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들/독후감, 독서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꿈꾸는 세상살이 2015. 8. 13. 05:51

 

산다는 건 잘 먹는 것

히라마츠 요코/ 이은정 역/ 글담출판/ 2015.06.25/ 329쪽

히라마츠 요코 : 도쿄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일본 국내외의 요리와 식문화를 취재하며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좋은 향기가 나는 접시,바쁜 날이라도 배고 고프다,싱글 여성의 식사,장어라도 먹을래?등이 있다. 이 책산다는 건 잘 먹는 것으로 분카무라 드 마고문학상을 받았다.

제목으로 보면 잘 먹는 것이 사람 살아가는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말하자면 영양이 풍부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그것이 곧 사람 살아가는 멋이 있다는 말로 들린다. 나 또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집어 든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을 여는 순간 짧은 여운이 남는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억지로라도 먹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농담으로 말하기를 죽기 싫으면 숨만 쉬면 된다고 하듯이 누구든지 살고 싶으면 잘 먹기만 하면 된다는 말이다. 이때의 잘은 그냥 아무 것이나 먹기만 하면 되는 잘이다. 꼭꼭 씹어 먹을 필요도 없고 죽을 마실 필요도 없이 그냥 무엇이든 먹기만 하면 되는 잘 먹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잘 먹는 의미가 다르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이며 내가 담고 싶은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고상하고 비싼 고급 그릇을 활용하자는 말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그릇, 내가 아끼는 그릇, 그러나 막그릇이라도 가치가 충분한 그릇이면 족하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맞는 말이다. 누구든지 헌 옷이 몸에 익숙한 것이며, 고기도 놀던 방죽이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점차 따뜻하다 못해 뜨거워져서 마침내 익혀 죽는 냄비 안의 개구리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궁상처럼 생각하다가도 어느새 습관이 되어 버린 식사 시간에 반드시 앞 접시로 덜어 먹는 것은 위생 외에도 음식 맛이 섞이지 않고 제대로 느끼기 위한 배려라 할 것이다.

 

저자는 일상에서 자신이 받은 느낌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소소한 젓가락 받침대와 식탁보 그리고 그 위에 얹힌 식탁매트,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는 철로 만든 주전자, 나무로 된 도마와 푸성귀를 집을 사용하는 집게까지, 주방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필요한 모든 것에게 각자의 임무를 부여하면서 나름대로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며 사용할 때 비로소 맛있는 음식을 잘 먹고 사람이 살아가게 된다는 이치를 돌려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수저 대신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 것을 보았을 때 우리는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손가락은 아주 중요한 도구가 되며 손가락 자체가 느끼는 식감은 또 다른 음식 맛을 선사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가진 멋과 맛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음식이 맛있어지며 우리가 잘 먹게 되고 그러면 드디어 살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문학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음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식탁보가 말을 하며, 연잎이 나에게 암시를 주고, 찬장에 숨어있던 그릇이 자신의 속마음을 전할 때 비로소 문학의 힘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정보 외에 문학의 묘미일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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