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산문, 수필, 칼럼

독서와 가을

꿈꾸는 세상살이 2014. 9. 15. 21:58

독서와 가을

입추가 지나고 가을이 코앞에 왔음을 느낀다. 뜨거웠던 여름을 그냥 보내기 아쉽다는 듯이 아직도 한낮의 기온은 만만치 않지만, 그래도 말복치레도 하였으니 견딜 만은 하다. 이런 때면 항상 떠오르는 말 중에 천고마비가 있다.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계절인데, 이 가을에 왜 말이 살찌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을은 서늘한 바람이 불어 활동하기 좋은 것은 확실하니, 이런 때에 사람도 같이 마음의 살이 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앞을 다퉈 떠오르는 다른 단어는 바로 독서의 계절이다. 그런데 이 말의 유래는 여름에 실컷 놀았으니 이제는 책 좀 읽어보자는 계몽차원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면 믿을까 모르겠다. 하긴 내용적으로는 서로 같은 말이기는 하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어릴 적 취미를 책 읽는 것으로 삼았던 세대가 바로 50, 60세대다. 뭐든 읽고 싶어도 마땅히 읽을 책이 없었지만 그래도 무엇인가는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세대이기도 하다. 나도 그 중의 하나였으며, 먹을 것도 부족한 판에 읽을거리란 그야말로 배부른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그동안 말로만 해왔던 독서를, 올해에는 제대로 읽어보자고 다짐하고 목표도 제법 크게 잡았다. 지난해 말부터 내 마음을 흔들기 시작한 독서에 대한 갈망이 새해 들어 본격적으로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부응하여 세 자릿수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때가 새해벽두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어려운 금연을 선언하듯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녔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 다시 무를 수도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 그러던 7월, 한 여름의 더위가 절정을 이룰 때 목표를 조기 달성했고 가슴에는 뿌듯함이 넘쳐났다. 그러나 매번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밀려오는 것은, 내가 왜 이제야 독서를 하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었다. 항상 마음만 앞서 갔을 뿐 행동은 늘 뒤쳐졌던 후회였다. 좋은 뜻으로는 벼가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선인을 통해 자아반성을 하는 것이 바로 독서임을 느낀다. 이런 독서는 누구에게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고 어떤 지식을 모른다고 나무랄 어떤 사람도 없는 이점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나이에 책을 읽어서 무엇 하겠느냐고 말하지만, 나는 가을에 말이 살찌듯이 내 마음도 살찌우고 싶다는 욕망에 계속하여 채찍질을 해왔었다. 어제는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었다. 제목부터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를 주고 있지만, 특정한 책을 훗날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가면서 처음 읽었을 당시의 느낌과 새롭게 얻어야 할 느낌을 비교해 정리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봤다. 일반적인 독후감과 다르면서, 저작할 당시의 사회 배경을 현 사회에 비교하여 독서의 기본을 거론하는 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마당에 참으로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사회에서는 인성이 중요하며, 사람을 다루는 인문학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다가 이런 현상치유하는 방법의 하나에 독서가 제격이라는 것도 다 알고 있다. 마음은 있지만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말은 핑계가 되지 못한다. 나는 올해 목표를 얼마나 더 상향조정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읽어도 되고 안 읽어도 되는 취미적 독서에서 벗어났으니 이제 삶을 바꿀 독서가 되기를 욕심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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