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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집을 하면서 마른

꿈꾸는 세상살이 2013. 8. 9. 12:59

고깃집을 하면서 마른


젊었을 때는 대체로 살이 쪘다가도 나이가 들면 살이 빠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젊었을 때부터 비쩍 말라서 보기에도 안타까울 정도의 친구가 있다. 이름하여 윤승룡이다. 승룡이는 초등학교를 다닌 고향지기인 셈이다. 혹시 누군가가 와서 황등을 실어가기라도 할까, 황등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할까 두려워 지키고 사는 사람 중의 한 명이다.

그런데 승룡이가 아무리 잘 지키고 있어도 황등의 명물이요 황등의 대명사인 황등산은 사라지고 있다. 그 많던 화강암의 채굴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각 봉우리들이 뭉개지고 있는 것이다. 어떤 봉우리는 높이가 반으로 낮아진 경우도 있고, 어떤 봉우리는 정수리부터 다리까지 쪼개져 나가 반신이 된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반쪽이나마 제대로 서 있는 것도 아니다. 피의 능선에서 포탄에 맞아 봉우리가 낮아지듯이 패이고 닳아서 평지가 되다 못해 늪이 되어버린 곳도 많다. 이렇듯 아무리 승룡이가 잘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승룡이가 또 하나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몸집이 너무 말라 위태로워 보인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바람 불면 날아갈까 위험하니 돌아다니지 말라는 말이 연상되는 정도다. 그것도 거대한 태풍이 아니라 그냥 작고 시원한 여름바람 얘기다. 키는 크면서도 가냘픈 몸을 하고 있다. 이런 승룡이를 두고 예전에 젊었을 때는, 젊은 사람이 몸 관리를 꽤나 잘하여 군살이 없고 지방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지방이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살이 없으니 걱정이 되는 정도다. 어쩌면 본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데,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말하는 것이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여 몸이 건강하다니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그런 승룡이는 식당을 하는데 고기를 주 메뉴로 하고 있어서 옆에서 보는 사람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하긴 자기가 하는 직업은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남을 대접하기 위하여 만든 음식은 즐겁게 만들지언정 자신이 먹을 음식을 위하여서는 무성의하다는 말도 있다. 승룡이도 아마 이런 경우에 속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남이 먹는 삼겹살과 불고기 그리고 전골은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를 것이니, 정작 자신이 먹는 음식은 채소에 밥 몇 숟갈일 것도 미루어 짐작된다. 그러나 아무리 달리 생각해 보아도 승룡이의 몸매는 관리를 많이 해야 할 정도로 말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승룡이의 몸 걱정을 하는 나는 어떤가. 나도 요 근래 들어 몸무게가 빠지면서 많이 피곤해진 것을 느낀다. 아직까지 확인 된 내용으로는 갑상선항진증이 있어 그렇다고 알고 있다. 항진증은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필요이상의 소화와 에너지 소모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몸에 있는 영양소의 급격한 소모로 이어져서 영양실조 혹은 허약한 몸 상태와 같게 만들어낸다. 그러니 적당히 먹어서는 에너지가 부족하게 되며, 많이 먹고 잘 먹어야 정상적인 정도가 되는 이상한 질병이다. 이런 내가 승룡이를 걱정하는 것은 아이러니다.

승룡이는 몸이 말라보여도 실제로 체력까지 그렇게 말라있는 상태는 아니다. 오랜 조기축구로 다져진 몸이며, 산에도 자주 그리고 빨리 오르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거기에 비해 나는 걷는 운동도 잘 못하면서 산에도 빨리 오르지 못하는 다방면에서의 후진체질이다. 이런 즈음 내가 나의 몸 걱정이나 해야지 왜 건강한 사람 몸 걱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승룡이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손님이 없는 오전 일찍과 점심을 먹고 난 직후에는 약간의 여유시간을 낼 수도 있는 정도다. 그러니 손님을 맞을 시간을 대비하여 웬만한 일은 몰아서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친구들 모임이나 기타 다른 행사에도 특별히 정해진 시간을 맞추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에 속하여 다른 시간대를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는 승룡이가 다른 친구들한테 나쁜 소리는 듣지 않고 지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거기에는 남을 비방하거나 헐뜯지 않는 자신의 성격도 한 몫 하였을 것이다. 

나는 여기서 승룡이의 단련된 체력을 부러워하며, 그런 몸매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에 대하여 부럽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사람들은 자기마다의 타고난 성격과 재능이 있어 획일적으로 누군가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러나 나도 승룡이처럼 운동을 많이 하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싶다는 희망사항에서 부러움을 느낀다. 여기에 승룡이의 매력이 있는 것이다.

밖에서 물어 본 승룡이의 현재는 예전과 다르지 않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그래도 과격한 운동에 속하는 축구를 가끔씩 거른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라 할 수 있다. 이것도 체력이 부족하여 시간에 대지 못한다는 것보다는, 갈수록 약해지는 골밀도에 따라 체력을 비축하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하긴 이제 나이가 들면서는 꾸준히 잘 해 오던 유산소운동도 근력운동으로 바꿔야 한다고들 하던데, 운동의 방법을 조금 달리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 보기는 하다.

자신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하여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항상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보기에 좋은 승룡이다. 어릴 적 철부지 친구들은 조금은 격의 없으면서 과하게 대해도 이해해주는 사이라는 점을 감안하여도, 보기 드물게 친절하고 자상한 편에 속한다. 나는 그런 승룡이가 좋다.

세상사람 모두가 자신만이 가지는 욕심이 없고 남들 보다 우선하는 자신의 계획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유불리를 따져 항상 재보고 계산하는 것 보다는, 가는 말 한 마디에 따라 남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도 있다. 승룡이가 이런 예에 속하며 나는 그런 승룡이의 좋은 점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육체적인 조건 때문에 일부러는 고기를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승룡이네 식당에 갈 일도 없지만 자주 가는 보통 사람들과 비교하여 나를 차별하지 않는 성격이 좋다. 예를 들어 요즘 식당에 왜 안 오느냐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답변하기 어려움은 주는 질문은 피하는 마음씀씀이가 좋다. 굳이 따진다면 하고 많은 식당에서 항상 승룡이네 식당에만 갈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루 세 끼 먹는 밥을 그것도 직업에 따라 다른 곳에서 사는데,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라고 하여 항상 그 집에서 가서 식사를 할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 식당에 자주 가면 단골손님이라 말하지만 가끔 가면 그냥 손님이라고 한다. 그러나 어쩌다 한 번 아니면 잊을 만하면 가는 손님은 그 식당에 있어 나쁘게 소문을 내지 않는 우호손님이며, 한 번도 오지 않은 그런 사람들은 나와 등을 돌리는 사람이 아니라 언젠가는 올 수 있는 잠재고객인 셈이다. 우리는 흔히 우호고객과 잠재고객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없어도 되니 그렇게 하려면 오지 말라는 식으로 평가절하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나쁘게 소문을 내지 않는 사람은 아직까지 나의 편에 있는 사람이며, 내 고객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승룡이는 그런 사회생활의 기초를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고객유치 외에도 항상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행동을 한다. 그래서 나는 승룡이가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