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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을 하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꿈꾸는 세상살이 2013. 8. 9. 13:18

무슨 일을 하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박영운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여럿 있다. 그 중에서 오늘 이야기는 직장에서의 박영운을 주인공으로 삼고자 한다. 박영운은 나보다 나이가 서너 살이 적어 그냥 쉽게 부르려고 한다. 직장에서 그의 직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야 오늘 이야기의 핵심과 관계가 없는 것이니 그냥 이름만 거론하기로 한다.

이 사람의 원래 고향은 여기 익산이 아니다. 객지사람으로 객지에서 일을 하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직장을 따라 익산에 오게 된 사람 중의 한 명이다. 듣자 하니 그가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는 그래도 꽤나 알아주는 정도였다고 하던데 여기 와서는 그다지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그것은 객지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도 작용하였을 것이고, 그가 맡고 있는 부문이 사업의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정도가 아니라서 조금은 쉽게 여기는 탓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로서의 그는 그냥 두드러지지 않고 평범하게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일반 직장에서는 벌써 정년에 닿아 퇴직을 하였거나 퇴직을 하기직전에 와 있는 정도라서 그다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적 여건을 감안하고, 최근에 벌인 새로운 사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다지 환영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에 다른 곳에서 일을 하던 사람을 스카우트해왔으면 그럴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곁에서 볼 때 그의 능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극히 주관적인 추측도 해본다.


박영운은 자기가 맡고 있는 작업반은 어떠한 경우가 닥치더라도 높은 생산성으로 고효율을 내서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힘들게 일할 때는 일을 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재빨리 마치고 퇴근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빨리 퇴근을 하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 마치고 퇴근하는 것이니 누가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영운이는 이것을 단위 생산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함에 있어 경영자가 아닌 다음에야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생산성은 이룰 수 없더라도, 개인이 담당하는 어느 한 분야에서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결국에는 완성된 목표의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일이든 작은 한 분야가 모여 커다란 집합체를 이루는 것이니 이 말은 전적으로 옳은 이야기일 것이다. 나 또한 이런 이론에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바이다.

따라서 박영운은 주어진 임무를 주어진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실행하여 시간을 남겨야 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바로 시간 생산성을 말한다. 무슨 일이든 주어진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 내에 완성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보다 더 빨리 완수한다면 그것은 더욱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시간을 절약한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와 직결된다. 야간작업을 하면 전등불도 필요하고 작업자의 피로를 푸는 휴게시설이나 화장실 혹은 세면장과 같은 생활공간의 관리 등에 필요한 요소도 증가될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에 대한 미미한 낭비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바로 지출의 감소라는 통로를 거쳐 회사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식사하는 시간과 일련의 고정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조건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반대적인 측면도 있다. 작업자는 기본 급여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부분을 대신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것은 흔히 이야기하는 풍선효과와는 조금 다른 현상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종업원이 많이 가져가면 회사는 지출이 많아지고, 종업원이 적게 가져가면 회사는 많은 이익을 낸다는 논리다.

최근 어느 굴지의 대기업 직원들이 늦게 마치면서 초과근무를 할지언정 2교대 혹은 3교대 작업을 할 수 없다던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사람과 교대작업을 하면 수입을 그 인원수대로 분할하여야 하는데, 몸이 피곤할 것은 당연하지만 초과 작업을 하면 그런 부분을 자기 몫으로 돌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물론 모든 작업자들이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작업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을 것이며, 시간 내에 마칠 수 있는 작업이라 하더라도 부품의 공급이 늦어진다든지 불량이 나서 수리를 해야 하는 때에는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 이야기 하는 내용은 정상적인 경우의 생산성에 관한 것이므로 상호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나와 박영운이 업무상 접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간간이 들리는 이야기들을 종합해보면 그를 대충은 파악할 수도 있다. 그는 우선 원칙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이런 원칙이라는 것이 주어진 환경이나 주어진 구성원의 정도의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원칙을 전제로 한다. 

