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작은 혁신
연말이 다가오면서 다시 생각나는 것이 회식과 음주다. 많은 사람들이 항상 만나고 헤어지며, 모이고 흩어지는데 유독 연말에 모임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답하기 곤란하지만, 오래 전부터 유래된 세시풍속의 하나로 묵은세배와 새세배에 관련이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지난해를 돌아보면서 미진한 부분을 마무리하고, 고마웠던 분들께 감사하는 좋은 전통이었다. 또한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출발하는 것도 누구나 하는 것이지만 우리에게도 좋은 전통으로 전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전통을 그냥 먹고 마시는 것으로 허비할 수는 없어, 새로운 각오와 다짐을 핑계대지만 대부분은 과소비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에 연말연시 모임 문화를 바꿔보자는 움직임이 일고, 실제로 상당수는 건전하게 그리고 조용하게 보내는 예가 늘어나는 추세다. 음악회를 간다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그렇고, 야간 산행 혹은 새벽에 등산을 한 후 첫 해맞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하다못해 영화감상을 하는 것도 변해가는 풍속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나는 최근에 한 지인으로부터, 연말 송년회식 때 해오던 행사를 대폭 변경시키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대략 150명 정도가 모이는 데, 1회 행사 비용으로 1천만 원 이상 들어가는 대규모 행사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먹고 마시며, 선물 하나씩 나눠주고, 초청 인사 수고비와 기타 준비물을 계산하면 그 정도 비용은 쉽게 소용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행사가 해마다 되풀이되며, 그렇게 해서 남는 것은 기념품 하나가 고작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큰맘 먹고 모임의 방향을 대폭 수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신이 회장으로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니, 다음에 닥칠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감행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어차피 먹는 저녁이니 이참에 이름만 바꿔 먹어보자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매일 먹는 저녁을 한 번 거창하게 먹었다고 내일 안 먹는 것도 아니니 건전하며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보자는 의도였다.
이에 대한 나의 제안은, 한 사람이 즉 각 회원들 자신이 먹고 마실 비용으로 그 가족들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전환해보면 좋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인 외식권 혹은 영화예매권을 주면 거기에 보태서 온 가족이 같이 갈 수 있으며, 평소 보고 싶었던 책을 주문받아서 일괄 구입하여 지급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여행하고 싶은 곳을 추천하면 그곳의 경비 일부를 제공하고, 나머지는 본인이 부담하여 온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다. 해맞이 명소에서 새벽 등산 후 일출을 감상하는 도움이 되며, 부모님께 선물 대신 보내드리기 등도 좋은 아이디어가 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 한 명이 1년에 마시는 술을 계산하면 소주가 약 88병이며 맥주는 약 147병이라고 한다. 내가 소주를 한 병도 마시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다른 사람들이 대단히 많이 마시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 둘을 합치면 정말 많은 수치임은 확실하다. 그런가 하면 알코올 중독 진료 건수가 32만 명이라고 하니 그 폐해는 정말 크다고 할 수 있다. 추가하여 2011년의 음주관련 성폭력 및 성추행만 하더라도 약 2만 건이나 된다.
물론 술을 파는 것도 하나의 직업이니 그것을 막자는 의미는 아니며, 다만 짧은 기간에 매일같이 반복하여 마시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조금만 방향을 바꾸면 더 좋은 방법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혁신이다. 현재 하는 것에서 효율을 높이는 것, 여러 사람에게 유익한 것, 이러한 것들이 일상에 적용되어야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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