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는 재배초보다 강하다
어느 노래에 나오듯이 잡초는 이것저것 아무 것도 쓸 데가 없는 풀을 말한다. 그러면 세상의 잡초는 왜 있는 것일까. 아무 쓸데가 없는 잡초는 왜 생겨났을까.
우리는 몸에 좋다는 식물을 아끼며 더 많이 얻기 위하여 인공재배를 한다. 대표적인 식물이 쌀이나 보리를 포함하여 무와 배추, 그리고 인삼이나 도라지 등이 그것이다. 물론 수경재배나 친환경 자연농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요구하는 수량과 품질을 위한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수확한 열매는 자신의 몸을 보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에게 판매를 하여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필요한 성분을 얻기 위하여 좋다는 식물 모두를 재배하지 못했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시간이 좀 더 많았더라면 좋은 식물을 재배할 수 있었는데, 땅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좀 더 많을 식물을 재배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만약 시간을 더 주고 땅을 더 주면 좋은 식물로만 이루어진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재배초가 아닌 잡초는 정말 필요 없는 것일까. 그러나 정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잘 가꾸어진 농토라 하더라도 이랑과 이랑사이는 어쩔 수 없으며, 경계지 언덕에는 어쩌지 못하는 것이 사람의 한계다. 그러니 아무리 욕심을 내어도 모두가 내 뜻대로 할 수는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세상에 선과 악이 공존하듯이 우리에게 유익한 풀이 있는가 하면 유익을 주지 못하는 풀도 있는 것이다. 그 중 일부는 말하자면 잡초가 되어 우리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잡초는 형편에 맞게 세상을 이루는 필연적인 요소가 되며 없어서는 안 될 식물로 남아있는 것이다. 형평에 맞는 조화! 이것이 잡초가 존재하는 이유다.
우리는 유익한 식물을 재배하면서 이놈의 풀 좀 안 났으면 좋겠다고 투덜댄다. 어떤 때는 마구잡이로 제초제를 뿌리기도 하고, 불을 질러 다 태워 죽이려고도 한다. 그런데 잡초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상상이나 해보았는가. 초식동물이 먹을 식량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며, 산사태로 인한 피해는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로운 벌레들이 살아갈 터전은 어디서 마련하며, 지구 온난화로 가는 지름길을 그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물론 저 살기 위하여 독성을 가진 녀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역할로 보면 필요한 존재들이다. 그러고 보면 일부러 공들여 가꾸지 않아도 적당한 때에 적당한 크기로 자라는 잡초야 말로 진국인 셈이다.
우리 사람은 어떤가. 전혀 필요 없을 것 같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그 사람 중에 가장 어려운 환경에서 혼자의 힘으로 성장하는 사람은 잡초와 같은 인생이 아니겠는가. 짓밟혀도 다시 일어나고 뽑혀도 다시 생명을 이어가는 강인한 인생이 곧 잡초를 닮은 인생일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이 살자고 독성을 지닌 잡초까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공공의 적인 독초는 불살라야 하며 다른 잡초를 죽이는 훼방잡초도 캐내야 하는 것처럼, 독성을 지닌 인간도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지금 우리 세대는 올곧은 잡초인생을 필요로 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시련 앞에서 저항과 혁신을 마다하지 않는 잡초 같은 인생이 필요한 때이다. 탄압과 억압 속에서도 의연하게 버티는 인생이야말로 가하는 입장에서는 전혀 쓸모없는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맞서 싸우는 측면에서는 자유를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민중을 위하여, 약자를 위하여, 정의를 위하여 꼭 필요한 재목도 되는 것이다. 우리 인생이 누구에게는 재배초가 되며, 누구에게는 잡초가 되어 상충하는 구조 속에 살아간다.
영웅은 난세에 나온다고 하는 말처럼 시국이 혼란하고 시대가 어수선할수록 더 많은 잡초가 필요하다. 태풍이 와도 비바람이 몰아쳐도 이겨내는 강인한 잡초가 필요하다. 혹시 보호받지 못하여 시원한 그늘을 얻지 못하였더라도 뜨거운 태양을 홀로 견뎌내는 잡초가 자라고 있는가. 산사태를 막아내고 다음 세대가 유익한 재배초를 잘 가꿀 수 있도록 보존하는 잡초가 아쉬운 시절이다.
'내 것들 > 산문, 수필,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글로벌과 사대주의 사이 (0) | 2012.11.14 |
---|---|
멘탈 붕괴는 막아야 한다. (0) | 2012.11.14 |
익산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인가. (0) | 2012.11.14 |
댁의 텔레비전은 안녕하신가! (0) | 2012.11.14 |
투표시간 왜 늘려야 하나 (0) | 2012.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