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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꿈꾸는 세상살이 2013. 8. 9. 13:16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실패를 맛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일이 작고 일상생활에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기를 바란다. 만약 그렇지 않고 아주 중요한 일마다 나의 인생에 관계되는 일마다 실수를 하고 실패를 한다면, 그것은 실패의 인생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어떤 개인의 인생실패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아주 사소한 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고민에 고민을 할 필요도 없는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여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다시 말하면 잘 잘못은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 나에게 물건 한 개를 가져다 달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친절하게도 틀리지 말라고 그 물품의 고유번호까지 적어주면서 숫자 한 개를 부탁하였다. 그 물건의 모양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잘 모르는 나로서는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적어 준 번호를 보면서 한참 만에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찾고 보니 그 물건은 네 개를 하나로 묶어 놓은 것인데, 한 개의 무게도 아주 무거운 쇳덩어리였다. 나는 도구를 빌려다가 묶어 놓은 철사를 끊고 어렵게 어렵게 분리하여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만약 네 개를 하나로 묶여있는 채로 가져다주었더라면, 비록 무게가 조금 더 무겁더라도 길이에 비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이루어 편리하게 옮길 수 있는 상태였다.

나는 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상대방은 한 개만 사용하고 싶은데 여러 개를 가져다주면 쓰고 남은 세 개를 현장에 놓아두기가 복잡하고 위험할 까봐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기에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면서까지 요구한 대로 하나만 가져다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 물건은 네 개로 묶여져 있는 것이 한 세트로써 한꺼번에 같이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 개도 추가로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나머지 세 개를 더 가져오는 것은 그냥 가져오면 된다 치더라도, 그럴 줄 알았으면 일부러 묶어 놓은 것을 또 일부러 어렵게 풀어서 가져올 필요는 없었던 것을 생각하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하나만 가져오라고 해서 하나만 가져 간 것이니 더 이상 다른 말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일을 두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박병은이었다. 병은이는 하나를 가져오라니 이게 뭐냐는 투로 말하였다. 그것도 화가 나서 아주 큰 소리를 질러댔다. 그 말은 듣는 짧은 순간 아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박병은! 그 사람은 이 일에 대하여 도가 트인 사람이다. 이런 일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는 사람이며, 복잡하고 많은 일을 잘 처리해나가는 능력자다. 그런 사람이 하나만 가져오라고 해서 하나만 가져 온 것인데 그랬다고 화를 내다니 오히려 내가 더 화가 났다. 그러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병은이 생각할 때는 네 개를 하나로 묶어 놓았으니 그것은 당연히 하나이지 어찌 네 개라고 하느냐는 이론이다. 그리고 그날따라 복잡하고 많은 업무가 심한 스트레스를 주었던 날이었다. 그런 때에 자기를 도와주지 못하고 일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바로 질책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그런 일을 그냥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 순간 단 한 마디의 말대꾸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를 알 만한 사람들은, 평상시 이런 말을 들으면 무슨 일이 어떻게 되었느냐고 시시비비를 따져 가리는 나의 성격을 다 아는 사실이다. 어떤 때는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면서 나에게 주변 정리 좀 해 달라고 요청까지 해오는 경우가 있으니, 내가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이례적이었다.

