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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가지는 의미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15. 21:33

투표가 가지는 의미

이제 다시 선거철이 되었다. 올 초 벽두부터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한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각자 어떤 분야에 진출하여 보고픈 욕망도, 어떤 이는 어떤 일을 도와 어떻게 성취되는 가를 지켜보자는 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이제 시간은 다가와서 새로운 일꾼을 골라야 하는 시기가 곧 닥치게 된다. 이때 많은 사람들은 최선의 선량을 선택하고 아니면 차선의 선량이라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게 되며, 혹시나 후회를 하더라도 이런 저런 부문에서 이해를 하고 다음에 잘 해보자는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막상 선거철이 되어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 내가 뒤로 물러서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자. 조금 귀찮다는 이유로,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나와 상관있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멀리 하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선거에 뛰어든 사람이 항상 나의 친척이어야 하고, 나의 고향 선후배여야 하고, 나의 문중에서 자주 만나던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설령 그런 사람이 선거에 나왔다 하더라도 정작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해주는 것은 내맘 같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지연과 학연 그리고 혈연의 정도에 따라, 그 사람도 정말 나를 그와 똑같이 생각해주기 바란다면 이미 지역의 일꾼을 뽑는 한계를 벗어난 때이다. 심하게 말하면 여러 사람 중에서 누가 나와 같은 식구가 될 것인가를 투표로 결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나의 욕심을 챙기는 투표를 한다면, 다른 사람들도 각자에게 맞는 욕심을 내는 선거를 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곧 개인 욕심이면서 이기주의로 가는 지름길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식구를 투표로 뽑는 일이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우면 된다는 것과도 통하는 말이니 이는 있어서도 안 될 일이며, 해서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선거는 국민의 의무이면서 나의 권리를 표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내가 나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나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다할 수 없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의 구두에 얽힌 일화가 생각난다. 새 구두를 맞춰주겠다는 숙모를 따라 구둣방에 간 레이건은 가슴이 설렜다. 그러나 원하는 구두의 모양을 묻는 구두 제작공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못했다. 각이 진 것은 불편하기는 하지만 멋이 있어 보였고, 둥근 것은 흔하기는 하지만 편하기는 그만이어서 쉽게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발의 칫수는 쟀지만 구두의 모양을 결정해오라는 말을 듣고 돌아섰다. 며칠이 지난 뒤, 제작공을 만난 레이건은 그때에도 구두의 모양을 결정하지 못했음으로 다음에 전달해주겠노라고 했다. 길을 가던 구두 제작공은 우연한 기회에 레이건을 다시 만나 물었다. ‘구두의 모양을 둥글게 해줄까 아니면 각지게 해줄까?’ 그러나 레이건은 여전히 확실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오락가락 한다고 하였다. 그러자 구두 제작공은 자신이 알아서 잘 만들어 놓을테니 일주일 후에 오라고 하였다. 동네에서 유명한 제작공이니 잘 알아서 해줄 것이라 생각한 레이건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결정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지나 기쁘게 찾아든 구두는 각진 모양과 둥근 모양을 한 짝짝이 신발이었다. 레이건은 이 일화를 들어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 하였다고 한다. 꼭 필요한 어느 순간에 내가 결정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나의 주장을 펼치는 것은 적극적인 의견을 내고, 최선의 방책을 찾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우리가 행하는 투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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