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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삶의 시작이요 아버지는 삶의 끝이다.

꿈꾸는 세상살이 2015. 5. 1. 05:55

어머니는 삶의 시작이요 아버지는 삶의 끝이다.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실 제’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아버지가 날 낳으셨다고 말한다. 배 아파 난 사람은 어머니인데 왜 아버지가 날 낳으셨다고 하였을까. 그것은 단순한 물리적인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나와 그리고 어머니를 아우르는 가족을 이루게 만드셨다는 의미를 가진다.

말하자면 아버지가 안 계셨더라면 나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다는 말이다. 또한 어머니는 그런 나를 애지중지 잘 기르셨다는 말이다. 이때의 아버지는 밖에서 힘든 일을 한다는 전제조건이 들어있고, 반대로 집안의 일 혹은 가족 간의 일상생활은 어머니가 책임지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이때는 가부장적 의미가 포함되어있는 것이며 유교적인 색체가 짙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생각해보아도 아버지가 날 낳으셨다고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정신적인 혹은 생활 습관의 유전적인 면을 아버지를 닮았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나에게 유전적인 형질을 주지 않았다는 말인가. 본 뜻은 그런 것이 아니라, 어머니는 아버지에 비교하여 집에서 나를 양육하시는데 모든 것을 쏟으시기에 상대적으로 아버지가 외형적인 측면의 날 낳으셨다고 보는 것이다.

아무튼 아버지가 날 낳으셨거나 어머니가 날 기르셨거나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미 두 분이 계셔서 나를 낳으시고 기르셨으니 그게 누구의 역할이 더 컸느냐고 물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고 처음 접한 사람으로 죽을 때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날 기르시는 사람인 것이다. 내가 배고플 때에도 나를 돌보시고, 내가 진자리에 있을 때에도 나를 보살펴 주신 분이시다.

세상의 수많은 화가들이 어머니를 그렸고, 작가들이 어머니를 노래했다. 그것은 그만큼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 분은 자기 입 속에 들어 있는 것까지 내주시는 분이시며, 자신의 몸 일부를 떼어서라도 채워 주시는 분이시다. 먹을 게 없으면 남의 것을 탐해서라도 먹이시는 분이시며, 무너지는 흙더미 앞에서 나를 안고 엎드리시는 분이시다.

그러면 아버지는 어떤 분이신가. 아버지는 말이 없으시나 행동으로 보여주시는 분이시다. 어렵고 힘든 일인 줄 알면서도 내색하지 않고 나서는 분이시며, 나약하고 초라해진 뒤에도 나를 위하여 헛웃음과 허언으로 맞서는 분이시다. 살아생전 모든 것을 해주고 싶어 하셨으나 미처 달성하지 못하면, 자기 목숨을 죽음과 바꿔서라도 이루어주시는 분이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어머니와 아버지를 잊고 사는 때가 너무나 많다. 어머니의 생각이 혹은 아버지의 판단이 나와 같지 않다고 하여 그냥 무시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오히려 무식하다거나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따라주는 분이시다. 자신이 받을 수모와 창피를 대신하여 내가 행복해지고 평안해진다면 모든 것을 감수하는 분이시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아버지가 낳으셨고 어머니가 기르신 것이다.

얼마 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아버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시 아버지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아버지가 날 낳으셨다는 것을 망각한 상태이다. 이것은 아버지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을 잊었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사냥으로 그냥 배고픈 배를 채워줄 먹을 것을 잡아다 주는 그런 분이 아니시다. 단순히 돈을 벌어다 주는 기계도 아니시다. 그분은 나에게 삶의 모범이 되시고 남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를 가르쳐주시는 분이시다. 세상의 풍파는 어떻게 이겨내며, 자연에 어떻게 순응할지도 알려주시는 분이시다.

세상의 어버이는 단 하루 어버이날에 칭송 받아 마땅하신 분이 아니시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서 죽을 때까지 빚을 갚아도 다 못 갚을 은혜를 주시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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