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노먼 베쑨
테드 알렌, 시드니 고든/ 천희상 역/ 실천문학사/ 1997.03.25/ 422쪽
노먼 베쑨 : 1890년 캐나다 몬트리올주의 그레이븐 허스트에서 목사인 말콤 니코슨 베쑨과 어머니 엘리자베스 엔 굿윈의 사이에서 큰아들로 태어났다. 먹고 사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학비를 벌어 다닐 정도로 근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부유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다. 육군에 자원 입대해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고, 토론토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영국 해군 군의관으로 일하기도 하였다.
결핵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하였으나 당시 의료 환경이 열악하여 죽어갈 때쯤에 체득한 판단으로 자신을 시험 삼아 수술해달라고 하여 제2의 인생을 살게 되었다. 일본이 중국의 북부 지역을 점령하였을 때 중국의 전선에서 수술용 장갑도 없이 수술하다 손을 베었고, 얼마 되지 않은 1939년 11월 13일 오전 5시 20분 패혈증으로 사망하였다.
위에서 보았듯이 베쑨은 자신보다 환자를 우선시 하는 의사라고 할 수 있다. 의사의 표본에 히포크라테스를 들고 다음으로 슈바이처를 든다. 하지만 슈바이처는 오지에서 환자를 돌본 것은 맞지만 자신에게 찾아오는 환자를 치료한 데 비하여 베쑨은 환자를 찾아가서 치료한 것이 감동적이다. 말하자면 원초적인 원인을 제거하거나 일이 벌어졌어도 찾아올 형편이 안 되는 환자를 의사가 쫓아가는 셈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안위보다 타인을 그것도 치료를 꼭 받아야 하는 환자들을 위한 인도적인 처사에 많은 사람들이 존경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가 전장에 참여하였던 스페인에서 그랬고 죽음을 맞았던 중국에서 그랬다.
우리나라의 소설 동의보감에 나오는 허준은 어땠는가. 허준은 환자를 만나면 자신보다 우선하였으며, 그 사람의 끼니 때거리까지 걱정해준 사람이었다. 베쑨 역시 자신의 봉급을 모두 의약품이 의료 기구를 구입하고 오히려 환자들의 식량이나 보급품을 사는데 활용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베쑨의 진정성이 인정되어 중국의 모택동이 직접 편지를 보내고 마지막 가는 길에는 추도사를 지어 보낼 정도였다.
베쑨은 자신의 종군 의사로서 매일 환자를 돌보고 전장이라는 환경에서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도록 배려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의 진심이 얼마나 통하고 얼마나 전달되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
요즘 의사들은 매우 바쁘고 동시에 많은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베쑨은 비록 열악한 환경에서 연속하여 69시간에 겨우 115명의 부상자를 수술하는 정도(?)였지만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전달되었고, 그래서 더 빨리 더 많은 환자들이 병 고침을 받았으며 더 큰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의사가 단지 아픈 상처를 처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짐으로써 인간적인 동료애를 느끼고 나아가 인류의 평화와 자유를 느끼게 하였던 것이다.
요즘 의사들이 매우 바쁠텐데 방송에 나와서 특정 의약부외품을 선전하기도 한다. 그것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풍부한 영양을 섭취함으로써 환자들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베쑨이 이런 텔레비전을 시청하였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홍삼은 우리 몸에 아주 좋은 명약?이라고 한다. 약이 아니라면 아주 좋은 식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근거를 찾자면 연구 논문이 입증을 한다. 어느 의사의 말을 빌리면 홍삼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 몇 편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몇 편의 연구 논문을 조사해보면 그에 소요되는 비용을 홍삼을 판매하는 입장에서 제공하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자기가 판매할 물품에 대하여 연구를 부탁하면서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이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으로 판매와 연관되지 않고 제 3자 혹은 공익 기관으로부터 순수한 연구를 위하여 제공 받은 비용으로 연구한 논문은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하는데 있다. 그러면서도 홍삼은 우리 몸에 탁월한 효과를 주는 식품이라는, 먹기만 하면 아주 좋은 건강 보조식품이라는 정부 인증 4개 등급 중에서 겨우 세 번째 등급을 받은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만약 베쑨이 이런 사실을 안다면 그런 비용은 환자들을 위하여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반문하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이런 베쑨과 같은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보다 환자를 돌보고 사회를 위하는 의사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외국에는 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말하자면 좋은 일을 해도 잘 홍보가 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는 성격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지만 이것을 외국에 전파하는 방식이나 그렇게 하겠다는 노력의 부재에서 나온 결과 중의 한 예이다. 우리나라에 없는 조선시대의 기록들이 일부 프랑스나 영국에 가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외국인이 기록하였든 아니면 조선 사람이 번역하여 갖다 주었든 외국인에게 조선의 실상을 알리는 역할을 하였던 것과 비교하여, 현재의 우리를 외국에 알리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보면, 베쑨은 의사로서 사명감을 지켰던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환자를 고치고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분명하였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목표가 뚜렷하였다. 남들에게는 통과의례인 히포크라스 선서를 이혼 후 다시 만난 아내를 보내면서까지 미련하게 지켰던 의사다. 그래서 우리는 베쑨을 진정한 의사라고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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