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와 토끼
토끼와 거북이는 이제 친한 사이가 되었다. 예전에는 토끼가 용궁으로 들어가서 자칫 용왕의 몸보신용 탕약이 될 뻔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서로 화해한 상태이다.
토끼는 넓은 들판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면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골라 먹었다. 그러다가 문득 친구가 생각나서 돌아보니 그 어디에서도 거북이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헤맨 뒤에 처음 출발점 부근에서 거북이를 만난 토끼는 많이 지쳐 있었다. 그러나 거북이를 보는 순간 반가움에 모든 피로가 다 풀렸다.
거북이는 그때까지도 아장아장 걸어 물가로 가고 있었다. 토끼가 보기에는 앞으로도 한두 시간은 더 걸어야 물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불현듯 저러다 거북이가 목이 말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토끼는 물을 떠올 그릇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들판 어디에서도 물을 뜰만한 그릇을 찾을 수가 없었다. 토끼는 한참 후에 터덜터덜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거북이는 아직도 쉬지 않고 물을 향하여 기어가고 있었다.
이때 토끼가 말하기를 자기 등에 거북이를 태우고 뛰어가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거북이는 이리저리 헤매다 지친 토끼를 보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만두라고 하였다. 거북이는 비록 느리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힘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토끼를 보면서 괜찮다면 자기 등에 걸터앉아 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토끼는 거북이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둘은 사이좋게 그러나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이때 토끼가 다시 말을 걸었다. 자기는 목이 마르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물을 마시지만, 거북이는 목이 말라도 빨리 마시지 못하니 몹시 마음이 아프다고 하였다. 그러자 거북이는 아무리 목이 마르다고 하여도 그렇게 당장 물을 마셔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자면 자기는 하루 이틀 혹은 일주일 정도는 물을 마시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물을 마시러 가는 길도 그렇게 빨리 가야만 하는 것도, 먹을 것을 그렇게 매일 매일 먹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토끼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토끼는 거북이가 이해되지 않았다. 자신은 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먹을 것은 하루에도 몇 차례 먹지 못하면 그만 배고 고파 죽을 지경인 것과 비교가 되었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있으면 즉시 가서 확인하고 만져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과 달리, 거북이는 삶의 의욕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토끼는 항상 100m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뛰어다니며 바쁘게 살지만, 거북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살아간다는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토끼는 매사에 간섭하고 남을 걱정하며 돌보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그것으로 남이 도움을 받는 것은 하나도 없으며, 토끼 자신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거북이보다 행복하지도 않으며, 건강하지도 않으며, 오래 살지도 못하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토끼가 왜 거북이에게 관심이 많은 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토끼는 거북이와 다른 동물이며, 살아가는 방식과 생활 습관 그리고 환경에 대한 대응방식이 다르다. 그러나 토끼는 자신의 기준에서 거북이에 대한 편견을 말하는 것이다. 토끼는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하고 만물을 지었을 때부터, 각자 살아가는 방식과 하는 목표가 다르게 되어 있다. 너와 내가 다르고, 사람과 사람이 다르며, 사람과 다른 동물 혹은 식물이 다른 것이다. 따라서 나는 다른 사람을 인정하고, 각자 역시 어떤 일에 대하여 그때그때의 환경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이며 우주를 구성하는 한 요소로써 제 역할일 것이다. 20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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