영운이는 아파트를 두 채나 가지고 있는 아파트부자다. 게다가 아이들도 다 성장하여 별로 돈 들어갈 곳도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는 지금의 이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산다는 말을 종종 한다. 이 말을 듣는 사람들은 그가 내면적으로는 성실하게 일을 하지 않고 대충 시간만 때울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눠 본 사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히려 나이 많은 자신을 불러 준 사람에게 누를 끼치지 않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자신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자신의 능력을 잘 전수해주기 위해서 일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이 말을 잘 해석해보면 아주 합리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나는 지금 돈이 궁해서 생계수단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죽으면 아무 소용도 없어질 나의 재능을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부자들의 금전기부와 함께, 요즘 버금가게 뜨고 있는 재능기부의 전형이라 말할 수 있다.


남의 이야기라서 그 규모야 알 수 없지만 그가 한 때는 특장연구소를 담당하고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말하자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관해서는 자기도 전문가라는 뜻이다.

전문가! 전문가라면 뭔가 하는 일이 조금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을 전문가라고 할 정도가 되면 반드시 어느 부문에서는 남들과 다른 면을 보여 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와 업무상 부딪칠 일이 없으니 그것은 증명할 길이 없다. 또한 매일같이 만나는 것도 아니니 그것을 물어볼 수도 없다.

하지만 그의 행동으로 미루어 대충 유추해보자.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무슨 일을 당하면 그 일을 빨리 끝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러나 그 일을 빨리 하는 것만으로는 가장 좋은 생산성을 낼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빨리 할 것인가에 더하여, 어떻게 하면 불량이 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도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마침 기운이 없다고 하여 밥을 많이 먹은 후 손을 열심히 놀리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급격한 체력의 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안전위험에 노출되어 불안한 환경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런 것들은 좋은 생산성향상 방법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생산성 향상이란 손발을 빨리 움직이는 것보다, 일의 순서를 정한다든지 한 번으로 끝날 일을 두 번 혹은 세 번으로 중복 실시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 들이다.

또한 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누가 어떤 일을 하든지 처음 일을 시작할 때에는 손에 익숙해질 때까지 조금의 시행착오를 가져오며 진행속도가 더딘 것은 누구나 경험한 일이다. 반대로 말하면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다음 공정에서 일을 하기 쉽고 편리하도록 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말이다. 혹자는 이런 것은 아예 일로 쳐주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작은 정리 하나가 큰일을 완성시키는 데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는 것이다. 왁자지껄 복잡해야만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박영운은 대체로 그런 사람이었다. 자기가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음 공정에서 어떤 것을 필요로 할 지 미리 파악하여 선행 작업을 하는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의 생산성이 향상되도록 사전에 준비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원리원칙을 잘 아는 사람으로 규범에 철저한 경우가 많다. 내가 느끼는 영운이도 예외는 아니다. 다시 말하면 공과 사를 분명히 구분할 줄 아는 사람이며 개인과 단체를 구분할 줄 아는 부류에 속한다.

비록 어떤 일에 있어 커다란 실수를 하였더라도 그것이 개인적인 성향으로 그럴 수도 있다는 것과,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작은 일이라도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는가 하고는 확연이 구분되는 것이다. 나 편하자고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는 것, 전날 술을 먹었더니 피곤하다고 하여 다음날 일에 조금 소홀한 것, 다음 공정은 생각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고 내 공정이 끝나면 그만이라는 것 등이 전체적인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요인들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부분 부분 따지다보면 개인 생산성은 올라가더라도 전체적인 생산성은 올라가지 않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박영운은 이런 면을 소홀이하지 않고 치밀하게 행동하는 사람이다.

내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는데 자네가 이해하고 잘 알아서 처리해! 하는 말도 한두 번이고, 처음부터 잘 하려는 생각이 없었는데 그냥 말로만 이해하라고 하는 것도 한두 번에 족하다. 그러므로 상대방도 나와 같이 한 공정을 맡고 있다면 그 나름대로의 일인 것이니 나 좋은 데로만 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박영운은 이런 것들로 인하여 남을 나무라거나 탓하는 대신 자신이 솔선수범함으로써 말없이 가르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강제적 주입하기보다는 스스로 이해하고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박영운의 지론은 이런 것이다. 

나도 영운이 한테서 그런 측면을 공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록 지금까지 해왔던 일도 다르고 배워왔던 일도 다르지만 나름대로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면에서의 박영운은, 누구든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공자의 말처럼 나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내가 영운이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좋은 스승이 한 명 있었구나 하는 생각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