나는 그때 많은 생각을 하였었다. 그런데 지금 내가 화를 내고 따지려 든다면 해답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즉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서로의 입장에 서서 한 것인데 어느 누가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첫 째 문제였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흥분하여 들뜬 상태에서는 커다란 자신의 잘못보다 작은 남의 잘못이 더 크게 보이는 법이다. 현재 병은이가 심한 스트레스에 싸여있어 그랬을 것이므로 굳이 따지려 들더라도 이 순간만은 넘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서 둘이 만나 조용히 이야기하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다음날, 박병은이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따지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였다. 나는 이렇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을 권하는 사람이다. 반대로 내가 잘못하였다고 생각되면 내가 먼저 잘못했다고 말하는 편이다. 그래야 공평한 사회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런 일이 생기게 된 이유는 근본적으로 나에게 있었다고 할 수도 있다. 그 얼마 전에 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물건 하나를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 그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물품의 고유번호를 알려주면서 혹시라도 내가 실수할 까봐 나름대로는 방법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어렵게 찾아놓고 보니 그 물건은 다섯 개가 하나로 묶여있는 세트였다. 짧은 순간이지만 하나만 가져오라고 하였는데 이것을 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졌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나는 그냥 다섯 개를 하나로 보고 세트를 가져다주기로 하였다. 만약 그 물품을 각각의 낱개로 분리하여 하나만 가져간다면 운반도중에 아주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한 세트를 가져다준 나는 핀잔을 들어야 했다. 하나만 가져오라고 하였는데 왜 다섯 개를 가져왔느냐는 것이었다. 그 물품은 한 번에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었기에  굳이 다섯 개를 가져올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머지 네 개는 다시 원래의 자리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고 하였다. 내가 대답하기를, 그래도 당신이 하나를 가져오라고 해서 이렇게 하나를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하니 그러면 나머지 네 개는 그냥 두라고 하였다. 조금은 비좁더라도 그냥 놓고 나중에 필요한 때에 사용하겠다고 하였다. 그때 일은 그래도 비교적 합리적인 타협점에서 쉽게 해결이 되었었다.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조용히 끝났기 때문이다. 그 주요 원인을 들자면 서로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는 것과 상대방을 비꼬거나 듣기 싫은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나보다 나이가 한참이나 적은 그 사람이 나를 함부로 대하기가 조금은 어려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처럼 무슨 일에 있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의 일이 헛되지 않도록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임에 틀림없다.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면 누구의 잘 잘못은 나중에 따지고 우선 그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 면에서는 아주 바람직한 사원이었던 것이다.


얼마 후에 병은이가 다시 나를 찾아왔다. 이번에는 업무적인 일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진급문제와 관련되어 상의를 해온 것이다. 만약 얼마 전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낯으로 나를 찾아왔을까 생각해보았다. 정말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에게도 잘 해주어야 하는 것이 인생인가 한다.

나는 진급에 관한 한 아무런 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도전하여 한 번에 진급하지 못하고 여러 차례 떨어진 후에 합격하였으니 누구에게 이렇다 저렇다 가르칠 형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나에게 자신의 진급문제를 상의하러 오곤 한다.

그러면 이 사람들이 진급에 관한 한 왜 나에게 상의하러 오는 것일까. 많이 실패를 해본 나에게서 조언을 들으면 자기는 한 번에 될 것 같아서 그럴까? 아마도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가졌다면 아예 처음부터 상의하러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보편적으로 성공한 사람 또는 잘 하는 사람에게서 조언을 듣는 것이 상식이며,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희망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에게도 남들보다 잘하는 그 뭔가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것은 잘 모르겠다. 최소한 나는 내가 남보다 잘 난 부분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 어느 누구든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어느 한 가지라도 더 잘하는 부분이 반드시 있는 것이 진리라는 말은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어찌 되었든 박병은이 진급시험에서 한 번에 통과하였다. 나에 비하면 우수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렇게 우수한 박병은이 나를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는 그때의 조언이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볼 때에는 내 말을 듣고 그대로 행동하지도 않았으며 그것으로 어려운 과제를 풀어 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나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일까.

당시 병은이는 내가 하는 말에 토를 달지 않았었다. 조언을 듣겠다고 찾아올 당시의 마음가짐으로 내가 하는 말을 경청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비록 똑 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유사한 환경이나 혹은 구구셈과 같이 공식적인 문제에서는 아주 요긴하였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요인은 내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면서 용기와 가능성에 대한 힘을 얻었으며, 문제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터득하였던 점이다. 물론 그런 것들도 내가 하나 하나 꼬집어 주입한 것은 아니며, 나는 자신이 스스로 터득하도록 동기부여만 해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병은이는 결과가 발표되자 다시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였던 것이다. 나는 다시 찾아와서 고맙다고 하는 병은이가 고마웠다. 작더라도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아는 사람, 그리고 그것을 감사할 줄 아는 사람, 나는 그런 병은이가 좋았다.

인생에 있어 많은 돈을 벌고 직급이 높아지고 해야만 승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 갈 것인가는 순전히 자신의 결심에 달렸다. 병은이처럼 자기의 잘못은 인정하고 남이 잘 한 것은 칭찬하며 자신에게 베풀어준 것에 대하여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은 진정한 승리자 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풀어보면, 승리자에게 조언을 하는 사람인 나는 비록 승리자가 아닐지는 몰라도 정말 행복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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