 전통은 없더라도, 지금 최고의 맛과 멋을 낸다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우선 여러 가지 음식 중에서 한두 가지의 대표음식을 정하고 독특한 조리를 통하여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모범업소를 정한 후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 이것은 일정부분 시에서 담당할 일이다. 그러고 나면 담당 업소는 자신의 명예를 걸고 영양은 물론 맛과 멋을 내는 음식으로 유지시켜야 한다. 그때그때 다르지 않고 일정한 맛이 나오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런 후 시민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즐기는 사람들은 때에 따라 찾아 줄 수도 있고, 그런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혹시라도 그 음식은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 의심이 들더라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모든 문화 종사자들은 유명세를 타고 많은 외지인이 찾아오는 것을 제1 원칙으로 삼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며, 입소문을 타고 또 다른 고객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결국은 내가 하는 사업에도 도움이 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나 개인적으로는 마약밥이라는 이름을 그냥 약밥으로 하면 어떻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약밥은 그 이름 속에 벌써 차별화된 느낌, 특정 재료의 한정된 음식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일반 명사인 약밥은 조상 대대로부터 널리 알려진 이름으로, 수많은 업소들과 경쟁을 거쳐 두각을 나타내는 음식으로 알려지는 것이 더 좋겠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익산의 대표음식인 약밥 이 마약밥과 또 다른 00약밥으로 나뉜다고 하는 것이다.

황등비빔밥의 경우도 일반 비빔밥과 달리 미리 비벼져서 나오는 비빔밥으로 승부를 걸어도 좋을 듯하다. 물론 얼마나 다양한 재료가 들어갔는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으나, 황등비빔밥을 특화시킨 식당에서는 요리에 사용되는 모든 식재료를 진열하여 보여주며, 멋있는 사진으로 찍어 홍보하는 방법도 들 수 있다. 누구든지 그 식당에 가면 황등비빔밥이 유명하구나, 황등비빔밥이 우리 몸에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위생을 포함하여 맛이나 영양이 실제로는 가장 우선이라는 것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홍보는 약밥이나 비빔밥을 막론하고 같은 방법으로 해도 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홍보차원에서 전국의 맛집 블로거들을 개인적으로 초대하여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하여도 실제로는 전국의 모든 블로거가 그것도 한꺼번에 오는 것은 아니니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한 맛집에 대한 정보를 전국으로 알리는 홍보대사가 되기에 손해나는 장사는 아니다. 혹시 내 음식점이 나쁜 집으로 낙인찍힐까봐 겁이 난다면 그런 집은 처음부터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집으로 나설 자격이 없는 것이므로 물러서야 한다. 그리고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것은 익산의 이미지를 깎는 행위이므로 우리가 나서서 시민의 이름으로 응징해도 무방할 일이다.

익산시민이 즐겨 찾아 감시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특정기간에 걸쳐 저렴하게 제공하여 홍보하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비빔밥은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음식이니 ‘황등비빔밥 경연대회’를 여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기존의 맛과 어느 특정일의 맛이 어떻게 다른지, 타 지역의 비빔밥과 익산의 비빔밥은 어떻게 다른지 전국의 유명 전문가를 초빙하여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금쯤은 우리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그것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는 음식이 생겨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느 특정 음식점만의 일이 아니며 전혀 상관없는 업종의 사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상생하는 것이며 더불어 사는 세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상를 나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남을 배려하지 않고 나만의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이미 상생의 길을 벗어난 것이다.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