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붕괴는 막아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단어 중에 멘탈붕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정신, 신념, 지주 등으로 해석할 수 있는 멘탈과 정상적으로 가다가 어그러지고 무너지거나 흐트러지는 붕괴의 합성어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정신줄 놓았다는 말이며, 정신빠졌다는 말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일이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다가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는데, 이것은 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한 의무에 속하기도 한다.
이스라엘은 일정한 소유의 영토도 없이 2,0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떠돌이 생활을 하였지만, 1948년 5월 15일 독립하면서 겨우 뭉치는가 싶었는데 그간의 강대국들과 견주어 조금도 뒤지지 않는 막강한 힘을 보여주었다. 면적이라야 겨우 22,072㎢로 99,393㎢인 남한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치는 좁은 땅에서, 그것도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사용하는 겨우 7백여만 명이 힘을 가졌으면 얼마나 가졌었단 말인가.
이스라엘 국민들은 어떤 신념과 어떤 방식으로 정상적인 국가와 같은 잠재력을 유지하고 있었을까. 그러나 이것은 명확한 답이 없는 질문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2,000년 전부터 현재의 이스라엘까지 꿰뚫어보는 자도 없을뿐더러, 자초지종을 아는 사람도 없으니 알아 볼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선민의식과 자부심에서 답을 찾고 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이 가졌던 선민의식은 무엇이며 자부심은 무엇이었을까.
이스라엘의 선민의식은 단 한 가지, 하나님으로부터 자신들만이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은 천지창조자요 만능의 권세를 가진 신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자신들만이 가장 옳은 판단을 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칭찬받을 만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선민들이 왜 나라도 없이 2,000년씩이나 방랑생활을 하였을까. 그것은 그들이 행한 죄과의 대가로 생각한다. 선택받은 민족이 그에 합당한 언행을 하여야함에도 그렇지 못한 죄 값인 것이다.
나는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이스라엘 민족의 2,000년을 이어온 힘은 문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선민의식은 문화의 한 부분이다. 그렇게 보면 비록 나라를 빼앗기고 언어를 잃었다 하더라도 자신들이 꼭 해야 되는 어떤 사명감과 의무를 가슴 속에 간직하는 문화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그럼, 우리 강점기 시대의 문화는 어떠하였을까. 나는 우리 문화의 전승 일부에, 빌붙어 사는 거지근성 일부가 섞여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거지 근성이 굳어져 친일파가 생겨났고, 그것이 하나의 문화로 남더니 현재까지도 계속하여 군림하고 있는 단초가 되었다. 공천헌금이 들통 나서 멘탈의 붕괴를 이야기 한다면, 나라와 민족을 팔아치우는 친일파의 행적은 멘멘탈의 붕괴쯤 되는 것일까.
우리가 지켜야할 문화에는 국보 1호 숭례문이나 보물 1호 흥인지문도 해당한다. 조선의궤나 악학궤범을 포함하여 판소리와 제례악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상태일 것이다.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별하여 행하는 문화가 가장 중요한 것이다. 개인이 생각하여 아무 것이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을 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에 해당하는 것도 당연한 말이지만, 더불어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도리를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요즘의 문화는 복잡다단하게 얽혀있어, 국가와 민족을 거론하는 거국적인 것, 지역과 지역민을 위하는 것, 공동체인 우리를 생각하는 문화 등이 공존한다. 선거철이 되면 줄을 서는 것도 현재 우리가 가진 선거문화이며, 우리 보다는 내가 먼저 편하고 이익을 보아야 하는 사회문화, 시험 중에 부정행위를 하는 시험문화, 공원이나 대중교통 이용 중에 커다란 목소리로 통화하는 핸드폰문화, 다른 사람에게 마시기 싫은 연기를 뿜어주면서 피우는 흡연문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강제로 마시라는 우리의 음주문화 등이 혼재한다.
이스라엘이 조상의 조상의 얼굴은 커녕 이름도 모르면서 2,000년이나 명맥을 이어온 것은 그들만이 가진 확실한 문화의 지속이었다. 먼저 국가와 국민을 위하고 자신을 그 속에 포함시키는 국가관적 문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멘탈붕괴는, 정신을 차리고 우리의 혼을 이어가자는 멘탈의 한 현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니 하나씩 하나씩 무너지다 보면 모두를 포함하는 거국적 멘탈도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은 붕괴가 모여 생각하기도 싫은 국가의 붕괴와 민족의 붕괴가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때가 되면 우리도 이스라엘처럼 버틸 수 있을까. 2,000년을 버틸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붕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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