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정책의 필요성
자주 듣는 말 중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단어가 있다. 조삼모사는 아침에 세 개이며 저녁에는 네 개라는 말이다. 이 말은 우화에 나오는 것으로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원숭이에게 아침에 밤 3개를 주고 저녁에 4개를 준다고 하니 원숭이들이 분노하였으나,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준다고 하니 좋아라 환호하였다는 것이다. 사실 원숭이가 하루에 받을 양은 밤 7개로 변함이 없지만 우선 당장의 이익에 더 크게 반응을 한 것이다.
장자(莊子)는 이런 현상을 두고 세상의 모든 합은 같다는 대동(大同)사상을 주창하였다. 그러면서 마치 인간들이 큰 틀을 모르고 원숭이처럼 조삼모사(朝三暮四)나 조사모삼(朝四暮三)만 따지고 웃고 운다고 한 것이다.
더 나아가면 변하지 않는 어떤 진실은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숫자가 변하는 사실에 너무 현혹되거나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라는 말이다.
최근에 푸드트럭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음식을 파는 트럭이라는 뜻으로, 이동이 가능한 포장마차의 성격을 띤다. 다시 말하면 이동하면서 노점상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모든 사람이 모든 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유원지 혹은 도시공원에서만 가능하도록 하였다. 그 규모 역시 1톤 트럭이나 경트럭에 국한된다. 그러나 차량의 유지비용 차원에서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초소형 트럭이 대부분인 것을 감안하면,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사업자 역시 영세민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게 중에는 상상 외로 많은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현상유지도 못하여 자신의 인건비도 못 건지는 것이 태반이다. 말하자면 무늬만 푸드트럭이지 실제는 푸어트럭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이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났을까. 유원지는 대체로 계절에 따른 인파의 변동이 심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추운 날에는 관광객이 현격하게 줄어들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고, 성수기라 하더라도 하루 일기에 따라 변동 폭이 큰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또 다른 이유로는 관람객이라 하더라도 그런 푸드트럭에서 얼마나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푸드트럭에 대한 정책은 실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저소득층의 생계를 위한 정책으로 매우 적합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실제로 운영을 해보니 전혀 다른 결과를 빚은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두고 실현 가능성을 명확히 짚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른바 책상에 앉아서 만들어낸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그러니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변수가 생기고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가 등장하였다. 2014년 11월 22일 방영된 TV인기 프로『무하도전』팀에서 자본금 100만원을 가지고 푸드트럭을 운영해보기로 한 것이다. 점주는 인기 개그맨으로 대중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TV로 녹화를 하면서 여러 사람이 운집하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 그런 정도였다. 만약에 대중 인지도가 전혀 없는 일반 시민이 점주로 나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답은 역시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고 하여 일반 도심의 거리에서 노점상을 무작정 허가할 것인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것은 미관이나 위생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기존에 점포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과의 문제도 고려하여야 하는 것이다.
어느 도시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노점상은 역시 뜨거운 감자에 속한다. 버릴 수도 없으나 그렇다고 마구 먹을 수도 없는 그런 상태를 이름이다. 앉아서 머리로 짜내는 정책보다는 현장을 이해하고 대책을 세우는 정책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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