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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꿈꾸는 세상살이 2015. 2. 19. 12:18

 

 

 

기생

박성웅, 서민, 정준호, 한윤희, 홍의권/ 엠아디/ 2014.10.17/ 306쪽

저자

박성웅 : EBS다큐 제작팀. 미래를 보는 소년, 원더풀 사이언스 등을 제작. 원예학을 전공하고 생물 진화 및 독성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프로를 제작하고 있다.

한윤희 : EBS다큐 제작팀으로 사학과를 졸업하고 역사 스페셜, 피플 세상 속으로 등을 제작하였다.

홍의권 : EBS다큐 제작팀으로 신문기자 지망생이 자연다큐멘터리 제작 촬영감독으로 변신하였다. 화산 등을 제작하였다.

서민 : 단국대학교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는 칼럼니스트로 저서에『기생충의 변명』,『서민의 기생충 열전』등이 있다.

정준호 : 영국에서 기생충학으로 석사 취득, 아프리카 스와질랜드에서 1년간 의료지원을 한 경험으로『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라는 책을 냈다. 한겨레에 기생충관련 칼럼을 쓰기도 했다.

줄거리 및 감상

이 책의 제목이『기생』이라서 예전에 읽었던『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회충 모양의 그림도 있고 작게는 한자로 寄生이라고 적어놓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너무 쉽게 접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생(寄生)은 글자 그대로 기생은 맡기고 살아가기 혹은 붙어서 살아가기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은 노력하지 않고 남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우리 몸속에 기생하는 회충이나 요충 혹은 편충을 생각하면 된다. 이들은 힘들게 일하고 사회생활도 하지 않으면서 우리 몸에 들어온 영양분을 편하게 편취하는 동물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기생은 좋지 않은 것이며 기생충은 아무 필요가 없는 없어져야 하는 동물인 것이다.

우리가 남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여 혹은 남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비유하여 기생충과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의 도리를 하지 못한다거나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비유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귀찮은 존재인 파리를 생각하더라도, 정말로 없어져야 할 존재인가를 생각하면 그는 그 나름대로 자연의 질서를 유지해가는 방법인 것도 확실하다. 기생벌 역시 진드기의 몸속에 살면서 완전히 살을 파먹어 숙주인 진드기가 말라 죽을 지경에 이르면 그때에 나와서 다른 진드기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정말로 필요 없다고 여기는 미물도 어떤 면에서는 필요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래서 자연의 어느 한 가지라도 필요 없는 것은 없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 정말로 우리 몸에 기생하는 회충이나 요충 등도 필요한 존재인가? 그것은 기생충 전문가들이 알아서 연구할 일이다. 그러나 정말로 회충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일부다. 그래서 기생충을 완전히 박멸하지 못할 바에는 역시 우리와 공존해가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한 기생충은 천연두 단 한 가지라고 한다. 이는 소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천연두보다 약간 약한 질병을 사람에게 접종하여 면역력을 기른 후 천연두에 대한 예방약을 개발한 경우다. 그런 안타깝게도 이런 방식으로라도 완전히 박멸한 경우는 이 한 가지에 불과하다니 역시 기생충이라 하여도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은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세워가며 우리와 맞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는 말라리아를 예로 들어보자.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데, 매개체인 모기를 완전히 박멸하려는 인류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DDT라는 무서운 맹독성 약으로 모기를 퇴치하려 하였지만 모든 숲이 파괴되어 생태계가 겪을 더 무서운 재앙을 염려한 나머지 중도에서 멈춘 경우에 속한다. 또한 모기 역시 DDT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개체가 탄생하게 되는 악순환을 겪었다.

따라서 모기를 퇴치하지 못하였으니 역설적으로 모기에 물리지 않으면 되겠지만, 아프리카 등의 모기는 밤에만 사람을 물기에 그래도 조금은 예방하기에 쉬울 수 있으나, 아시아 등의 다른 지역에서는 낮에도 모기가 사람을 습격하므로 이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가장 완벽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말라리아 기생충을 박멸하면 좋을 것이다. 우리 몸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백혈구가 항체를 만들고 저항하여 물리칠 수 있으니 그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에 속하기는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항체를 만드는데 조금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백혈구가 이물질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거기에 적합한 대항력을 기르는 것인데, 말라리아 기생충은 우리 몸의 백혈구가 대응 군사를 양성하기 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므로 그것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모기의 피를 통해 사람의 몸에 들어오면 어떤 이물질인지 파악도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예를 들면 40분이 채 되기도 전에 간으로 파고 들어가 숨어버린다.

간에서 충분히 먹고 살면서 많은 동료를 만들어낸 후 힘이 강해지면 다시 혈액의 적혈구 내부로 뚫고 들어가 숨어버린다. 그러니 이런 이물질을 파악하는 도중에 위치를 변경하여 도저히 찾지도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더구나 같은 혈액의 내부에 숨어버리니 도저히 찾아내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는 암을 이겨내는 방법도 알고 있다. 그러나 만약에 완전히 이겨내지 못한다면 암과 공존하면서 살아가기를 권장하는 경우도 보았다. 이처럼 기생충도 완전히 없애지 못할 바에는 조용히 다스리면서 공존해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게 이 책의 논리다. 왜냐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처럼, 자칫 기생충을 잡으려다 사람이 피해를 입을 것을 염두에 두라는 말이다. 어차피 사람에게는 하찮은 기생충을 박멸한 능력조차 없는 것이 그 이유다. 그 대시 기생충을 다스리는 방법은 아주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위의 말라리아 같은 경우에도 악랄하지 않고 조금 더 순한 방향으로 자극하여 진화를 유도하는 것이다. 대화도 통하지 않는 기생충을 얌전하고 순하게 길들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한 가지 원리일 것이다. 어차피 사람도 기생충도 같은 피조물이기는 마찬가지이니까.

만약에 일반적인 진화론에 의한 인간의 탄생이라면 이와 같은 기생충은 태고적 동물이므로 이미 없어졌어야 할 미물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때도 아직도 그리고 미래에도 같이 갈 동물이라면 이는 자연의 섭리라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기생충도 많은 진화를 하기는 했다. 예를 들면 회충의 길이가 10CM 이다가 이제는 30CM라는 것들이 그렇다. 또한 피만 먹고 살다가 직접 살을 파고 들어가 먹고 산다는 등으로 진화한 것이다. 예전에는 혈액을 타고 심장에서 살았는데 나중에 성충이 되면 발을 통하여 나온다는 것들과 같은 방식의 진화를 한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직접 어떻게 하지 못하므로 숙주 즉 사람이나 소 등의 동물이 직접 그 일을 하게 만들고 그런 환경에서 자신이 탈출을 하거나 생식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생충이 변하여 새가 되고 다시 새가 사람이 되었다는 진화는 이런 미물에서 쉽게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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