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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 떨어질라

꿈꾸는 세상살이 2015. 10. 10. 22:04

 

 

꽃망울 떨어질라

 

박갑순/ 신아출판사/ 2015.09.18/ 235쪽

박갑순 : 전북 부안 태생으로 시로 등단한 후 수필로 등단한 작가이다. 여러 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잡지사에서 근무하면서 지평을 넓히고 작품의 맛을 알아낸 사람이다. 최근에 암을 견뎌낸 후 글의 교정과 교열을 전문으로 하는 사무실을 열었다. 

 

나는 저자의 책을 받아본 순간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힘들게 투병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전혀 알지 못했었고, 퇴원 후 요양 중일 때에야 그런 소식을 접했기에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품집을 내고 선물까지 주었으니 그저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덕분에 책을 받아 본 날 밤에 그리고 다음날인 오늘 아침까지 단숨에 읽어냈다. 책 하나를 내기 위하여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잘 아는 나로서는 책을 가벼이 넘길 수 없는 병을 가지고 있다. 자료를 모으고 앞과 뒤를 짜맞추는 것도 어렵지만 새로운 것을 즉 자신의 창작은 나름대로 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처녀작이나 처녀집 혹은 잉태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첫 작품집으로 오래 전부터 하나둘 모은 것도 있고 최근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도 보인다. 이것은 자신이 암과 겨루던 일 그리고 그런 환경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본 그림자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힘든 과정을 겪고 나면 한 단계 성숙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 역시 인생의 막바지까지 갔다 온 사람으로서 인간 본연의 의미를 깨달았고 삶을 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의 작품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시인이면서 수필가인 박갑순은 어릴 적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환경에서 자랐고, 그러기에 학교도 힘들게 다닌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서정적이며 회고적이다. 그러나 인간애가 있고 사람의 도리가 있다. 예전에 그랬듯이 학교에 낼 돈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는 일이 현재 자기 자식들에게 대물림되는 것 같은 생각을 할 때, 아니 세상의 부모들이 모두 그런 안타까운 심정으로 자식을 키울 때 자식들은 그런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도 나중에 자신이 어른이 되고 다시 자식을 낳아 길러볼 때에 비로소 부모의 심정을 알게 된다.『꽃망울 떨어질라』는 이런 과정을 잘 묘사하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이런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활과 소신을 잘 표현하는 작품들이 있으니 바로 인간사 세옹지마요, 전화위복이 있고, 불행은 혼자 오지 않는 다는 말도 증거하고 있다. 그러나 고진감래요 입에 쓴 약이 나중에 몸에 이롭다는 말처럼 인간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도 등장한다. 내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작가이지만, 애초부터 개인사야 다 알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저자에 대한 속속들이 알 수 있도록 해준 자전적 수필집이 저자를 직접 대한 듯하다.

책 제목인 꽃망울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은 저자가 암 투병을 마친 뒤에 행여 병마에 져서 생을 마감할까하는 두려움이면서, 자신이 인간사 삶에 지쳐 낙오하거나 절망하는 자세가 나올까봐 염려하는 그런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든지 결과적으로는 꽃망울이 떨어지지 않았으니 이제는 책의 제목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도 생각해본다. 책이 나온 지 이제 겨우 한 달인데 책의 제목을 바꾸라니 참으로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