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역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

꿈꾸는 세상살이 2012. 11. 14. 13:59

역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하나


우리는 정규교육 과정에서 역사에 대한 상식을 배우고 있다. 현재는 그 열기가 조금 식기는 하였더라도 대체로 잘 안다고들 말한다. 신라가 어떻고 백제가 어떻고, 중원을 지배한 고구려와 고려, 전주를 모태로 하는 조선을 말한다.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 비교적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기도 한다. 시험 때에는 태정태세문단세를 외며, 낙화암이나 불국사를 돌아본 후에 마치 역사가인양 착각하기도 한다.

이렇듯 세세한 부분까지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정작 지역에 대한 역사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삼일절이 무슨 날인지, 독립만세운동은 몇 년에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학생들이 대다수라는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 된 역사를 가르친 기성세대의 몫이니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익산의 미륵사지에서 으레 석탑만 생각하지 말고 미륵사가 생겨난 과정을 읽어야 한다. 왕궁에 가면 5층탑을 논하기 전에 왕의 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경복궁은 중요한데 무왕의 왕궁은 중요하지 않다는 발상은 어리석은 일이다. 전주 남고산에 있는 견훤의 유적지를 돌아 본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익산출신 오응정과 그의 아들 손자의 위패가 왜 남원의 만인의총에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부안의  호벌치전적지에 왜구에게 당한 주인없는 코들의 무덤이 있으나, 존경받기는커녕 홀대받고 잊혀 진 채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만덕산 곰티재가 우리 지역의 선조들을 살려주었던 곳이라 말하지만, 그곳을 기리고 그 유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이라도 해 보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정읍의 입암산성에 있는 윤진 순의비를 기억하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 내장산과 같은 정도로 떠받들어야 하는 것이다. 혹시, 찾는 이 없어 잡초에 묻힌 영령들이 노여워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든다.


사람들은 역사를 잊어버리면 그와 같은 고난을 또 다시 당하게 되며, 다음 후세들의 미래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현재의 우리는 역사를 잊어버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역사를 잘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몇 가지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하여 역사를 잘 아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당시 상황을 이해하고 어떤 행동이 옳았는지를 유추해내는 것이다.

강점기 시절에 친일활동을 하면서 우리 백성들을 팔아넘긴 역사적 사실도 살펴보아야 한다. 당시 살기위하여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으니,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키던 사람들은 어쩔 수 있어서 죽어갔던 것일까. 혼을 팔고 역사를 파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도 용서받을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된다. 적어도 자주국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단일민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우리나라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중에는 일어나거나 해서도 안 될 일인 것이다.

얼마 전 지난 삼일절을 보면서 이런 역사의식으로 친일파를 척결하자는 것은 아니다. 모든 국민들이 이런 마음을 가진다면, 친일파 가족은 몰라도 최소한 친일파 당사자들은 할 말이 없게 된다. 부끄럽고 죄송하여 코를 막고 죽지는 못 하더라도 어디서 감히 큰소리 치고 나대는 일이 있을까. 이것은 친일파를 바라보는 우리 시민들의 역사의식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기득권 세력에 빌붙지 말고, 이제라도 우리는 우리를 지키는 의무를 다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