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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과 사대주의 사이

꿈꾸는 세상살이 2012. 11. 14. 13:57

글로벌과 사대주의 사이


매국노는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을 일컫는다. 요즘 사회에서는 나라를 돈으로 사고  파는 것은 어렵겠지만 내용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하는 현상의 하나일 것이다. 예를 들면 나라에 손해를 끼치는 무역을 하거나 나라의 귀중한 자산을 대가없이 퍼주는 것 등이 해당된다. 별 생각 없이 하는 말이나 행동 중에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나를 위하여 일부러 하는 행동 중에서 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6월 17일 아침프로에 노신영씨의 대담이 있었다. 해방 후 미국을 등에 업고 등장한 자유당이 그간의 부정부패 부정선거로 신뢰를 잃었고, 이에 격분한 학생들이 혁명을 일으켰다. 자유당은 미국에 사람을 보내, 이 사태는 정의롭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국민의 욕구이므로 이에 적극 동조하며 정통성을 가진 여당으로서 훌륭한 정부가 될 것이니 계속하여 지지해 달라고 하였다.

어렵사리 설득하여 겨우 안정이 되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군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자유당은 이번에도 국민의 열망에 의해 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한 행동이니, 이에 동조하여 정통성을 가진 자유당을 변함없이 지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군사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어떻게 하였으며, 그 뒤에 들어선 정부에서는 어떻게 하였을까. 사진 찍으러는 가지 않겠다던 대통령도 있었으니 잘 했을 줄 믿는다.

어른이라면 이 말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결과적으로는 학생들이 일어났을 때 잘하겠다고 한 말을 지키지 않아 군인들이 다시 일어났다는 자가당착적 표현이다. 잘못한 일에 비판을 가해도 앞으로 잘 하겠다고 믿어달라고만 하고, 또 잘못하여 비판을 가하니 앞으로 더 잘 할 것이니 기회를 달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얼마 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였다. 국민들은 우리의 권리에 따라 미국소고기 수입을 즉시 중단하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에 가서 직접 조사를 한 후 조치를 취하겠으니 믿고 기다리라고 하더니, 정작 미국에 가서는 광우병이 발생한 농장에는 방역상 통제하며 그럴 의무도 없다는 이유에서 들어가지도 못한 채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이 주는 자료를 받아 검토해보니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후 미국에 수출하는 굴통조림에서 노로바이러스균이 발견되었다. 이를 접한 미국은 곧바로 수입중단 조치부터 내렸다. 그뿐 아니라 미국에 도착해있는 제품마저 회수하여 가라고 하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굴 가공공장은 골뱅이를 가공하는 공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런 내용을 보고 한 국가의 주권을 행사하는 똑 같은 조치였다고, 국민을 위하여 정당하고 상생하는 상호 이익적 조치였다고 할 수 있겠는가.

비슷한 내용으로 요즘 유행하는 말 중에 뼛속까지 친미라거나 뼛속까지 친일이라는 단어가 있다. 얼마나 사무쳤으면 뼛속까지 친일이나 친미였다는 것일까. 애국가를 부르는 동안 그간 잘 있던 바지춤의 허리띠나 만지작거리는 지도자도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들은 아무리 변병을 한다 해도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매국노라는 말을 들을 소지가 충분하다. 아니, 직설적인 사람한테는 그런 말을 충분히 듣고도 남는다.


학, 화랑, 비둘기, 탑, 승리, 아리랑, 거북선, 한산도, 청자, 도라지, 은하수 파고다, 샘, 새마을, 환희, 개나리, 단오, 남대문, 한강, 마라도, 솔, 선, 명승 등은 눈에 익은 단어들이다. 그리고 우리를 대신할 만한 아름다운 이름이지 않는가. 하지만 이들은 안타깝게도 우리 몸을 가장 해롭게 한다는 담배이름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가장 이롭게 하는 것들의 이름은 얼마나 한국적인지 생각해 보았는가.


쏘나다하이부리드, 에쿠우스, 프라이드, 아반테, 산타페, 소렌토, 코란도, 에스엠, 케이, 르망, 포니, 엑셀, 봉고, 마이티, 체어맨, 로체 등은 자동차의 이름이다. 나도 의무교육은 받았기에 이 정도 영어는 읽을 줄 안다. 그러나 이들을 원어민발음으로 듣고 있노라면 마치 돈 안내고 영어학원에 앉아있는 듯 안절부절 해진다. 외국어 시간도 아닌 데 왜 원어민 발음이 필요한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요즘이 글로벌 시대라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대겠지만, 백 번을 양보하더라도 국내에 파는 물건이라면 그 반대로 해야 하는 게 진정한 글로벌 시대의 제1계명이지 않겠는가.

우리는 무엇이 가장 우리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잊고 사는 때가 많다. 이러다보니 개인의 욕심을 위하여 나라도 팔아먹는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매국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도 국익에 반하는 행동 모두가 매국의 한 부분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